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허화상어록(涵虛和尙語錄)』은 1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1440년에 목판본이 간행되었으며, 1940년에는 활자본으로도 간행되었다.
목판본은 1440년(세종 22)에 경상북도 문경의 봉암사(鳳巖寺)에서 간행되었다. 이 목판본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과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본과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 소장본은 판각(板刻) 형태가 동일한 판본(板本)이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본에는 권말(卷末)의 마지막 장에 시 「여권록사연(與權錄事然)」과 “함허당어록필(涵虛堂語錄畢)” 다음에 "1440년에 문인 문수(文秀)가 글씨를 쓰고 희양산 봉암사에 판목을 두었다[正統五年庚申七月日門人文秀書 留板曦陽山鳳岩寺]"라는 간기가 실려 있다. 또한 기부한 문인들의 이름과 정심(正心) · 신공(信空) · 돈수(頓修) 등 각수들의 이름을 새긴 간행질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 소장본에는 이 장이 없다.
활자본은 1940년 지암 이종욱에 의해 월정사(月精寺)에서 간행되었다. 이 활자본은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봉암사본은 권두(卷頭)와 권말에 1439년 전여필(全汝弼)이 쓴 서문(序文)과 기화의 제자 야부(冶夫)가 쓴 행장이 수록되어 있다. 권말에는 부록으로 권상로(權相老)가 모은 기화의 「금강경서(金剛經序)」와 「법화경후발(法華經後跋)」 및 출가시(出家詩)가 수록되어 있다.
본문에는 「천왕태후선가법화제삼회(薦王太后仙駕法華第三會)」 · 「위원경왕태후선가하어(爲元敬王太后仙駕下語)」 · 「위성녕대군선가하어(爲誠寧大君仙駕下語)」 등 천령법어(薦靈法語) 13수와 「천진산화상제문(薦珍山和尙祭文)」 · 헌향(獻香) · 수어(垂語) 등 14수가 실려 있다. 이 글은 모두 죽은 자를 위한 천도 법문 또는 제문이다.
또한 시중법어(示衆法語), 염불을 권하는 「권념(勸念)」 등과 「영가집십장찬송병서(永嘉集十章讚頌並序)」 · 「대승기신론석제병서(大乘起信論釋題並序)」 · 「원각경송(圓覺經頌)」 16수, 「법화경송(法華經頌)」 31수도 수록되어 있다. 이 중 「영가집십장찬송병서」는 『영가집』을 풀이한 글이고, 「원각경송」과 「법화경송」은 『원각경』 · 『법화경』의 작품과 서분(序分) · 유통분(流通分)의 요지를 요약한 것이다.
이 밖에도 「법왕가(法王歌)」와 「반야가(般若歌)」 · 「종풍가(宗風歌)」 · 「책수음(策修吟)」 · 「자경음(自慶吟)」 등의 글이 있는데, 이 글들은 함허 자신이 체득한 선지(禪旨) 및 종풍(宗風), 자신이 느낀 법희(法喜)와 선열(禪悅)의 세계를 찬송하고 음미한 것이다. 따라서 이 글들은 함허의 선도(禪道)를 탐구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 특히 깨달음의 경지를 찬송한 「법왕가」와 「반야가」는 문장이 유려하며 시의 품격이 높다. 그리고 「미타찬(彌陀讚)」 10수, 「안양찬(安養讚)」 10수, 「미타경찬(彌陀經讚)」 10수도 수록되어 있다. 이 글들은 아미타불(阿彌陀佛)의 공덕과 극락세계(極樂世界)의 공덕, 염불하여 왕생(往生)하는 공덕을 찬양한 글이다.
한편 유생이나 승려에게 보낸 서신과 자유롭게 읊은 시 · 게송 100여 수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선(禪)의 세계와 도의 경지를 읊은 이 글들은 그 품격이 높다.
『함허화상어록』은 조선시대 불교 수행의 중심 과제였던 선 · 교(敎) · 염불(念佛)을 함께 취급한 자료로 현재 우리 나라 불교의 연원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이다. 조선이라는 유교 사회에서 창작된 승려의 일상시는 함허가 선사(禪師)임에도 자기 이념에만 경도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점은 함허의 문학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이다. 나아가 그의 일상시는 함허 이전의 시대와 대비하여 변동하는 역사의 실상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함허는 작품의 성격이나 청자에 상관없이 정토와 미타(彌陀)를 거론하면서 성불(成佛)할 것을 주장하였다. 함허의 작품에 드러나는 이러한 특징은 당시 불교계와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정토 신앙이 성행하였음을 보여준다. 또한 정토 신앙의 본질을 망각한 채 추선(追善)이나 기복에만 관심을 갖는 당대의 현상에 대한 함허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함허가 쓴 경기체가는 정토신앙의 본질을 드러내는 글로 불교 본연의 목적이 ‘성불’에 있음을 천명한 노래이다. 이 시는 억불정책으로 인한 불교계의 침체 상황과 기복 불교의 신앙적 경향에 대한 함허의 문학적 대응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