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고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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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단군고기는 단군신화와 고조선의 개국 사실을 기록한 역사서이다. 이 책의 내용은 『삼국유사』 권1 고조선조에 나오고 이 기록이 가장 오래되었다.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제왕운기』·『응제시주』·『세종실록』 지리지에도 이 책을 인용하여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일제강점기 일본인 학자들은 인용된 기록의 차이 등을 이유로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단군고기는 오랜 세월 전승된 우리 민족의 시조 신앙으로 문화의 전승 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조 단군의 행적인 역사 기록으로 보아야 하는 동시에, 신화로서 바라보아야 한다.
정의
단군신화와 고조선의 개국사실을 기록한 역사서.
내용
『삼국유사』 권1 고조선조에 ‘고기’로 전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 환인(桓因)의 서자로 환웅(桓雄)이라는 이가 있어 자주 천하를 차지할 뜻을 두고 사람이 사는 세상을 탐내어 구하였다. 그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아차려 삼위태백산(三危太伯山)을 내려다보니 인간들을 널리 이롭게 해줄 만하였다. 이에 환인은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환웅에게 주어 인간세계를 다스리도록 하였다.
환웅은 무리 3,000명을 거느리고 태백산(太伯山) 마루턱에 있는 신단수(神壇樹) 밑에 내려왔다. 이곳을 신시(神市)라 한다. 그리고 이 분을 환웅천왕(桓雄天王)이라고 불렀다. 그는 풍백(風伯) · 우사(雨師) ·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곡식 · 수명 · 질병 · 형벌 · 선악 등과 모든 인간의 360여 가지 일을 주관하며 세상을 다스리고 교화하였다.
이때 범 한 마리와 곰 한 마리가 같은 굴 속에서 살면서 항상 신웅(神雄), 즉 환웅에게 빌면서 사람이 되기를 원하였다. 이에 신웅(환웅)은 신령스러운 쑥 한 줌과 마늘 20개를 주면서 이르기를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일광(日光)을 보지 않으면 곧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곰과 범이 이것을 받아 먹고 3 · 7일(21일) 동안을 기(忌)하니 곰은 여자의 몸으로 변하였으나, 범은 기를 잘못하여 사람의 몸으로 변하지 못하였다. 웅녀(熊女)는 혼인해서 같이 살 사람이 없으므로 날마다 신단수 밑에서 아기의 잉태를 축원하였다. 환웅이 잠시 거짓 변하여 그와 혼인하였더니 이내 잉태하여 아들을 낳았다. 그 아기의 이름을 단군왕검(檀君王儉)이라 한 것이다.
단군왕검은 요(堯)가 즉위한 지 50년인 경인년에 평양성에 도읍하여 비로소 조선(朝鮮)이라 불렀다. 또, 도읍을 백악산 아사달(白岳山阿斯達)로 옮기니 궁홀산(弓忽山)이라고도 하고 금미달(今彌達)이라고도 한다. 그는 1,500년 동안 여기에서 나라를 다스렸다. 주(周)나라 호왕(虎王)이 즉위한 기묘년에 기자(箕子)를 조선에 봉하였다. 이에 단군은 장당경(藏唐京)으로 옮겼다가 뒤에 돌아와서 아사달에 숨어 산신이 되니 그 때 나이 1,908세였다고 한다.
이 『고기』는 『제왕운기(帝王韻紀)』 · 『응제시주(應製詩註)』 · 『세종실록』 지리지에도 거의 비슷하게 인용되었다. 다만, 『제왕운기』에는 단군신화가 『본기(本紀)』의 인용인 것으로 되어 있는데, 환웅천왕이 손녀로 하여금 약을 먹여 사람의 몸이 되게 하고 단수신(檀樹神)과 혼인시켜 단군을 낳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삼국유사』의 『고기』와 다른 내용이다.
『응제시주』 및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단군신화가 각각 『고기』 및 『단군고기』의 인용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단군을 부여계(扶餘系)로 연결시키고 있다. 이 부분은 『삼국유사』에 언급되어 있지 않다. 『단군고기』는 『삼국유사』 이전의 어떤 기록에도 실려 있지 않다. 이 점 때문에 『단군고기』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학자에 의하여 부정적으로 연구되었다. 그들은 이 내용이 몽고의 압제 밑에서 신음하는 고려 백성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하여 불교도인 일연(一然)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일본인의 연구는 전혀 무의미한 것이다. 중국 산동성(山東省) 가상현(嘉祥縣) 무씨사당(武氏祠堂)의 석실(石室)에 붙인 화상석(畫像石)의 내용은 이설이 전혀 없지는 않으나, 『단군고기』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이 인정되었다. 무씨사당은 전한(前漢) 때 만들어졌으므로 『단군고기』는 일연보다 무려 1,200여 년이 앞선 시기에 한반도는 물론, 산둥반도를 포함해서 동북 아시아 일대에 알려져 있었던 셈이다.
의의와 평가
『단군고기』는 우리 민족의 시조 신앙으로서 이미 오랜 세월을 두고 전승되어 왔으며, 이는 역사기록과 신화라는 두 가지 입장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역사기록으로서 단군신화는 고조선 건국 당시의 사회상을 알려준다. 단군은 서기전 2333년에 고조선을 건국했다고 하나, 국가가 성립되려면 그 사회가 적어도 청동기시대에 진입해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청동기시대는 서기전 10세기 이상으로는 추산되지 않는다. 고조선의 건국 연대는 대략 이때여야 한다. 앞으로 청동기시대를 서기전 20세기 이상으로 잡을 수 있는 고고학적 연구가 뒷받침된다면, 고조선의 개국 시기도 더 빨라지게 될 것이다.
한편, 신화로서 단군신화는 청동기뿐 아니라 그 이전 시대에서부터 전승되어 온, 선인들의 습속이나 신앙 · 제도를 포함하고 있다. 『단군고기』에 포함된 이러한 문화 요소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민족 문화의 전승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결국, 『단군고기』는 국조 단군의 행적인 역사기록으로 보아야 하는 동시에, 그 속에 신화의 영역을 남겨 두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삼국유사(三國遺事)』
『제왕운기(帝王韻紀)』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
『응제시주(應製詩註)』
『단군신화(檀君神話)의 신연구(新硏究)』(김재원, 정음사, 1947)
｢단군고기(檀君古記)의 이해방향(理解方向)｣(김두진, 『한국학논총(韓國學論叢)』 5, 1982)
｢단군설화(檀君說話)의 해석(解釋)과 아사달문제(阿斯達問題)｣(이병도, 『한국고대사연구(韓國古代史硏究)』, 박영사, 1976)
｢고조선(古朝鮮)의 제문제(諸問題)｣(이기백, 『한국고대사론(韓國古代史論)』, 탐구당,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