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왕경』의 원래의 이름은 『염라왕수기사중역수생칠왕생정토경(閻羅王授記四衆逆修生七往生淨土經)』으로 줄여서 『불설예수시왕생칠경』, 『예수시왕경』, 『시왕생칠경』 또는 『시왕경』 등으로 불린다. 『시왕경』은 동아시아에서 주1의 지장시왕신앙을 대변하는 소의경전으로 여겨졌으며 특히 49재와 예수재의 경전으로 널리 유포되었다. 이 경전은 성도부(成都府) 대성자사(大聖慈寺)의 당대(唐代) 승려 장천(藏川)이 경문의 단락마다 찬송을 곁들여 찬술한 것이다.
한국의 시왕경변상은 가야산 해인사 소장 3종의 고려 『시왕경』 목판이 현전 최고(最古)의 사례이다. 1246년 정안(鄭晏)이 발원한 『시왕경』[이하 정안 발원본]은 총 9판 16면 중 9면에 변상도가 판각되어 있다. 이 판화는 측면관의 설법도에 이어 석가가 이 경을 설할 당시 모여든 제대성중과 시왕 및 권속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구성이다. 염라왕, 제대국왕, 천룡신왕, 아수라왕, 육광보살(六光菩薩), 도명화상, 무독귀왕, 시왕 및 수많은 판관, 부군, 대신, 귀왕, 동자 등이 일렬로 늘어서 있으며, 마지막에 번(幡)을 흩날리며 말을 탄 명부사자가 표현되어 있다. 또 다른 2종의 시왕경변상은 10면의 화면에 각각 찬문과 함께 시왕의 재판장면이 판각되어 있으며, 두 시왕경변상의 구성과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 각 판화는 공통적으로 화면 왼쪽[向左]에 시왕이 탁자를 앞에 두고 비스듬히 앉아 있고, 그 옆에는 동자, 판관, 옥졸, 공양자 등이 시립해 있으며 그 아래에는 죄인들이 재판받는 여러 가지 광경이 묘사되어 있다.
조선의 시왕경변상은 정안 발원본의 구성 방식과 주2을 따르면서도 도상의 배치와 세부 표현을 달리하여 새롭게 밑그림을 그렸고, 여기에 고려본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도상들이 추가되었다. 조선의 시왕경변상은 현재까지 총 15종이 확인되었으며, 효령대군과 정의공주가 주도하여 발원한 판본[1469년] 계통과 이 도상을 일부 변용하여 독자적인 밑그림을 그린 천안 광덕사본[1564년]과 문화(文化) 흥율사본[1574년]으로 분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