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은 외형적으로 변이가 있으며, ‘베르그만의 법칙’이라는 추운 지역일수록 몸 체적의 크기가 커지는 현상을 잘 반영하고 있는 동물이다. 따라서 체구가 가장 큰 개체군의 서식지는 러시아 주1 지역이며, 중국 동북부, 한반도 북부 그리고 한반도 중남부 및 일본 홋카이도, 일본 혼슈 순으로 체구가 작아진다. 쓰시마사슴과 야쿠시마사슴, 대만사슴이 가장 작은 편이다. 고산의 삼림 지대나 초원에서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는 반추 동물로 이끼, 나뭇잎, 나무 열매, 수초 등을 먹고 산다.
사슴의 종류는 전 세계에 걸쳐 사슴과 7아과에 16속 47종에 150~200여 아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토끼와 같이 작은 크기의 사슴이 있는가 하면 말처럼 큰 사슴도 있다. 현존 사슴류는 초원 지대에서 삼림 지대까지 다양한 서식지로 적응방산(適應放散)하여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전대륙, 지중해 섬들, 말레이 군도, 필리핀, 일본 등지에 널리 서식하고 있다.
‘사슴’하면 우아한 뿔을 연상하지만 뿔은 수컷만의 점유물로, 뿔은 교미기 수컷끼리의 싸움에 이용된다. 암컷을 지배하고 따르게 하는 위용과 무기의 상징이기도 하다. 예외로 순록과 캐리보우사슴은 암컷도 뿔을 가지고 있으며, 고라니와 사향노루는 암수 모두 뿔이 없다.
사슴의 뿔은 탈각(落角) 현상이 있는데, 종족 보존을 위한 교미 시기가 끝나면 수컷끼리 싸움을 하지 않으며, 무기로서의 기능을 다한 뿔은 저절로 떨어져 나간다. 뿔이 떨어지면 새로운 뿔이 전두골(前頭骨)에서 자라 나오는데, 이것은 골질(骨質)이 급속히 자란 것이다. 생장하는 뿔은 두골(頭骨)의 혈액 공급기구와 생리적으로 결합하고 있으며, 혈액이 뿔의 끝까지 순환한다. 뿔의 피부는 보드라운 털로 덮여 낭각(囊角)을 형성하는데 이것을 서양에서는 벨베트(Velvet)라 일컬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녹용(鹿茸) 상태라 말한다.
뿔은 첫해에는 연골로 되어 있어서 이것을 대각(袋角)이라고 부른다. 화골(化骨)됨에 따라서 포피(包皮)는 나무껍질과 같이 벗겨져 골질각(骨質角)이 된다. 한 살이 되면 가지가 없는 뿔이 돋아나고 두 살이 되면 몇 개의 가지로 갈라진 뿔이 나타나서 나이를 먹을수록 계속 늘어난다. 12살 이상이 되면 뿔의 모양이나 가지 수에 변화가 없다. 새로운 뿔이 생장하여 차츰 각질화되면서 완전히 굳어지면 발정기를 맞게 되며, 뿔은 무기가 되는 것이다.
사슴의 뿔은 성호르몬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뿔이 떨어져 새로운 뿔이 자라 나오는 약 3개월은 고환에 정충(精虫, 수컷의 생식세포)이 생성되지 않으며, 녹각(鹿角)을 형성하면서부터 정충의 생성은 활발해지고 낙각이 되면 정충의 생성은 소멸된다. 즉, 뇌하수체전엽[Anterior lobe of pituitary gland]과 갑상선[Thyroid gland]은 뿔의 형성에 관여하여 뿔의 생장을 돕는 반면, 피츄이타리(pituitary)는 웅성호르몬인 테스트스테론(teststerone)을 자극시켜 뿔의 녹각화(鹿角化)를 촉진시킨다는 사실이다. 만일 수컷의 생식기를 거세하면 데스트스테론이 생기지 않아 뿔이 자라나오지 않게 된다.
뿔이 떨어지는 시기나 교미 시기 등은 각 사슴의 종류에 따라 일정치가 않다. 일본, 대만, 중국 대륙 등지에 널리 서식하는 꽃사슴이라 일컫는 일본사슴들은 대개 45월에 낙각(落角)이 되며, 9l0월에 발정이 일어나 수놈은 여러 마리의 암놈을 거느리며, 유라시아에 사는 노루는 겨울에 뿔이 떨어진다. 또 북미에 있는 흰꼬리사슴[White-tailed deer]은 가을에 교미하여 한겨울까지는 뿔이 떨어진다. 인도와 스리랑카에 서식하는 흰 반점이 뚜렷한 호그사슴[Hog deer, 일명 돼지사슴]은 보통 봄에 교미하고 8월에 뿔이 떨어진다. 열대 지방의 사슴은 교미 시기가 일정치 않으며, 뿔이 떨어지는 시기도 마찬가지이다.
식물을 주식으로 하는 초식 동물인 사슴의 형태적 특징은, 그들을 먹이로 하는 육식 동물로부터 달아나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였다. 천적으로부터 빨리 도주하기 위하여 다리는 가늘고 길며, 뒷다리가 잘 발달하여 도약력이 강해지고, 발가락의 수가 감소하였으며, 발톱이 변하여 달리는데 적응한 발굽 모양으로 변화하였다. 네 발에는 각각 4개씩의 발가락이 있는데 제3, 4 발가락이 매우 발달되어 있어 체중을 지탱해 주며, 제2, 5 발가락은 발달되지 않아 땅에 닿지 않는다.
눈은 둥글고 크며, 시야가 넓어 포식자의 접근을 피하는 데 유리하다. 목은 굵고, 주둥이는 길고 뾰족하다. 귓바퀴는 좁고 길며 위쪽으로 향해 있다. 청각이 매우 발달하여 귀를 세워 항상 주위를 경계하며 걸어 다닌다. 치아는 32~34개[치식 0/3, 0-1/1, 3/3, 3/1]이다.
몸은 털로 덮여 있는데 겉 털은 가늘고 곧으며, 겨울에 잘 발달하는 속 털은 꼬불꼬불하고 부드럽다. 유두는 사향노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2쌍을 가지고 있다. 사향노루와 고라니를 제외한 사슴은 담낭[쓸개]이 없어서 담즙이 생산되어도 담낭에 저장되지 못하고 곧바로 십이지장으로 들어간다. 사슴은 소화 과정 중에 녹용 성장, 신체 유지 등을 위한 중요한 영양분인 단백질을 보다 효율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탄닌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탄닌은 식물이 초식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진화 과정에서 생성된 물질로 이를 섭취한 동물들에게 소화 장애를 유발시키고 심하면 폐사에까지 이르게 하는 독성 물질이다.
사슴은 이러한 식물의 진화 과정에 맞추어 공동 진화하여 소에 비해 3~4배 정도 큰 타액선[침샘]을 갖고 있다. 타액에는 소에 비해 월등히 많은 양의 프롤라인리치 프로틴(Proline-rich Protein)이 함유되어 있다. 바로 이 성분이 사료내의 탄닌을 중화시켜서 단백질과 결합시켜 제1위 내에서 미생물들로부터 단백질을 보호하여 통과[By-pass]시키고, 제4위와 소장에서는 분리되어 단백질이 소화될 수 있게 해줌으로써 단백질의 소화 이용률을 높여 주게 되며, 남아 있는 탄닌 독성찌꺼기는 소보다 큰 간에서 해독시키는 소화 구조를 갖고 있다.
단태동물(單胎動物)로 46월에 보통 한 마리의 새끼를 출산하며, 드물게 두 마리를 출산하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임신 기간은 7개월[약 30주], 교미 시기는 9월 말에서 11월 초이다. 새끼는 담홍색을 띠며, 몸에 흰색의 반점이 있으며, 1년 반에서 2년 뒤에 성적으로 성숙한다. 일부다처의 사회로 번식기 때는 수컷들 사이에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며 세력권을 가진다. 야생에서의 수명은 1020년 정도, 사육시는 25년 내외이다. 성적이형(性的二型)[sexual dimorphism]이 뚜렷하여 성체의 경우 수컷의 몸의 크기는 암컷의 1.5배 정도이다. 천적은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와 같은 식육류이다.
사슴은 가을의 발정기[교미기]를 제외하고, 암수가 따로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암수과 같은 장소에서 채식하거나 휴식하기도 하나, 이러한 무리는 사회적으로 안정된 무리가 아니다. 암컷들은 어미와 딸 간의 혈연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암컷그룹을 만들어 1년 내내 함께 행동하며, 수컷은 발정기 이외에는 수컷그룹을 만들지만, 구성원이나 마리 수는 항상 변화하며 불안정하다.
수컷그룹 가운데 체중이 무거운 개체가 지위가 높은 경향이 있지만, 발정기 때와 같은 격렬한 싸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수컷 어린 개체는 12살 무렵까지 암컷그룹 내에서 생활하고, 그 후 독립하여 수컷그룹에서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무리의 크기는 서식 환경의 차이에 따라 변화가 많다. 즉 삼림 환경에서는 23마리의 그룹으로 생활하지만, 초원이 많은 환경에서는 그룹이 서로 모여 10마리 정도의 집단으로 생활하고, 초원에서는 일시적으로 몇 무리의 암컷그룹과 수컷그룹이 함께 있는 경우도 있다.
사슴의 뿔은 녹용이라 하여 귀한 한약재로 취급되고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이의 효능을 “성이 온(溫)하고 미(味)가 감산(甘酸)하고 무독하니 허하고 피로한 데, 사지와 등이 저리고 아픈 데, 남자의 신(腎: 한방에서 말하는 신은 콩팥과 동시에 성욕 · 생식 기능을 가리킨다)의 허랭, 무릎의 무력, 설정(泄精), 여인의 붕루혈(崩漏血), 적백대하증(赤白帶下症) 등을 다스리고 태를 편히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녹용은 새로 돋아난 사슴의 뿔을 가리키는 것으로 혈관이 많고, 외면은 부드러운 잔털로 덮여 있다. 보통 석회질과 콜라겐으로 이루어진 골질이다. 이와 같이 유연하던 뿔은 5, 6월을 지나면서 점차 굳어지고, 혈관도 줄어들고, 부드러운 잔털도 없어져서 마침내 단단한 각질이 된다. 이 각질의 뿔은 다음해 봄에 떨어지고 새로운 뿔이 돋게 된다.
일제강점기에는 봄철이 되면 백두산 일대를 비롯하여 멀리 홍안령에 이르기까지 녹용을 찾는 사냥꾼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녹용을 채취한 다음 부패를 방지하는 처리를 하여 중간 상인들에게 넘겼다. 부패를 방지하는 처치는 다음과 같았다.
먼저 사슴을 잡으면 뿔에 두골의 일부를 붙여서 베어낸다. 이것을 즉시 열탕에 담그는데, 대략 0.5초 정도 담근다. 만약 열탕에 담그는 시간이 지나치면 녹혈이 익어서 값없는 물건이 되고 또 시간이 부족하면 부패하여 버린다. 열탕에서 끄집어낸 녹용은 나뭇가지에 달아매고 4척(尺)쯤 밑에서 미약한 화기(火氣)로 말린다. 화력이 너무 강하면 역시 녹혈이 익어서 좋지 않다.
녹용의 품질은 상 · 중 · 하의 세 가지로 나뉜다. 뿔에서 머리에 가까운 것이 하품이고, 제일 끝 부분이 상품, 중간 부분이 중품이다. 산지에 따라서도 품질에 차등을 두었다. 가장 상품으로 친 것은 강원도산 매화록(梅花鹿)의 뿔이었고, 중품은 남해 여러 섬과 경상남도에서 서식하던 매화록이었다. 가장 하품으로 치던 것은 적록의 뿔이었다. 녹용을 베어낼 때 나오는 생혈도 보약으로 이용되었다.
『동의보감』에서는 “녹혈은 허를 보하고 요통 · 폐병 · 토혈 · 붕루대하(崩漏帶下)를 다스린다. 어떤 사람이 사냥을 하다가 길을 잃어서 기갈한 나머지 사슴을 잡아서 피를 마시니 문득 기혈이 장성(壯盛)하고 강건해졌는데 어떤 사람이 이것을 본받아서 사슴의 녹각 사이의 피를 내어서 마시니 효과가 많았다.”고 기술되어 있다. 사슴의 고기는 지방이 적고 노린내가 없어서 꿩고기와 더불어 조선시대에는 매우 애용되었다.
『산림경제(山林經濟)』 ·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 『고사십이집(攷事十二集)』 · 『규합총서(閨閤叢書)』 등에서는 “사슴고기를 냉수에 넣고 삶아 7, 8분쯤 익혀서 먹는다. 지나치게 익으면 건조해서 맛이 없고, 사슴의 혓바닥이나 꼬리도 같은 방법으로 삶는다. 또 이것을 구우려면 끓는 물에 반만 익혀 다시 굽는다.”고 하였다. 사슴고기로 국을 끓이려면 사슴고기를 깨끗이 씻어 말려 술 · 식초로 데치고 여기에 소량의 천초 · 회향 · 계핏가루 등을 넣고 술 · 초 · 장에 버무려 파 몇 뿌리를 섞어 자기에 밀봉하여 중탕한다고 하였고, 포를 만들려면 껍질을 벗기고 작게 썰어 소금 · 천초 · 실파 · 술에 버무려 겨울이면 3일, 여름이면 하루를 두었다가 꺼내 실로 묶어 볕에 말린다고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조선 말엽까지 진도와 완도에 궁중에서 사용하기 위한 수록(水鹿)이 방목되었다. 이곳은 일체의 사냥이 금지되었고, 오직 해마다 한 번씩 늦봄에 특정 사냥꾼이 가서 녹용을 채취하여 궁중에 공납하였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녹용을 영약(靈藥)으로 여겨왔으며, 이를 채취하기 위하여 양록장을 설치, 운영하였다. 조선 후기 홍만선이 저술한 『산림경제』에 처음으로 사슴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여기에 사슴과 노루를 순화시키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조선시대 왕가에서는 왕실에 소용되는 녹용 조달을 위해 왕실 직영의 사육장을 금강산과 경상남도 통영에 설치하여 사육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1910년경 강원도 난곡에서 300마리 정도의 사슴이 사육된 적이 있었고, 1920년경 러시아인들이 피난지 함경도 주을지방에서 사슴을 사육하였으며, 1940년에 만주에서 적록 120마리를 가져와서 개성에서 사육하다가 1945년 서울로 일부가 반입되어 길러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1955년 대만으로부터 대만꽃사슴[Formosan spotted deer] 25마리가 수입된 이후 일본, 대만 등지로부터 수입되거나 기증된 꽃사슴류들이 몇몇 농장에서 번식, 사육되었다. 1969년에는 300여 마리의 순록이 제주도에 도입된 적이 있으며, 1973~1975년 사이에 사슴 사육의 붐을 타고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일본, 대만 등지로부터 붉은사슴, 엘크사슴, 삼바사슴, 대만사슴, 쓰시마사슴, 북해도사슴, 야쿠시마사슴, 일본사슴, 대륙사슴, 순록, 헬로우사슴, 사불상사슴 등 약 1천여 마리가 수입되면서 사슴 사육두수는 급격히 증가하였다.
1990년대 중반에는 8,000여 농가에 17만 마리가 사육되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는 사슴농가에서 사육되던 개체가 우리를 탈출하거나 방사된 개체가 자연생태계에 정착하여 분포, 확산되면서 고유의 자연생태계를 교란하거나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