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 국문활자본. 여주인공 옥랑(玉娘)의 열행(烈行)을 그린 윤리소설이다.
함경도 고원땅에 사는 이시업(李時業)이라는 청년이 영흥지방에 사는 김좌수 딸 옥랑과 혼약을 하여 신행을 가는 도중, 영흥지방에 사는 토호(土豪)의 행차와 마주치게 된다.
토호는 상민인 시업이 양반의 행차 앞에서 하마(下馬)하지 않는다 하여, 이를 괘씸히 여기고 시업을 구타하라고 지시한다. 이에 하인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져 토호의 하인 하나가 맞아 죽게 된다. 토호는 시업을 영흥부사에게 고발하고 시업은 살인죄로 투옥된다. 김좌수의 집에서는 신랑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가 이 소식을 듣고 비탄에 잠긴다.
신부 옥랑은 비장한 각오로 시업 대신 죽을 결심을 하고, 남복을 한 뒤 감옥으로 찾아간다. 옥랑은 간신히 시업을 만나 자신이 신부가 될 사람임을 밝힌 뒤 시업 대신 형벌을 받겠다고 간청하고, 시업에게는 나아가서 시가(媤家)를 상속하여 효도를 다하라고 권유한다. 처음에는 시업이 단호히 거절하지만, 옥랑이 비수를 꺼내들고 자신의 말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자결을 감행하겠다는 결심을 밝히자, 마지못해 비통해 하면서 옥랑과 옷을 서로 바꿔 입고 옥문을 빠져 나온다.
영흥부사는 죄인이 바뀐 것을 알고 크게 노하여 옥랑을 문초하니 옥랑이 사실대로 자백한다. 부사는 옥랑의 절의(節義)에 감동하여 그 사실을 상부에 보고한다. 상감은 옥랑의 열행을 칭찬하며 그들의 죄를 사하여주고, 옥랑에게는 정렬부인을, 시업에게는 사반당상(士班堂上)을 제수한다. 이들은 귀가하여 혼례를 치르고 양가의 부모에게 효도를 다한다. 시업은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라 마침내 호조판서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사실상 영흥부사가 시행한 심문의 기록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 일관성 및 사건의 현실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같이, 사법(司法) 관청의 심문기록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소설들을 공안류(公案類) 소설이라고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고전소설 중에는 「장화홍련전」·「진대방전」·「박문수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옥랑자전」은 시업의 득죄와 그것의 해결을 위한 옥랑의 열행, 그리고 그 보답으로서의 사면이라는 단일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주목하여 이 소설을 도덕소설로 분류할 수도 있다.
김태준(金台俊)은 이 작품에 나오는 옥랑과 『북관지(北關誌)』에 나오는 옥랑의 관계를 추정한 바 있다. 영조 때 함경도 종성의 비녀(婢女) 옥랑이 한 남자와 정을 통하고 혼례하기 좋은 시기를 기다리다가 그 남자가 혼례를 치르기도 전에 죽어버린다. 이에 옥랑은 과부로 살아갈 것을 결심하고 일생을 보냈다는 기록이 『북관지』에 있다. 이 옥랑의 이름이 「옥랑자전」의 옥랑과 동일하며, 이들 두 작품이 같은 함경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이 소설은 실사담(實事談)에 근거하였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