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강정선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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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강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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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1792년(정조 16)에 제작된 작자 미상의 가사.
이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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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강정가(合江亭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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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1792년(정조 16)에 제작된 작자 미상의 가사.
내용

‘합강정가(合江亭歌)’라고도 한다.

전라북도(현,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과 남원 사이로 흐르는 적성강(赤城江) 부근의 합강정에서 전라감사 정민시(鄭民始)를 비롯한 여러 고을 관장(官長)들이 모여 호화로운 뱃놀이를 하는 광경을 보고 노래한 작품이다.

「합강정가」의 병서(並書)에 기록된 ‘전라감사 정민시(鄭民始)가 임자(壬子) 추구월(秋九月)에 순력순창(巡歷淳昌)하야 합강정(合江亭)에 선유(船遊)할새……그○ 전라도 사람이 이 노ᄅᆡ를 지어서 기록하니’로 보아 작품의 등장인물(주인공)과 제작 연대 및 지리적 배경까지도 짐작하게 하고 있다.

이 가사가 수록된 문헌은 5종의 이본이 있는데,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용기(李用基)가 엮은 『악부(樂府)』에 실린 것은 뒷부분이 낙질되어 전문이 소개되지 않았다. 최초로 전문이 소개된 것은 위계환(魏桂煥) 소장의 『가칭삼족당가첩(假稱三足堂歌帖)』에 순한글로 필사된 것이 있으며, 이왕직도서관 아악부 소장본인 『가집(歌集)』 4권 중 제1권과,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사본에 수록된 국한문혼용의 가사 및 간단한 해제도 함께 소개되었다.

또 경상북도 칠곡군 약목면(若木面) 신홍섭(申弘燮) 가장본(家藏本)인 『속기아(續箕雅)』라는 필사본에도 수록되어 있다. 『가칭삼족당가첩』 외의 네 가지 이본에는 모두 제목이 ‘합강정가’라고만 되어 있다.

위 5종의 이본 중에서 작품이 소개된 3종의 이본을 비교해 보면, 이왕직도서관 소장본인 『가집』과 『가칭삼족당가첩』에 실린 작품은 표기법의 차이와 몇 군데 구절 순서가 바뀌었을 뿐 거의 같다. 이 에비하여 출처 불명의 필사본에 실린 것은 후반부에 심한 혼란과 구절의 탈락 현상을 나타내고 있어 앞의 두 가지 이본의 것이 보다 원형을 보존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집』을 기준으로 하면 4음보 1행을 기준으로 모두 42행이다.

내용은 편의상 일곱 문단으로 나눌 수 있다. 제1단에서는 호화로운 순상(巡相, 곧 觀察使)의 뱃놀이를 보고, 백성들의 어려운 사정은 돌아보지도 않고 뱃놀이와 취락(醉樂)에만 탐닉하는 순상을 원망하며 슬퍼하였다.

제2단은 배 안에서는 은린옥척(銀鱗玉尺)으로 회(膾)를 치고 지지며 즐기고 뭍에서는 온갖 음식으로 풍악이 진동하는데, 그것도 부족하여 백성들의 원망은 아랑곳없이 밤중까지 놀이를 계속하여 횃불이 십리장강(十里長江)을 꽃밭같이 이루었음을 노래하고, 제3단에서는 기생들의 득의에 찬 교태와는 대조적으로 비굴하게 아첨하는 수령 관장들의 언동을 풍자적으로 야유하였다.

제4단은 홍수와 가뭄에 상처 입은 백성들이 방백(方伯)의 순력(巡歷)에 혹여 어려움을 덜어줄까 바랐더니 뱃놀이다 뭐다 하여 오히려 착취와 민폐만이 한량 없음을 노래하고, 제5단은 빈번한 관인 접대에 사방 부근의 닭과 개들이 멸종할 지경이며, 방아품삯으로 받은 양식조차 관인 접대에 바치기 바쁜 판이니 이러한 놀이를 다시 또 했다가는 백성들이 굶어죽기 알맞을 것이라고 탄식하였다.

제6단에서는 먼저 태평성대에 편안하게 지내던 백성들이 순찰사 한 사람의 호사로 말미암아 정처 없이 흩어져 걸식을 하게 되니 상제님께 축원하여 임금의 어질고 사랑하는 마음이 만백성에게 고루 미쳐주기를 기원하고는, 다시 사리사욕만 일삼고 뇌물에만 눈이 어두운 관장을 야유하며 개탄하였다.

제7단에서는 호사와 가렴주구(苛斂誅求)가 심해도 여러 고을 어느 선비 하나 말하는 자 없음을 통탄하면서 지금의 순상이 비록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지만, 임금을 보필해야 할 신하의 도리를 잊고 끝내 임금의 은혜를 배은망덕하면 이윽고는 그 재앙이 자손에게까지 미치리라는 것을 경고하였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양반관료들의 온갖 추태를 생생하게 폭로하고, 나아가서는 관료들의 잔인한 수탈상과 농번기도 아랑곳없이 관찰사 한 사람의 호사스런 뱃놀이를 위해 한 달간의 참혹한 강제노동, 그리고 엄청난 재산의 낭비와 공공연한 회뢰(賄賂: 뇌물을 주거나 받는 행위)의 성행 등 당시 상층사회의 타락된 부패상이 여지없이 폭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와 대조적으로 서민들의 도탄에 빠진 참혹상과 양반 관료들에 대한 불신과 불평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최종적으로는 국왕의 성은을 찬미하고 성덕에 의존하려고 하면서도 서서히 서민들 스스로의 자각정신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점으로 보아, 이 작품은 서민정신에 입각한 서민의 손에서 이루어진 완벽한 서민문학이라는 점에서 국문학상 의의가 있다. 또한 다른 서민문학과는 달리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하였고, 제작 연대가 분명한 서민가사라는 점에서 국문학사의 시대 구분에 있어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참고문헌

『존재전서(存齋全書)』
『한국가사문학의 연구』(이상보, 형설출판사, 1974)
「악부연구」(박성의, 『고려대학교육십주년기념논문집』, 1965)
「합강정선유가고」(이종출, 『어문학논총』7, 조선대학교, 1966)
「합강정가연구」(윤성근, 『어문학』18, 한국어문학회,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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