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권 1책의 목판본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정기룡(鄭起龍, 1562~1622)의 활동상을 알려 주는 자료이다.
경상북도 상주시에 있는 정기룡의 후손 정기목(鄭基木)이 이 책을 소장하고 있다. 이 책은 1975년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영인(影印)· 발간(發刊)된 바 있으며, 이후 영남대학교에서 한글로 번역[國譯]되었다.
정기룡에 관한 기록은 정기룡의 사후(死後) 조정융(曺挺融)이 찬한 「사적(事蹟)」만 있었다. 그런데 이 「사적」은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정기룡의 실상을 온전히 전해 줄 수 없었으므로, 1718년(숙종 44) 후손 정윤(鄭綸)의 요청으로 채휴징(蔡休徵)이 정기룡의 「연보」를 편찬하게 된다. 『매헌실기』는 바로 이 「사적」과 「연보」를 1책으로 합쳐, 1746년(영조 22) 그의 후손 정구정(鄭龜禎)에 의해 간행된 것이다.
권두에는 채휴징이 1718년에 찬한 「매헌실기서」와 1746년에 작성된 작자 미상의 「매헌사적부서」가 있다. 권1에는 정기룡의 「세계도(世系圖)」와 「총서대략(總敍大略)」, 그리고 채휴징이 작성한 연보가 있다. 권2에는 정기룡의 사적 및 김태일(金兌一)의 발문(跋文), 송시열(宋時烈)의 「신도비병서(神道碑竝序)」, 이만부(李萬敷)의 「묘갈명병서(墓碣銘竝序)」를 비롯하여, 어제문(御製文), 제문(祭文), 만사(輓詞), 교유서(敎諭書), 황조사감군증(皇朝史監軍贈), 증시(贈詩), 잡부(雜附) 등이 실려 있다.
정기룡은 1586년(선조 19) 무과에 급제한 뒤, 1592년(선조 25) 경상우도방어사 조경(趙儆)의 휘하에서 종군(從軍)하면서 거창현의 신창 전투에서 왜군 500여 명을 격파하였고, 곤양수성장이 되어 왜군의 전라도 진출을 막았다. 1597년(선조 30) 토왜대장으로 고령(지금의 경상북도 상주시)에서 왜군을 대파하고 적장을 생포하였다. 특히 조선에 파병된 명군(明軍)과 화합하여 효율적인 연합 작전을 수행하여 명군 지휘부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1601년(선조 34) 경상도방어사를 지냈다.
『매헌실기』는 정기룡 개인의 전기(傳記)를 집성한 자료일 뿐만 아니라,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관한 귀중한 사료(史料)이다. 특히 전란(戰亂) 중 적의 후방이었던 조령 이하에서의 유격전(遊擊戰)은 매우 소중한 기록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우리나라의 전쟁사 · 전략사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이 책에 수록된 「연보」는 한 인물의 전기로서 거편(巨篇)이면서, 본문에 붙인 주문(註文)은 그 나름대로 문학성을 갖춘 서사문(敍事文)이다. 전쟁의 실제 상황에 대한 박진감 있는 묘사,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의 인간 정기룡에 대한 형상 묘사 등 전쟁문학(戰爭文學)의 차원으로까지 승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