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영락본업경소』는 보살의 수행 계위, 보살의 종성, 보살이 지켜야 할 계 등을 설한 『보살영락본업경』의 본문을 해석한 주석서이다. 따라서 이 책은 원효의 보살 윤리에 관한 사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다만 현재 그 책의 일부만 전해지기 때문에 본경의 앞부분에 수록된 내용에 대한 원효의 견해는 확인할 수 없다.
『보살영락본업경소』는 의천(義天, 1055-1101)의 『신편제종교장총록』에 의하면 본래 3권이 있었다고 하고, 영초(永超, 1014-1096)의 『동역전등목록』에 의하면 2권이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어느 것이 타당한지 확정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 현재 하권 1권만 남아 있는데 이것에 따르면 상중하의 3권 혹은 상하의 2권으로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속장경 제1편 61투 3책에 수록된 것을 저본으로 하여 교감한 글이 『한국불교전서』 1책에 수록되어 있다.
『보살영락본업경』은 보살의 본업, 즉 마땅히 실천해야 하는 수행 덕목에 관하여 말한 경이라는 뜻이다. 이 경은 집중품(集衆品) · 현성명자품(賢聖名字品) · 현성학관품(賢聖學觀品) · 석의품(釋義品) · 불모품(佛母品) · 인과품(因果品) · 대중수학품(大衆受學品) · 집산품(集散品)의 8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전해지는 원효의 『영락본업경소』 하권은 『보살영락본업경』 제3 현성학관품의 끝부분, 곧 십지심(十地心)의 열 가지 관법(觀法) 중 아홉 번째인 입법제지(入法際智)를 설한 부분부터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경에서 입법제지는 40가지 변재로 제법의 차별 경계에 오묘하게 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경의 '40가지 변재'를 원효는 『십지경론』에서 설한 사무애지(四無碍智) 각각에 열 가지 차별이 있어서 40가지가 성립되는 것을 인용하여 해석하였다. 이후 제10 무애지관(無碍智觀), 제11 무구지(無垢地), 제12 묘각지(妙覺地)를 풀이하고, 여기까지는 닦음과 덕을 직접적으로 밝힌 부분이라고 분과하였다. 다음에 경에서 경수보살(敬首菩薩)이 법성신(法性身)과 응화법신(應化法身)이 어떤 색상(色相)과 심상(心相)을 하고 있는지를 묻고 부처님이 대답한 부분은 여러 문으로 분별한 것이라고 분과하였다. 그 다음 경에서 부처님이 대답한 부분을 원효는 모두 여섯 문으로 나누어서 해석하였다. ① 출세계문(出世界門), ② 세간과문(世間果門), ③ 능치우문(能治愚門), ④ 소치우문(所治愚門), ⑤ 이생문(二生門), ⑥ 이업문(二業門)이 그것이다.
① 출세계문은 경에서 실지법신(實智法身)과 응화법신(應化法身)의 이신(二身)을 설하고, 일체현성(一切賢聖)이 머무는 곳인 국토와 일체중생과 현성이 머무는 각자의 과보에 따른 국토를 설하였다. 다음에는 두 가지 몸의 깊고 깊음, 법신의 깊고 깊음, 인과(因果)의 깊고 깊음을 설한 부분이다. 원효는 이 부분을 두 가지 몸을 나타낸 부분, 두 가지 국토를 나타낸 부분, 몸과 국토를 거듭 나타낸 부분의 셋으로 분과하였다.
② 세간과문은 경에서 십주(十住) · 십행(十行) · 십회향(十廻向) 및 십지(十地)의 각지와 등각 · 묘각의 과보를 설한 부분이다. 원효는 이 부분에 대해서 앞의 네 가지 계위는 장엄과 왕위와 권속과 가르침을 받는 곳과 교화하는 곳의 다섯 가지 내용으로 이루어졌고 뒤의 열한 계위는 네 가지 내용으로만 이루어졌다고 해석하였다. 경의 환희지를 설한 부분에서 사천왕이 천하를 교화한다고 하였다. 원효는 『화엄경』에 따르면 사천왕은 염부왕이 된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국토를 교화한다고 한 것은,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곳에서 불법을 건립하고자 한 것이기 때문에 모두 도리가 있는 것이라고 하여 양자를 화회(和會)하였다.
③ 능치우문은 경에서 삼현보살(三賢菩薩)이 삼계(三界)의 거친 번뇌와 거친 업도를 조복하여 거친 상속과(相續果)를 일으키지 않는 것에 대해 설한 부분이다. 삼현보살은 삼계의 분별로 일어나는 미혹을 조복하였고 악도의 불선업도 조복하였기 때문에 거친 번뇌와 거친 업도를 조복하였다고 하였고, 팔난(八難)의 과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거친 상속과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하였다고 해석하였다.
④ 소치우문은 경에서 무명(無明)과 그로 말미암아 생기는 열세 가지 번뇌, 즉 칠견(七見)과 육착(六著)을 설하고, 다음에 삼계의 과보를 설한 부분이다. 원효는 전자는 원인이 어리석음을 설한 것이고 후자는 과보인 어리석음을 설한 것이라고 분과하였다.
⑤ 이생문은 경에서 업생(業生)과 변화생(變化生)의 둘을 설한 부분이다. 본문에는 이 두 가지의 분별 지점이 명확하지 않은데 원효는 제8지 이상을 설한 부분 이전은 업생이고 그 이후는 변화생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⑥ 이업문(二業門)은 경에서 혜업(慧業)과 공덕업(功德業)의 둘을 설한 부분이다. 원효는 경에서 혜업을 설명하면서 "무상무생(無相無生)의 지혜가 마음마다 법성을 연하여 생기지만 비추는 일이 없어서 혜업이라 한다."라는 부분을 풀이하기를 분별상(分別相)과 의타생(依他生)을 없앴기 때문에 무상무생의 지혜라고 한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공덕업에 대해서는 정체지(正體智)에 의지하여 나온 후득지(後得智)에 자비 등이 갖추어져 있어서 위로는 불도를 넓히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에 공덕업이라고 한다고 풀이하였다.
경의 제4 석의품(釋義品)에서는 먼저 삼현(三賢), 즉 십주 · 십행 · 십회향의 의미를 풀이하고, 다음에 십지와 등각 · 묘각에 대해 설하고 있다. 원효는 이 부분을 앞서 질문한 내용을 표방한 것, 질문에 대한 답변을 설한 것을 허용한 것, 설할 대상인 현성(賢聖)의 체와 의(義)를 총괄적으로 표방한 것, 각 지위를 개별적으로 풀이한 것의 넷으로 분과하였다.
경의 제5 불모품(佛母品)에서는 이제중도(二諦中道)가 일체 제불 보살(諸佛菩薩)의 지모(智母)임을 밝히며, 이제(二諦)와 팔부중도(八不中道)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원효는 “불모(佛母)의 모(母)란 낳아서 기른다[生長]는 뜻이니, 삼세 제불의 일체종지(一切種智)가 다 제중도에 의하여 생기므로 여기서는 이 뜻을 밝히는 까닭에 불모품이라 한다.”라고 풀이하였다. 여기에 인용한 원문은 비교적 짤막하나 원효의 주해는 상당히 길다. 원효의 주해는 지나치게 간결한 원문의 설명을 보완하고 있다. 또한 원효의 사상을 아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 품에서는 또 제불 보살에게는 오직 돈각(頓覺)만이 있음을 밝히고 그 돈각은 무이(無二)의 경지요, 법성(法性)의 근원에 통달한 것이므로 일합상(一合相)이라고 하고 있다. 원효는 이 일합상을 일법계(一法界)라 한다.
경의 제6 인과품(因果品)에서는 삼세 제불이 행하는 바 인(因)이 십반야바라밀(十般若波羅蜜, 十智)이고 이로부터 온갖 공덕행이 다 생겨난다고 하였다. 바로 이어서 이 십지(十智)에서 생겨나는 일체의 공덕행으로 칠재(七財) · 사섭(四攝) · 사변(四辯) · 사의(四依) · 십력(十力) · 사무외(四無畏) · 육통(六通) · 삼명(三明) 등을 밝히고 있다. 다음에는 소연(所緣)의 경계를 보였고 그 다음에는 제거되는 장애를 밝혔다. 나아가 경에서는 그러한 인(因)으로부터 실현되는 과(果)를 말하면서 체(體)로서의 과(果)인 체과(體果)와 의(義)로서의 과(果)인 의과(義果)를 설하였다. 체과인 법성체(法性體)에 과극법신(果極法身)과 응화법신의 두 가지가 있다고 하였다. 다음에 의과인 의공덕신(義功德身)이 갖춘 88가지 공덕을 설하였다. 원효는 의공덕신을 풀이하기를 "체과는 오묘하여 성과 상을 끊어서 떠났으니 하는 것도 없고 짓는 것도 없다. 단지 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도 없으니 모든 중생을 위해 모든 의리(義利)를 짓는다. 그러므로 한 가지 체에서 한량없는 의(義)와 한량없는 공덕이 나온다. 덕과 의가 모여 쌓이기 때문에 '신'이라고 하였으니 곧 응화법신의 몸이다."라고 풀이하였다.
원효는 제2 현성명자품에서부터 제5 불모품까지를 이 경의 정설분(正說分)의 전반부라 하고 제6 인과품, 제7 대중수학품을 정설분의 둘째 부분이라고 하며, 전자가 광설(廣說)인 데 대하여 후자는 약설(略說)이라고 하고 있다. 원효의 이 부분에 관한 주해는 그의 불교관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경의 제7 대중수학품에서는 문수 · 보현 · 법혜(法慧) · 공덕림(功德林) · 금강당(金剛幢) · 금강장(金剛藏) · 선재동자(善財童子) 등 일곱 보살에게 정법계(正法戒)를 받는 것이야말로 모든 초발심보살의 공부를 시작하는 근본임을 밝히고, 그 계의 의미와 내용, 그리고 그 계를 받는 수계(受戒)의 방법에 대하여 설하고 있다. 원효는 품명에 대해 "'수'는 수계(受戒)이고, '학'은 학행(學行)이다. 십계를 받고 육입(六入)를 배워 처음부터 마지막에 이른다. 여기에서 이 뜻을 드러내고자 수학품이라고 하였다."라고 풀이하였는데, 원효 윤리관의 기초를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경에서 말하는 정법계(正法戒)는 섭선법계(攝善法戒) 등 이른바 삼취정계(三聚淨戒)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삼수문(三受門)이라고도 한다. 이 경은 이 계야말로 칠견육착(七見六著) 등 일체대악(一切大惡)을 제거할 수 있는 정법명경(正法明鏡)이자 모든 계의 근본이라고 하였다.
본경에서 세 가지 계의 내용에 대해 설명한 것은 특이하고 독창적이다. 즉, 섭선법계가 제일 먼저 열거되고 그 내용은 곧 팔만사천법문이 바로 그것이라 하였다. 다음으로는 섭중생계(攝衆生戒)를 들고, 그 내용을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사무량심으로 화(化)하여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다 안락을 얻게 하는 일이라 하였다.
마지막으로 열거된 것은 섭률의계(攝律儀戒)이다. 보통은 이 섭률의계가 제일 먼저 열거되는 법이나, 여기에서는 이것이 끝으로 밀려나고 섭선법계가 제일 앞으로 나와 있으며, 그 내용 자체도 십바라이(十波羅夷)를 들고 있다. 이것은 십불가회계(十不可悔戒) 또는 십무진계(十無盡戒)라고 불리는 것으로, 이에는 선법(善法)의 이해가 제일 중요하니 그 법의 올바른 이해 위에서 중생에게 이익을 준다는 큰 이상을 표방하고 그 스스로의 율의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뜻이 숨어 있다.
이 제7품에서는 또 수계 절차에 따라 세 가지 구분이 됨을 말하고 있다. 상품계(上品戒)는 제불 보살의 앞에서 수계하는 것이다. 중품계(中品戒)는 제불 보살이 멸도한 뒤 천리 안에 먼저 수계한 보살이 있을 경우 그 보살을 법사로 삼고 그로부터 계를 받는 것이다. 하품계(下品戒)는 부처의 멸도 후 천리 안에 법사가 없을 때 제불 보살의 형상 앞에서 호궤합장(胡跪合掌)하고 혼자 맹세하고 수계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언명은 “일체의 보살계는 마음을 체(體)로 한다. 그러므로 마음이 다하면 계도 다하게 되지만, 마음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계도 무궁무진하다.”라고 하고, “다만 말을 알아들으면 계를 잃지 않게 된다.”라고 한 것이다.
또한, 수계 후의 학행(學行)에 대하여 백법관문(百法觀門) · 천법명문(千法明門) 등을 수행함으로써 십주위에서 십행위로, 그리고 다시 십회향위 · 십지 · 무구지(無垢地) · 묘각지(妙覺地)로 들어가게 됨을 밝히고 있다. 이 끝 부분에 대한 원효의 주해는 비교적 간략하나 그것은 본문 자체가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경의 제8 집산품(集散品)을 원효는 유통분이라고 분과하였다. 경에서는 이 육입법문을 들은 시방의 대중들이 각각 무상보리심을 발하고 그 본국으로 돌아가는 광경을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원효의 현존하는 다른 저서들에도 자주 인용되고 있는 것으로 원효의 보살 윤리에 관한 사상을 아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저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