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인은 책이나 그림·글씨의 소장자가 자기의 소유임을 나타내기 위하여 찍는 도장이다. 소장자가 자기의 소유임을 밝히기 위해서 장서인을 찍었다. 때로는 자기 과시나 교훈적인 목적으로 찍기도 하며, 다른 장서와 구분하고 기념적으로 찍는 경우도 있다. 궁중에 소장되어 있던 책에는 소장처에 따라 홍문관·이문원 등과 같은 장서인이 남아 있는 것이 많다. 왕실이나 관아에서 쓰는 관인뿐만 아니라 민간의 개인이나 문중이 쓰는 사인도 있다. 장서인은 서적의 내력을 판단하고 가치를 판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넓게는 그 장서인으로 찍은 다음에 나타는 자국, 즉 인영(印影)까지 통틀어 부르기도 하며, 인영은 장서인기(藏書印記)라고도 한다. 화가나 서예가가 그림이나 글씨에 자기의 작품임을 나타내기 위하여 찍는 인기인 낙관(落款)과는 형태면에서는 같으나 쓰는 목적이 다르므로 구별한다.
장서인을 찍는 목적은 소장자가 자기의 소유임을 밝히기 위해서지만, 때로는 자기 과시나 교훈적인 목적으로 찍기도 하며, 다른 장서와 구분하고 기념적으로 찍는 경우도 있다. 대개는 잘 보이는 곳에 찍지만, 보이지 않게 은밀한 곳에 정하여 찍은 은인(隱印)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1101년(숙종 6) 2월 27일의 기사에 숙종이 중광전(重光殿)에서 책을 보고 ‘高麗國十四葉 辛巳歲藏書大宋建中靖國元年大遼乾統元年(고려국십사엽 신사세장서대송건중정국원년대요건통원년)’이라는 장서인을 찍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 찍은 것으로 보이는 인기가 있는 『중광회사(重廣會史)』 · 『설문정자(說文正字)』 · 『통전(通典)』 · 『성해(姓解)』 등의 책이 일본에 전존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1429년(세종 11) 3월 26일 실록기사에 “경연에 소장하고 있는 책에는 ‘經筵’이라는 장서인을 찍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 인기가 찍힌 『서산선생진문충공문장정종(西山先生眞文忠公文章正宗)』이 규장각에 남아 있다. 이 밖에도 궁중의 여러 곳에 소장되어 있던 책에는 소장처에 따라 ‘弘文館(홍문관)’ · ‘摛文院(이문원)’ 등과 같은 장서인이 남아 있는 것이 많다.
대한제국시대에 제실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모아둔 책에는 ‘帝室圖書之章(제실도서지장)’이라는 장서인을 찍었는데, 이 책들은 거의 규장각에 전존하고 있다. 관학인 성균관의 장서는 존경각에 두고 ‘尊經閣(존경각)’이라는 장방형의 인을 찍었는데, 『척사윤음(斥邪綸音)』에 이 인기가 남아 있다.
사찰에서는 ‘佛法僧寶(불법승보)’라는 인을 찍고, 어느 사찰의 소장인가를 밝힌 ‘○○寺藏(사장)’이라는 장서기(藏書記)를 쓴 경우도 보인다. 대한제국시대에는 서양의 영향을 받아 장서인 대신 장서표(藏書票)를 붙인 것도 나타난다.
민간의 문중이나 개인들도 장서인을 썼다. 임청각(臨淸閣)의 경우, 여러 대에 걸쳐 새로운 장서인을 조각하여 사용하였음을 볼 수 있다. 근대의 도서관에서는 책 크기에 따라 장서인을 큰 것과 작은 것 두 가지로 구별하여 찍기도 하며, 또 기념문고에서는 문고인(文庫印)을 쓰기도 한다.
장서인의 물리적 형태는 인기를 찍는 면인 인면(印面), 인의 몸통인 인체(印體), 손잡이 끈[紐]으로 나눌 수 있다. 또, 장서인을 만든 재료를 인재(印材)라 하는데, 크게 동물질 · 식물질 · 광물질, 그리고 화학물질 등 다양하다. 장서인을 찍는 위치는 관인(官印)인가 사인(私印)인가에 따라 차이가 있다.
관인의 경우 책의 변란 위나 변란 안쪽의 오른편 윗부분에 찍는 경우가 더러 있다. 사인의 경우 변란 안쪽의 오른편 아랫부분에 찍는다. 두 개의 장서인을 찍을 때에는 윗것은 본관이나 호, 아랫것은 성명을 찍는다. 나중 사람의 사인은 앞 사람의 장서인 위쪽에 찍는다.
장서인기의 모양은 대개 방형(方形)이 많으며, 원형(圓形) · 잎형[葉形] · 단지형[壺形] · 솥형[鼎形] 등도 있다. 방형은 정방형(正方形)과 장방형(長方形)으로, 원형은 알형[卵形]과 타원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모양은 대개 인의 변(邊)의 모양으로 나눈다. 변이 없는 문자나 도안만의 인도 있다.
인기의 새김은 양각(陽刻)이 많으며, 음각(陰刻)이나 양각과 음각을 섞어서 새긴 것도 있다. 인기의 빛깔은 붉은색 계통의 인주(印朱)로 찍은 것이 많아 붉거나 적갈색의 것이 많다. 간혹 푸른빛 · 초록빛과 같은 색도 있으며, 먹으로 찍은 검은빛의 인도 있다.
인기의 내용은 소장을 뜻하는 ‘장(藏)’ · ‘세장(世藏)’ · ‘세전지보(世傳之寶)’와 같은 글이 들어 있는 외에, 본관 · 호(號) · 성(姓) · 이름 · 자(字) 등이 있으며, 또 경구(警句) · 명구(名句) · 전언(傳言) 등을 넣은 것도 있다. 인기에 쓰인 글자는 한자가 대부분이나 대한제국시대에는 한글 · 로마자를 쓴 것도 있으며, 일제치하에는 일본문자를 쓴 경우도 있다.
또, 문자 대신 부호 · 신물(信物) · 도안(圖案)을 넣은 것도 있어 소장자의 취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서체(書體)는 주로 갑골문(甲骨文) · 대전(大篆) · 소전(小篆) · 팔푼(八分) · 예서(隷書) · 행서(行書) · 초서(草書) · 해서(楷書) 등이다. 장서인은 서적의 내력을 판단하고 그 가치를 판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