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저지 ()
내용 요약
정의
조선 세종조부터, 국가 주도로 왜닥나무[倭楮]를 보급해 조지서에서 만들기 시작하여 성종 연간까지 제작되었던 종이.
내용
유형원(柳馨遠)의 『반계수록(磻溪隨錄)』에 왜지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있다. 그는 왜지로 만든 서책은 지극히 보물이 될 만한 것이라 하며 왜저(倭楮)를 백성들에게 널리 심도록 권유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왜저지를 조선의 저지(楮紙)와 비교하여, 조선 닥나무는 종이를 만드는 데 적합하나 무겁고 털이 일어나는 반면, 왜저지는 가볍고 윤택하며 정교하고 치밀하다[輕澤精緻]고 하여 왜저지의 특징과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였다.
왜저지는 그 원료인 왜닥나무의 역사와 관련된다. 세종(世宗)은 1428년(세종 10)에 왜국의 종이가 단단하고 질기다 하며 통신사에게 왜지를 만드는 법을 왜국에서 배워 오라고 명을 내렸다(『세종실록』 10년 7월 1일). 당시 일본으로 파견된 통신사 일행은 귀국한 뒤에 왜지가 단단하고 질긴 것은 제조법 덕분이 아니라 원료인 왜닥나무의 우수성 덕분이라고 보고하였다. 그로부터 2년 뒤 세종은 예조에 명하여 책지를 만들 왜닥나무[倭楮]를 대마도에서 구해 오라고 하였다.
조선에 전래된 왜닥나무는 경상도 동래와 경기도 강화에서 재배되었다. 강화에 왜닥나무가 재배되어 결실을 이루자 그 씨를 충청도 태안, 전라도 진도, 경상도 남해 · 하동 등의 연해 지역에 파종하였으며, 이것을 전국적으로 보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방관들의 무관심으로 왜닥나무가 죽거나 무성해지지 않자 1447년(세종 29)에 다시 왜닥나무를 연변 각주에 보내어 배양하게 하고 그 생장 과정을 보고하도록 하였다.
이후 왜닥나무 배양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 1452년(단종 즉위)에는 왜닥나무의 전국적인 보급을 위해 목관(牧官) · 대도호부 · 도호부 · 지관(知官) · 현관(縣官)에게 정해진 양을 배양하게 하고, 관찰사로 하여금 그 실적을 확인하도록 하였다. 이후 1461년(세조 7)에 전라도 영광 시아도(時兒島)에 왜닥나무가 남아 있다고 보고되었고(『세조실록』 7년 8월 20일), 이듬해에는 영광 거두산(巨頭山)에 있는 왜닥나무의 수를 살펴 알리라는 명이 있었다(『세조실록』 8년 11월 12일). 이를 통해 세조 연간에 왜닥나무가 연해 지방을 중심으로 재배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1500년대에 완성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의하면 왜닥나무의 산지로 경상도의 경주, 울산, 창원, 거제, 고성이 있었고, 이외에도 황해도의 풍천 등에서 왜닥나무가 생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17세기에 찬술된 유형원의 『반계수록』에도 남방(南方)의 해안 지역에 왜닥나무가 남아 있다 하였고, 19세기에 편찬된 『대동지지(大東地志)』에도 왜닥나무의 산지로 경주, 울산, 거제, 고성, 풍천 등 5개 지역이 기재되어 있다. 1929년에 편찬된 『조선환여승람(朝鮮寰輿勝覽)』에서도 경상도 고성에서 여전히 왜닥나무가 생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록들을 통해 조선 전기 이후부터 기후와 풍토가 맞는 연해 지역에서 왜닥나무가 재배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문헌
원전
『대동지지(大東地志)』
『반계수록(磻溪隨錄)』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용재총화(慵齋叢話)』
『조선환여승람(朝鮮寰輿勝覽)』
논문
오용섭, ｢왜저(倭楮)의 전래와 초조(抄造)｣(『서지학연구』 10, 한국서지학회, 1994)
인터넷 자료
손계영, “왜지”, 조선왕조실록 사전
집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