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국어에는 유성음과 무성음과의 음운론적 대립이 없고 양자 사이의 음성적 차이만 있기 때문에 유성음과 무성음의 각각의 짝은 해당되는 음운의 이음(異音, 또는 變異音)으로만 기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떤 음운이 환경에 따라 유성음 또는 무성음으로 실현되는데, 유성음으로 실현되는 현상 또는 규칙을 유성음화라 한다.
현대국어에서 모음, 비음(ㅁ, ㄴ, ㅇ) 및 유음(ㄹ)은 정의적 표현의 경우 이외에는 흔히 모두 유성음으로만 실현되고, 순수 자음 중에서 ‘ㅅ’과 격음(ㅊ, ㅋ, ㅌ, ㅍ) 및 경음(ㄲ, ㄸ, ㅃ, ㅆ, ㅉ)은 무성음으로 실현되는데, 나머지 순수자음들, 즉 ‘ㄱ, ㄷ, ㅂ, ㅈ, ㅎ’은 유성음 사이에서는 유성음으로, 그 밖에는 무성음으로 실현되어 이 경우에 유성음화규칙이 이음규칙으로서 적용된다.
이를테면 ‘ㄱ, ㄷ, ㅂ, ㅈ, ㅎ’은 모음 사이에서, 또는 비음 및 유음과 모음 사이에서 [g, d, b, ʤ, ɦ]로 각각 실현된다(가게, 사다리, 도배, 사자, 표현, 감기, 영동, 담배, 천지, 감히 등). 이 중에서 ‘ㅎ’은 받침 외의 경우 유성음 사이에서 흔히 탈락하는 것으로 『표준어규정』의 표준발음법에서 규정하고 있다(낳은[나은], 쌓이다[싸이다], 많아[마ː 나], 싫어도[시러도] 등).
『훈민정음』에서는 유성음을 중국음운학의 용어에 따라 불청불탁(不淸不濁)으로 분류하였는데, ‘ㆁ, ㄴ, ㅁ, ㅿ, ㅇ, ㄹ’ 이외에 ‘ㅸ’이 더 있었다. 현대국어에는 없는 ‘ㅿ, ㅸ’은 각각 /z/, /β/에 해당되는데, 이들은 특히 용언 어간말 위치에서 무성음 앞에서 무성음화하였다. 예컨대, ‘지ᅀᅥ, 지ᅀᅳ면∼짓고, 짓더니’라든가 ‘더ᄫᅥ, 더ᄫᅳ면∼덥고, 덥다’ 등과 같이 교체하는 경우이다.
이는 음성현상으로서의 이음규칙이 아니라 음운교체로서의 음운규칙에 따른 것이다. ‘ㅅ’과 ‘ᅀᅠ’ 그리고 ‘ㅂ’과 ‘○’은 당시에 음운론적 대립을 지닌 각각의 음운으로서의 자격이 있었기 때문이다. ‘플〔草〕+서리〔中〕>프ᅀᅥ리, 한+숨>한ᅀᅮᆷ〔嘆〕’ 등이라든가 ‘ᄀᆞᄅᆞ〔粉〕+비〔雨〕>ᄀᆞᄅᆞᄫᅵ, 대〔竹〕+밭〔田〕>대ᄫᅡᆮ’ 같은 예들은 ‘ㅅ>ᅀᅠ’ 또는 ‘ㅂ>ㅸ’ 같은 유성음화를 거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