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백호집(林白湖集)’이라고도 한다. 4권 2책. 목판본. 『백호집』은 원래 아우인 임환(林懼)이 출간하려고 이항복(李恒福)이 선정(選定), 편차(編次)하여 서문까지 썼으나 뜻대로 안 되었다. 임제의 종제(從弟)인 임서(林㥠)가 1621년(광해군 13) 함양군수로 있을 때 간행하였다. 신흠(申欽)의 서문과 이항복의 구찬서문(舊撰序文), 임서의 발문이 있다.
『백호집』은 1759년(영조 35) 임서의 현손(玄孫) 임상원(林象元)이 본가 소장의 판목(板木)의 결락분(缺落分)을 보궐하여 자신의 발문을 붙였다. 구한말 십여 부를 활판으로 3간한 바 있다. 1958년 저자의 12대손 임종필(林鍾弼) 등이 석판으로 4간하였으며, 임종필이 발문을 썼다.
『백호집』 권1에는 오언절구 65수, 오언근체시 127수, 오언장률(五言長律) 4수, 오언고시(五言古詩) 33수, 권2에는 칠언절구 232수, 권3에는 칠언절구 58수, 칠언근체시 179수, 칠언장률 6수, 칠언고시 165수가 수록되어 있다. 권4에는 부(賦) 3편, 전(箋) 1편, 문(文) 3편, 지(志) 1편이 있다.
『백호집』 중간본에서 「원생몽유록(元生夢遊錄)」이 부록으로 첨가되었는데, 일명 ‘원자허전(元子虛傳)’이라고도 한다. 원자허(元子虛)라는 인물이 꿈속에서 단종과 사육신을 만나 비분한 마음으로 흥망의 도를 토론하였다는 내용으로 세조의 왕위 찬탈을 소재로 정치권력의 모순을 폭로한 작품이다. 4간에서 「남명소승(南溟小乘)」과 「화사(花史)」가 첨가되었는데, 「남명소승」은 임제가 고향을 출발하여 제주에 머물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약 4개월 동안의 여정을 기록한 일기체 한문 기행 수필이다. 「화사」는 식물세계를 의인화하여 사건을 전개하면서 역사 서술방식인 본기체(本紀體)에 의하여 편년식으로 서술하였다. 「청등론사(靑燈論史)」와 「부벽루상영록(浮碧樓觴詠錄)」이 별책습유(別冊拾遺)로 첨가되어 총 4책이 되었다.
『백호집』 권1에는 「만취정십영(晩翠亭十詠))」 · 「영사당팔영(永思堂八詠)」 등 서경시가 뛰어난 경지를 이루고 있다. 제가 성운(成運)에게 수학했던 법주사에 있으면서 이달(李達)에게 차운한 시, 허성(許筬)을 애도한 만시(輓詩)가 다정다감한 그의 내면세계를 표출하고 있다.
『백호집』 권2에 실린 「과한명회묘(過韓明澮墓)」는 한명회(韓明澮)의 묘를 지나면서 지은 시이다. 의리와 권도(權道)에 대해 풍자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현실의 무상함과 공명의 허망함을 노래한 시로는 「송도(松都)」 · 「차강(次江)」 등이 있다.
『백호집』 권3에는 탐라 여행에서 지은 것과 호남지방을 여행하고 쓴 기행시가 많다. 특히, 이달(李達) · 백광훈(白光勳) 등과 화답한 시도 있다.
『백호집』 권4의 「제대곡선생문(祭大谷先生文)」은 스승인 성운에게 바치는 제문이다. 지(志)는 「수성지(愁城志)」로서 형이상학적 세계를 고도의 은유적 수법으로 형상화한 가전체소설이다.
이 「수성지」는 그가 북평사(北平事)에서 서평사(西平事)로 올 적에 어사의 앞길을 범한 이유로 탄핵을 받고 나서 지었다고 하는데 술인 국양(鞠襄)과 돈인 공방(孔方) 등을 의인화하여 현실을 풍자하는 방식을 취하여 지은 의인체 한문 소설로 현실풍자의 수법으로 현실에 대한 불만과 울분을 토로한 것이다. 이 책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사본(寫本) 1권이 있고, 1621년에 간행된 목판본이 규장각도서 등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