1995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현재 동궐도는 크기, 구도, 화풍이 거의 동일한 두 작품이 고려대학교박물관과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에 1점씩 소장되어 있다. 원래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고려대본은 16권의 화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화첩은 5절 6면이다. 표지마다 “동궐도 인일(東闕圖 人一)”처럼 일련번호가 적힌 제첨이 붙어 있다. 애초에는 천지인(天地人)의 세 작품이 제작되었을 것이며, 근래에 병풍 형태로 바뀐 동아대본은 천(天) 또는 지(地)에 해당할 것이다.
전체를 연결시켰을 때 창경궁이 오른편에 창덕궁이 왼편에서 서로 맞붙어 있는 구도이다. 직선의 담장으로 구분된 수많은 건축물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이름을 적어놓았다. 산과 나무, 연못과 개울을 비롯하여 우물과 장독대, 돌조각과 괴석처럼 작은 물건을 세밀하고 정교하게 묘사했고, 해시계와 측우기 같은 과학시설까지 상세하게 그려 넣었다.
넓은 공간에 복잡하게 자리 잡은 크고 작은 건물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오른쪽 위에서 비껴 내려다보는 평행사선부감법(平行斜線俯瞰法)을 적용했다. 일정한 기울기로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구도는 전체를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주고 자연스러운 공간을 연출한다.
가늘고 반듯한 필선을 사용하고 선명한 채색을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인상을 준다. 궁궐을 둘러싸고 있는 산수는 남종화법(南宗畵法)을 따랐는데 반복되는 낮은 구릉을 부드러운 필치로 묘사하고 소나무와 활엽수를 섞어 배열하여 차분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장대한 규모와 치밀한 묘사로 미루어 볼 때 궁중에서 활동하던 솜씨 좋은 화원들이 제작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동궐도 제작에 대한 기록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누가 주문했고, 참여한 화가들은 누구이며, 제작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다. 다만 동궐도의 제작시기는 궁궐 속 건축물이 새로 건립되거나 화재가 발생했던 기록을 근거로 1828년에서 1830년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1828년에 세워진 창덕궁 연경당이 그려져 있고, 1830년에 화재로 소실된 창덕궁의 환경전, 경춘전, 함허정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궐도의 용도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대규모의 화면, 절첩식 형식으로 볼 때 전체를 한꺼번에 펼쳐놓고 감상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마치 지도책처럼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보도록 만든 것이다.
고려대학교박물관에는 동궐도와 유사한 「궁궐도(宮闕圖)」, 경희궁을 그린 초본(草本)인 「서궐도안(西闕圖案)」이 소장되어 있어 조선시대에 궁궐을 상세히 그린 대규모의 회화가 여러 차례 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소장본은 형식 · 기법 · 크기 등이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본과 동일한 것으로 판명되어 1995년 6월 29일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