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적 분포는 한 쌍의 언어음이나 언어 형식에서, 어느 한쪽은 다른 한쪽이 나타나지 않는 환경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어떤 음성들이나 형태들이 상보적 분포를 이루는 것을 변이음, 이형태라고 한다. 한 환경에서는 하나의 변이음이나 이형태만 오기 때문에 배타적 분포라고도 한다. 상보적 분포는 어떤 음성들이나 형태들이 하나의 음소나 형태소인지를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 상보적 분포를 이루고 있는 음성들은 한 음소에 속하는 변이음이다. 상보적 분포를 이루고 있는 형태들은 한 형태소에 속하는 이형태들이다.
한 음소에 속하면서 음성적으로 달리 실현되는 소리들을 변이음 또는 이음이라고 하는데, 이들 변이음은 각기 실현되는 환경이 정해져 있으며 그 실현 환경은 서로 상보적 분포를 이룬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형태소는 음운론적으로 제약되거나 형태론적으로 제약된 이형태의 집합으로 규정되는데, 하나의 형태소를 구성하는 이형태는 그 분포가 음운론적 또는 형태론적으로 상보적 분포를 이룬다.
한 음소에 속하는 변이음이나 한 형태소에 속하는 이형태 [x]와 [y]는, [x]가 나타나는 환경에서 절대로 [y]가 나타날 수 없고, 반대로 [y]가 나타나는 환경에서 [x]가 나타날 수 없다. 예를 들면 [k]는 어두에서, 그리고 불파음 [k┐]는 단어말이나 무성 자음 앞에서, 유성 자음 [g]는 모음 사이 또는 유성 자음과 모음 사이에서만 나타난다. 즉 표면에서 확인되는 [k], [k┐], [g]는 같은 환경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없는 상보적 분포를 이룬다.
‘들-’은 ‘들었다’, ‘들어라’, ‘들으니’에서처럼 모음 앞에서만 나타나고 ‘든-’은 ‘듣는다’, ‘듣는’, ‘듣노라’에서처럼 ‘ㄴ’과 같은 비음 앞에서만 나타난다. ‘듣-’은 ‘듣고’, ‘듣지’에서처럼 비음 이외의 자음 앞에서만 분포되므로 ‘듣-’, ‘들-’, ‘든-’은 서로 상보적 분포를 이룬다.
대다수의 변이음이나 이형태들은 조건에 다라 다르게 실현되므로 한 환경에서는 하나의 변이음이나 이형태만 오는 것이 원칙이다. 이 사실을 활용하면 두 개의 음성이 한 음소인지 아닌지, 의미가 같은 두 형태가 한 형태소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곧 한 음소의 변이음으로 의심되는 음성들이나 한 형태소의 이형태로 의심되는 형태가 상보적 분포까지 이룰 경우 같은 음소에 속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목적격 조사 ‘을’과 ‘를’은 의미가 같으면서 자음으로 끝나는 체언 다음에서는 ‘을’이 나타나고 모음으로 끝나는 체언 다음에서는 ‘를’이 나타나며 그 반대의 경우에는 나타날 수 없다. 그러므로 ‘을’과 ‘를’은 상보적 분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한 형태소로 묶인다. ‘이’와 ‘가’도 같은 이유로 한 형태소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에게’와 ‘한테’는 ‘철수한테 주어라’, ‘철수에게 주어라’처럼 의미는 같다 하더라도 상보적이 아니기 때문에 한 형태소로 묶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