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중국 주나라에서 태사(太師) · 태부(太傅) · 태보(太保)를 3공(公), 그 아래의 소사(少師) · 소부(少傅) · 소보(少保)를 3고(孤)라 하고, 다시 그 아래의 천관총재(天官冢宰) · 지관대사도(地官大司徒) · 춘관대종백(春官大宗伯) · 하관대사마(夏官大司馬) · 추관대사구(秋官大司寇) · 동관대사공(冬官大司空) 등을 6경이라 하거나 3고와 합쳐 9경이라 한 데서 비롯되었다.
『주례(周禮)』에 의하면, 관직에는 경을 비롯해 중대부(中大夫) · 하대부 · 상사(上士) · 중사 · 하사의 등급이 있었다. 경은 상대부(上大夫)에 해당하며, 이로부터 ‘공-경-대부-사’의 위계가 성립함을 알 수 있다. 진 · 한대에는 중앙의 태상(太常) · 광록훈(光祿勳) · 위위(衛尉) · 태복(太僕) · 정위(廷尉) · 대홍려(大鴻臚) · 종정(宗正) · 대사농(大司農) · 소부(少府) 등을 두고, 그 장관을 9경이라 하였다.
위(魏) · 진(晉)을 거치면서 중서성 · 상서성 · 문하성 등 3성(省)이 최고정무기관으로 성립되어 상서성과 6부(部)가 9경의 직무를 대신하면서 경은 사무기구인 9시(寺)의 장관으로 격하되었다. 당제(唐制)에 의하면 3성 · 6부 아래에 태상시 · 광록시 · 위위시 · 종정시 · 태복시 · 대리시(大理寺) · 홍려시 · 사농시 · 태부시(太府寺) 등 9시가 있고, 각 시에는 장관으로서 경과 차관으로서 소경(少卿)이 두어졌다.
우리 나라에서도 중국의 영향으로 신라시대에 몇몇 중앙 관청의 차관으로 두어졌지만,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고려 전기에 당제를 모방하면서부터이다. 고려 문종 때 정비된 관제에 따르면 위위시 · 대복시 · 예빈성(禮賓省) · 대부시 · 사재시(司宰寺) 등에 종3품 관직으로 두어졌으며, 모두 정3품 판사(判事) 아래의 차관직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모두 혁파되었다가 1895년 궁내부(宮內府) 소속 원(院)의 장관으로 다시 설치되었다.
한편, 경은 일정한 등급의 관리들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6부의 상서(尙書)를 6경이라 통칭했으며, 조선시대에도 6조의 판서(判書)를 6경이라 하여 영의정 · 좌의정 · 우의정과 함께 3공 · 6경이라 하거나, 6조 판서와 의정부의 좌 · 우참찬, 한성부 판윤 등 정2품 관직을 합쳐 9경이라 부르는 관례가 있었다. 또한 다른 사람에 대한 존칭으로도 쓰였는데, 특히 진 · 한 이후로는 임금이 신하를 부르는 호칭으로 사용되었고,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2품 이상의 관리를 부르는 호칭으로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