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 각성(碧巖覺性, 1575-1660)은 조선 후기 불교계의 양대 계파의 하나인 부휴계(浮休系)의 조사 부휴 선수(浮休善修, 1543-1615)의 수제자이다. 부휴계는 조계산 송광사를 본거지로 삼았고 화엄사, 쌍계사(雙溪寺) 등 호남 권역을 거점으로 했다. 각성은 서울 방어의 요충지인 남한산성(南漢山城)의 초대 팔도도총섭(八道都摠攝)을 지내며 높은 위상을 얻었고 구례 화엄사(華嚴寺), 완주 송광사(松廣寺) 등 전라도 지역의 주요 사찰과 충청도 법주사(法住寺) 등을 중창했다.
각성의 제자로는 적전인 취미 수초(翠微守初, 1590-1668) 외에 당시의 불교 시책을 비판한 「간폐석교소」(諫廢釋敎疏)를 쓴 백곡 처능(白谷處能, 1617-1680)이 유명하다. 또 부휴계의 교학 계보를 이룬 모운 진언(暮雲震言, 1622-1703)도 각성의 법을 이었다. 이밖에도 고운 정특(孤雲挺特), 동림 혜원(東林慧遠), 벽천 정현(碧川正玄), 제하 청순(霽霞淸順), 유곡 충경(幽谷冲冏), 한계 현일(寒溪玄一), 연화 인욱(蓮華印旭), 침허 율계(枕虛律戒) 등이 벽암 문파의 법맥을 후대로 이어갔다.
벽암 각성과 벽암파는 부휴계의 계파적 기반을 다졌다. 또 각성의 손제자이자 수초의 제자인 백암 성총(栢庵性聰, 1631-1700) 때에는 송광사 보조 지눌(普照知訥)이 남긴 유풍을 내세워 계파의 독자성 및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