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상은 불교에서 보디사트바(보살)를 도상화한 상이다. 보살은 부처처럼 깨달은 분으로, 중생 구제와 제도를 이상으로 삼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살을 믿고 따르면서 수많은 상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 특별히 애호되어 조성된 보살상은 문수보살상, 보현보살상이다. 또 관음보살상, 대세지보살상, 일광·월광보살상, 미륵보살상, 지장보살상도 애호되었다. 자비의 화신인 관음보살은 가장 인기 있는 보살이다. 지장보살은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 극락세계로 이끌어 준다.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은 민중들의 아낌없는 귀의를 얻었던 보살이다.
부처님처럼 깨달았지만 중생 구제에 전심하기 위해서 부처가 되기를 거부하는 분이다. 위로는 진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하는[上求菩提 下化衆生] 이 보살의 이상은 모든 대승 불교도들의 이상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불교도들은 부처보다 보살을 훨씬 더 믿고 따랐다. 보살상은 불상과 함께 단독으로 예배되기도 하였고 불상의 보처로 신봉되기도 하였으므로 수많은 상이 만들어졌다.
또한 구제할 대상인 중생들의 성격에 따라서 보살도 성격이 달라져야 하므로 다양한 보살상을 만들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특별히 애호되어 많이 조성된 보살상이 있다. 우리 나라에서 발달된 보살상을 예로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수보살상(文殊菩薩像)이다. 문수보살은 불교의 2대 성격 가운데 하나인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로서 석가불의 한 속성이어서 석가불을 왼쪽에서 협시하기도 한다. 후대에는 비로자나불의 왼쪽 협시보살이었다.
그래서 예로부터 문수보살상이 많이 만들어졌다. 석굴암의 문수보살상 같은 것은 그 대표적인 예이며 경북대학교에 소장된 사자 탄 문수보살석상도 신라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후대에는 단독으로 봉안되어 신앙되기도 했다. 이를 모신 불전을 이른바 문수전(文殊殿)이라 했다. 그리고 특별히 문수보살상만을 신앙하는 사찰까지 만들어지기도 했으니 문수원(文殊院) 같은 사원이 그 예이다. 문수보살의 신앙은 『화엄경』이나 『반야경』 등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다.
둘째, 보현보살상(普賢菩薩像)이다. 보현보살은 문수보살과 함께 석가나 비로자나불을 협시하는 2대보살의 하나이다. 불교의 자비나 이(理)를 상징하므로 매우 인기가 있던 보살이어서 즐겨 조형되었다.
석굴암의 보현보살상, 경북대학교의 코끼리 탄 보현보살상 등 그 예가 많다. 이른바 보현전(普賢殿)에 단독으로 봉안되기도 한다. 보현보살은 『법화경』이나 『화염경』에 우두머리 보살[上首菩薩]로 나타나기 때문에 대승 불교의 보살 가운데 가장 유명한 보살이 되기도 하였다.
셋째, 관음보살상(觀音菩薩像, Avalokitesvara)이다. 관음보살은 보살 중의 보살로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보살이다. 그것은 보살의 특징인 자비를 가장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는 자비의 화신(化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음보살은 대승 불교 경전에서는 가장 인기 있던 보살이었다.
관음보살은 아미타불을 대세지보살이나 지장보살과 함께 협시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아미타를 협시하는 8대보살로서도 많이 표현된다. 그 밖에 석가불의 협시보살 또는 기타불의 협시보살로서도 표현된다.
후대에는 관음보살상을 단독으로 모시고 신앙하는 경우도 많았다. 원통전(圓通殿)은 관음보살이 사원의 주불일 때 붙이던 이름이고, 관음전은 부속 불전일 때 붙이던 이름이다.
관음보살은 머리의 보관에 아미타불을 새기고 손에 보병이나 연꽃을 잡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이밖에 백의관음, 11면관음 등 수많은 관음이 있다. 이것은 중생의 제도를 위해서 각 중생의 수준에 알맞은 모습으로 변해서 제도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모습의 관음보살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우리 나라 관음보살상 가운데 가장 저명한 것은 석굴암11면관음보살상, 경주서악관음보살상 등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대세지보살상(大勢至菩薩像)이다. 관음보살상과 함께 아미타불상을 협시하는 보살상이다. 보관에 보병을 새기거나 손에 보병이나 연꽃을 든 모습이다. 서악아미타삼존상의 대세지보살상이나 벽도산대세지보살상 등이 손꼽히는 상으로 생각된다.
다섯째, 일광 · 월광보살상(日光 · 月光菩薩像)이다. 약사불을 협시하는 두 보살상인데 이마나 보관에 해 또는 달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방어산마애약사삼존불상의 좌우협시 일광 · 월광보살상, 울산어물리마애약사삼존불의 좌우협시상들은 신라시대의 작품으로 손꼽을 수 있는 대표작이다.
여섯째, 미륵보살상(彌勒菩薩像)이다. 33천의 하나인 도솔천에서 도솔천을 주재하는 보살이다. 원래 유가유식학을 체계화시킨 실재했던 인도의 학승이었는데 법상종의 교조로 신비화되어 보살로 변신한 것이다.
그래서 법상종에서는 주존불(主尊佛)로 신앙하고 있다. 감산사(甘山寺)의 미륵보살이나 용장사(茸長寺)의 미륵존상 등은 바로 법상종의 주존불로 신앙되었던 당대의 걸작품들인 것이다.
일곱째, 지장보살상(地藏菩薩像)이다. 지장보살은 지옥 · 아귀 · 축생 · 수라 · 사람 · 하늘 등 6도(六道)의 윤회(輪廻)에 끝없이 방황하는 중생들을 구제해 준다. 그리고 지옥의 고통에 허덕이는 중생들을 인도하여 정토의 극락세계로 이끌어 주는 구세주이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장보살을 신앙해서 죽은 뒤에도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현실의 고통에서 해탈시켜 주는 자비의 화신인 관음보살과 함께 민중들의 아낌없는 귀의를 얻은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