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162면. 원명은 ‘물네방아’이다. 1939년 청색지사(靑色紙社)에서 간행하였으며, 장정은 구본웅(具本雄)이 맡았다. 총 109편의 작품을 본문격인 ‘물레방아’와 부록으로 붙인 ‘가요시초(歌謠詩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싣고 있으며 작자 자신의 발문이 붙어 있다.
‘물레방아’에는 「물레방아」·「잃어진 무덤」·「노구(老狗)의 회상곡(回想曲)」·「석양에 먼길을 떠났드러니」·「자취없는 길」 등 67편, ‘가요시초’에는 「그 곡조」·「다듬이 소리」·「버드나무그림자에」·「산넘어 그리운님」·「청춘의 고향」·「눈물어린 그림자」 등 42편이 실려 있다. 수록 시들은 대체로 전통적인 서정의 세계를 정형에 가까운 리듬으로 노래하고 있다.
이 시집의 명칭을 스스로 ‘이하윤시가집’이라고 명명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가 시의 음악적 측면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리듬에 대한 의식은 7·5조나 7·7조를 바탕으로 한 정형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고, 그 속에 담긴 시의식 역시 고독과 애수를 바탕으로 한 감상이 주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너무 단조롭고 평면적이라는 결함을 지니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다듬이 소리」 같은 작품은 높은 수준의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한국 여인들의 전통적인 정서를 다듬이 소리에 견주어 표현하고 있는데, 이러한 작품을 낳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외국 문학을 전공하였으면서도 어설픈 외국 시풍의 흉내를 거부하고, 형식과 내용에 있어 가장 한국적인 것을 추구하는 주체의식 내지는 전통의식이 뚜렷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