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는 1950년 사상가 함석헌이 성서적 입장에서 한국의 역사를 해석하여 출판한 역사서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성서조선』에 연재하였던 글을 해방 이후 단행본으로 펴낸 것으로서 우리 민족의 역사를 기독교적 섭리사관에 의해 고난의 역사로 서술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1930년 평안북도 정주 주1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함석헌이 무교회주의 모임에서 강연한 내용을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라는 제목으로 『성서조선』에 연재했고, 해방 이후 이를 묶어 1950년에 동일한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판했다. 여기에 해방과 6·25를 덧붙여서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라는 제목으로 1954년에 증보 개정판을 냈다. 1961년에 기존의 원고를 대폭 수정하여 『뜻으로 본 한국역사』 3판을 발간했고, 1965년에 다시 4판을 냈는데, 이번에는 4·19와 5·16에 대한 평가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 서문을 덧붙였다. 초판에서는 “성서의 자리에서만 역사를 쓸 수 있다.”라고 했지만 4판에서는 “내게는 이제는 기독교가 유일한 참 종교도 아니고, 성서만 완전한 진리도 아니다.”라고 하면서 그동안 변화된 자신의 사상적 입장을 밝혔다.
함석헌은 이 저서에서 종교적인 관점으로 한국사에 접근하고자 했다. 그는 1930년대 당시 역사학계를 지배하던 유물론적 주2을 비판하고, 역사를 주3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 정신사의 핵심을 종교에서 찾았다.
함석헌에 의하면 유교와 불교는 한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근대 이후에는 두 종교의 역할이 끝났다. 이때 등장한 것이 기독교다. 그런데 먼저 들어온 천주교는 이 사명을 잘 감당하지 못했고, 뒤이어 들어온 개신교가 그 사명을 맡았다. 이처럼 개신교는 근대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해방 이후에는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책은 종교적 관점과 동시에 주4적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고조선과 고구려를 주5로 하는 민족사관에 입각하여 한국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이 관점에 따르면 원래 한민족은 만주와 한반도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데 이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이 고구려다. 따라서 신라의 삼국통일은 한민족의 무대를 한반도로 축소한 것이며, 고려는 실패한 주6이며, 주7을 포기하고 조선을 세운 이성계는 한민족의 염원을 저버린 인물이다. 현재의 남북 주8도 강대국의 장난이며, 민족 주체성의 결핍을 보여준다.
이러한 그의 종교사관과 민족사관은 한민족의 역사를 고난 받는 민중의 역사라고 이해하는 고난사관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역사는 강대국에 짓밟힌 고난의 역사이며, 한민족은 ‘수난의 여왕’이다. 그러나 이런 고난 가운데 민중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 따라서 한민족의 역사는 패배의 역사가 아니라 고난이 지닌 심오한 의미를 실현해 가는 섭리의 역사이다.
이 책은 1930년대 주9 지식인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조선학 운동과 국학 운동에서 일정한 자극을 받는 한편, 일본 무교회운동과 관련된 후지이 다케시(藤井武)의 『聖書에서 본 日本』(1929)에서 나름의 시사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당시 유행한 실증사학의 엄밀한 주10 비평이나 방법론은 택하지 않았다. 따라서 학문적 독창성이나 주11이 결여된 것으로 평가되기 쉽다. 그렇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엄밀한 학문적 방법론에 입각한 객관적 역사 서술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당시 우리 민족이 처한 상황을 기독교적 역사관에 입각하여 일관되게 서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을 뿐이다. 따라서 이 저작은 종교 민족주의의 자리에서 한민족의 역사를 서술한 대표적인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