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 성우(鏡虛惺牛, 1849∼1912)는 근대기에 선을 중흥한 선사로서 범어사(梵魚寺)의 조실 등을 지냈다. 전라도 전주 출신으로 9세 때 경기도 과천 청계사(淸溪寺)에서 계허(桂虛)에게 출가했고 만화(萬化) 등에게 불교 경론을 배웠으며 화두를 참구하여 1879년에 깨달음을 얻었다. 다음 해 충청도 홍주 천장암(天藏庵)에서 용암 혜언(龍巖慧彦, 1783∼1841)을 거쳐 이어진 편양파 법맥을 전수했는데 환성 지안(喚惺志安, 1664∼1729)의 7대손이다. 범어사와 해인사(海印寺) 등에서 활동했고, 1904년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가 1912년 함경도 갑산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제자로는 혜월 혜명(慧月慧明, 18621937)ㆍ 수월 음관(水月音觀, 18551928)ㆍ 만공 월면(滿空月面, 18711946)ㆍ 한암 중원(漢岩重遠, 18761951) 등이 있다.
1943년 선학원 중앙선원(中央禪院) 발행 1책 신연활자본, 1931년 2권 1책 한암 필사본(「선사경허화상행장」 등 포함).
1935년 제자 만공 월면이 원고를 가져와 간행을 부탁하자 한용운이 서문을 쓰고 추가된 유고를 덧붙여 책을 펴냈다. 중앙선원에서 발간했는데, 표지와 서문에는 1942년으로 기재되어 있지만 뒤의 판권란에는 1943년 3월 발행으로 되어 있다.
권두에 ‘심월고원(心月孤圓) 광탄만상(光呑萬像) 광경구망(光境俱忘) 부시하물(復是何物)’이라는 게송과 초상 및 친필, 한용운의 서문과 성우의 약보(略譜)가 있다. 법어(法語) 11편, 서문(序文) 9편, 기문(記文) 5편, 서간(書簡) 4편, 행장(行狀) 2편, 영찬(影贊) 7편, 그리고 시는 오언절구, 오언율시, 칠언절구, 칠언율시, 사륙언(四六言), 가(歌) 5편이 들어 있다.
법어는 문답식이 많으며, 여러 선 문헌과 역대 조사의 어록을 인용하여 조사선(祖師禪)의 지향점과 화두 참구법을 밝혔다. 시도 선의 경지를 읊은 것이 상당수이고, 가송은 「오도가(悟道歌)」, 「심우송(尋牛頌)」, 「참선곡(參禪曲)」, 「가가가움(可歌可吟)」, 「법문곡」이다. 법의 실상이 무엇인지를 노래한 「법문곡」은 한글이고 나머지는 국한문 혼용체이다. 「심우송」은 수행자가 찾아야 할 본성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해서 10가지 단계로 나누어 읊은 것이고, 「참선곡」은 참선을 해야 하는 이유와 참선 공부의 경지 등을 노래한 것이다.
근대 선을 중흥한 경허 성우의 치열한 구도의 삶과 선의 기풍이 잘 드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