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오(兪鎭午)가 지은 단편소설. 『조선지광(朝鮮之光)』 1929년 9월호에 게재되었다. 1930년대의 지식인의 극심한 구직난을 다루고 있다. 문화정치 실시 이후 교육의 문호는 보다 넓게 열렸으나 졸업생을 수용할 직장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등장인물인 찬구는 졸업반 학생으로 취직을 하고자 하나 일본인 학생주임 T의 방해로 인하여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의 집안은 원래 양반집안인데 지금은 영락하여 오로지 찬구에게 모든 기대를 걸고 있다.
그를 위하여 아버지는 생계의 근거가 된 논밭을 다 팔아 등록금을 대었으며, 졸업을 앞두고는 살고 있던 집마저 팔아버렸다. 그러나 졸업을 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찬구는 취직이 안되고 고향집에서는 더 이상 참고 견딜 수 없게 되어 찬구를 의지하러 서울로 올라오겠다는 편지를 보내온다.
5월 어느 날 자신이 취직이 되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를 깨달은 찬구는 결국 T의 집을 찾아 굴복을 하고 만다. 그런 덕분이었는지 그에게 취직의 기회는 주어졌지만 또 보기 좋게 낙방하고, 견디다 못한 고향 식솔들은 상경하고 만다는 줄거리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취직난을 그리고 있다기보다는, 그것의 원인과 폐해를 분석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즉, 찬구와 같이 정의감이 강하고 타협할 줄 모르는 인물은 끝까지 취직이 되지 않는 반면에, S와 같이 일본인에게 아첨하고 비굴하게 순응하는 자는 성적이 나빠도 좋은 직장에 취직되는 모습을 대비시킴으로써, 취직난의 원인이 식민지구조 자체의 모순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취직이 되지 않아 괴로워하다가 끝내 T에게 비굴하게 굴복하고 마는 주인공의 모습과 시골집의 절박한 사정을 편지글을 통하여 병치시킴으로써, 이 작품은 식민지 치하의 제도적 불합리 폐해와 함께 파탄으로 치닫고 있는 민족 전체의 운명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