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악부(海東樂府)』는 필사본으로, 우리나라 역사 사실만을 소재로 삼아 창작한 연작 영사악부 시집이다. 모두 260수로 구성되어 있다.
이복휴의 종손가에서 소장하고 있는 필사본 이외에도, 서울대학교 가람문고본 · 서울시립 종로도서관본 · 버클리대학교 소장본 등 3종의 필사본이 더 전해진다. 종손 주3 『해동악부』는 『근기실학연원제현집(近畿實學淵源諸賢集)』 권5(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2002)에 주4되어 실려 있다.
종손 가장본 『해동악부』에는 1787년(정조 11) 4월에 이복휴가 직접 쓴 「해동악부자서(海東樂府自序)」와 그의 벗 조정헌(趙廷憲) 이 쓴 「해동악부가, 봉정담촌시옹(海東樂府歌, 奉呈澹村詩翁)」이라는 장편시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서문이 작성된 시기와 조정헌의 시에 이복휴가 10여 년 동안 『해동악부』 창작에 골몰하였다는 언급에 근거하여, 『해동악부』는 이복휴가 50세 무렵에 집필을 시작하여 59세에 일단락을 지은 중년 이후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해동악부』에는 단군(檀君)부터 자신이 태어나기 직전의 임금이었던 조선의 경종(景宗) 재위 때까지의 역사를 소재로 하여 우리나라 왕조의 변천사를 비롯해 역사적 사건이 통시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단군조선과 삼국시대 사이에 존재했던 고대 국가들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는 「환웅사(桓雄詞)」 · 「팔조영(八條詠)」 · 「살사탄(殺使歎)」 · 「마한곡(馬韓曲)」 · 「진한곡(辰韓曲)」 · 「변한곡(弁韓曲)」 · 「북부여(北扶餘)」 · 「동부여(東扶餘)」 등이 있다.
신라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는 박혁거세 [^5]의 탄생과 왕위 등극 이야기를 기록한 「알영정(閼英井)」을 비롯해 선덕여왕의 이야기를 기록한 「송자장(送慈藏)」, 김유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석굴서(石窟誓)」 등이 있다. 고구려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는 주몽의 이야기를 기록한 「유화곡(柳花曲)」과 「칠릉석(七稜石)」, 유리왕의 이야기를 기록한 「창원원(槍原怨)」 · 「도솔인(兜率引)」 · 「회소곡(會蘇曲)」 등이 있다. 백제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는 온조의 이야기를 기록한 「십제곡(十濟曲)」 · 「주근가(周勤歌)」, 소수림왕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고국원(故國原)」, 동성왕 시해 사건을 소재로 한 「가림탄(加林歎)」 등이 있다.
고려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는 왕건을 소재로 한 「권종중(勸從衆)」, 강감찬이 거란을 물리친 이야기를 기록한 「채붕연(綵棚宴)」, 희종 때 김수강(金守剛)이 몽고군을 물리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축수굴(逐獸窟)」, 공민왕 시해 사건을 소재로 한 「쇄신조(鎖神照)」 등이 있다.
조선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는 위화도회군을 소재로 한 「화원가(花園歌)」, 세조 왕위 찬탈 사건을 소재로 한 「두우원(杜宇怨)」과 「잠초격(潛草檄)」, 무오사화 이야기를 기록한 「답계몽(踏溪夢)」, 기묘사화의 전말을 기록한 「북문변(北門變)」, 임경업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우가전(牛家戰)」, 김육의 대동법을 소재로 한 「대동비(大同碑)」 등이 있다.
『해동악부(海東樂府)』는 다른 작가의 해동악부체 작품과는 달리 작품마다 ‘제목(題目)-사화(史話)-시(詩)’ 아래에 구체적인 주6’을 덧붙이고 있다. 사평에는 사실 고증, 사료 보충, 한국 및 중국의 다른 역사 사실과의 비교와 대조 등 다양한 내용이 실려 있다. 또한 왕조의 변천사에 초점을 둔 사화를 주로 선택하고 있으며, 시와 사평에서 많은 전고를 사용하고 있다.
『해동악부』는 서술내용이 대단히 상세하고 세밀하여 역사 · 고전문학 · 한문학 · 문화사 등의 전통문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또한 각 작품마다 자신의 주7을 개진한 사평을 시의 아래에 수록하고 있는 것은 현전하는 해동악부체 작품들 중에서도 독특한 점인데, 이는 문학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학 연구 자료로서의 가치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