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1879∼1944)은 충남 홍성 출신의 승려 시인이자 3·1운동에 불교계 대표로 참가한 독립운동가이다. 시집 『님의 침묵』(1926)으로 유명하며 불교 개혁론을 담은 『조선불교유신론』(1913)도 널리 알려져 있다.
어려서 한학을 배우고 동학 농민 혁명에 참여했다가, 1896년 설악산 오세암에 들어갔다. 1905년에 백담사(百潭寺)에서 출가했고, 1908년 전국 사찰 대표 52인의 한 사람으로 서울 원흥사(元興寺)에서 원종(圓宗) 창설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일본에 가서 신문명을 시찰했다. 1910년 일본의 강제 병합 이후 임제종 운동에 가담했고 불교계의 혁신을 주창했다. 1918년, 서울에서 월간지 『유심(惟心)』을 발간했고, 1919년에 3 · 1운동 때는 백용성(白龍城, 1863-1940)과 함께 불교계를 대표하여 민족 대표 33인에 들어가 활동했다. 이후 조선총독부가 시행한 사찰령(寺刹令)의 철폐를 주장하며 불교 자주화와 대중화를 추진했고 신간회 경성 지회장을 맡는 등 저항 운동에 앞장섰다.
『건봉사급건봉사말사사적(乾鳳寺及乾鳳寺末寺事蹟)』은 1878년(고종 15)의 건봉사 화재로 인해 사찰 자료가 소실되자 부족한 기록을 보완하여 갖추기 위해 만든 사적기이다. 1878년 4월 3일 산불이 일어나 사우 3,183칸이 전소되었다. 그 이듬해에 고종과 왕비 및 왕세자 등 왕실의 후원으로 대웅전과 어실각, 명부전 등 전각 상당수가 중건되었지만 사찰 사료는 대부분 없어졌다. 이후 일제강점기인 1927년 31본산의 하나인 건봉사의 본말사회 회의에서 사지(寺誌) 편찬이 의결되었고, 1928년 6월 건봉사에서 이 책이 간행되었다. 건봉사 주지 덕련 덕문(德蓮德文, 1887∼1949)이 최관수(崔觀洙) 등에게 본사와 말사를 답사하여 문헌 기록을 조사 · 수집하게 했고, 한용운이 이를 바탕으로 취사선택하여 사적기를 편찬했다.
『건봉사급건봉사말사사적』은 편년체로 각 사찰의 연혁을 적고 부속 암자, 재산, 유물, 진영, 명소 등의 순으로 정리 · 기술하였다. 권두에는 이대련(李大蓮)과 한용운이 쓴 서문, 그리고 범례가 나온다. 말미에는 고문서나 사적기 등의 중요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건봉사 본사에 대한 내용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적과 소속 사암에 대한 개관에 이어 제3장 '건봉사의 건물 토지 임야’, 제4장 '건봉사의 보물’, 제5장 '건봉사의 탑 · 부도 · 비’, 진영과 명소, 고기록 등을 유형별로 묶어 정리했다.
본서의 내용은 조선 후기 건봉사와 말사의 고승과 사세(寺勢)의 변천에 관한 것이 주류로서 건봉사와 말사인 백담사(百潭寺) · 신흥사(神興寺) · 낙산사(洛山寺) · 화암사(禾巖寺) · 명주사(明珠寺) · 영혈사(靈穴寺) · 수타사(壽陀寺) · 심곡사(深谷寺) · 오제암(烏啼庵) 등을 다루고 있다.
연대 표기는 불기(佛紀)를 사용했고 왕력(王曆)과 간지(干支)를 병기했으며 일제강점기의 다른 사지들과는 달리 일본식 연호는 사용하지 않았다. 저자 한용운은 또한 일제의 사찰령 관련 서술도 가급적 배제하고 있다. 한편 이 책에는 해당 지역의 읍지나 문집류에 있는 「건봉사 극락전 상량문」, 「건봉사 수륙보적기(水陸寶積記)」 등 일부 기문이 누락되어 있고, 19세기 이후 건봉사에서 열린 5차례의 만일회(萬日會)에 관한 내용도 제외되었다. 아울러 임진왜란 때 사명 유정(四溟惟政)이 건봉사에서 승군을 모아 일본군과 항쟁한 사실도 당국의 검열로 실리지 못했다.
일제강점기에는 각 본산에서 스스로의 역사와 전통, 본말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사지 편찬에 나섰다. 처음 나온 본말사 사지는 1927년 안진호(安震湖)가 펴낸 『봉선본말사지(奉先本末寺誌)』였다. 그 다음이 1928년에 나온 한용운의 『건봉사급건봉사말사사적』이었다. 이는 건봉사를 중심으로 한 금강산 일대의 사찰에 관한 사항과 고승들의 행적을 파악할 수 있는 기본 자료라는 점에서, 그리고 화재로 소실된 사찰의 역사를 복원할 수 있는 정보가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자료의 한계로 인해 비교적 소략한 형태의 사지이지만 한국전쟁 때 건봉사와 주변 말사가 소실되어 원형을 잃음에 따라 이 책의 자료적 가치와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