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소설은 1920년대 이후 도시 구조와 인간 존재의 상호관련성을 집중적으로 형상화한 소설이다. 초기 도시화가 눈앞에 현실로 대두하기 시작한 시기에 현진건, 조명희 등은 인간적 소외에 주목했다. 1930년대 이상, 박태원은 도시적 풍경과 새로운 인간형에 주목했다. 1960년대 김승옥, 이청준 등은 서울을 찾아왔거나 서울로 쫓겨온 존재들의 실존을 집중적으로 포착했다. 1970년대 조세희, 황석영 등은 도시의 주변부로 떠밀려간 존재들을 형상화했다. 이처럼 도시소설은 도시 구조와 인간 존재의 상호관련성을 형상화하면서 한국문학의 중핵으로 자리 잡았다.
1920년대부터 한국은 급격하게 도시화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데 합리성만을 추구하는 도시라는 ‘괴물’은 수많은 사람들을 쓰레기와 같은 존재를 전락시키는 한편, 동시에 인간 존재들을 끊임없이 익명화, 도구화, 단자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동하였다. 이처럼 도시화가 근대 이후 한국인의 삶을 끊임없이 소외시키고 비인간적인 것으로 전락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한 까닭에 한국소설은 도시화로 발생하는 사물의 주인공화와 인간의 도구화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고, 그 결과 도시소설은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된 1920년대 이후부터 한국소설의 중핵으로 자리잡았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이윤 창출’이라는 원리만이 통용되는 자본주의 사회는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필연적으로 (대)도시화의 길을 걷게 된다. 이 도시화는 식민지 한국에서도 역시 급격하게 진행되었고, 당연히 이 도시라는 괴물과 도시화로 인한 인간 존재의 익명화와 도구화는 식민지 민중의 삶을 훼손시키는 또 하나의 중대한 요인으로 작동하였다. 이에 한국에서는 도시화가 눈앞의 현실로 대두하기 시작한 1920년대 초반부터 도시소설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초기 도시화에 따른 인간적 소외에 주목한 작가들은 현진건, 조명희 등으로 이들은 주로 도시 하층민의 가난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고, 1930년대 이상, 박태원부터는 본격적으로 인공낙원으로서의 도시적 풍경과 도시의 출현과 더불어 생겨난 새로운 인간형, 그러니까 도시인( 김기림의 표현에 따르자면 ‘도회의 아들’)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해방 이후 도시화는 더욱 급격하게 전면적으로 진행되었고, 그런 만큼 이 도시 구조와 인간 존재의 상호관련성을 형상화하는 도시소설은 해방 이후에도, 해방과 한국전쟁의 시기, 그리고 70~80년대 민주화운동의 시기를 제외하고는, 한국문학의 중핵으로 자리하였다.
근대 사회는 값싼 노동력을 끊임없이 제공받기 위해 대도시도 만들어낸다. 한국 사회도 이런 필요성 때문에 1920년대부터 급격하게 도시화의 길을 걸었다. 한국의 도시화란 제국 일본의 필요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식민지 초창기의 도시란 물질적 풍요, 또는 인공낙원적 풍경과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식민지 초창기의 도시란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들고 모여 있는 곳이었던 바,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 조명희의 「땅 속으로」 「한 여름밤」 등 한국의 초기 도시소설은 갑작스레 도시로 떠밀려와 도시의 외곽을 유령처럼 떠돌던 도시유이민(또는 도시 하층민)의 처절한 가난과 극한에 가까운 고통을 때로는 직설적으로(조명희의 경우) 또 때로는 반어적으로(현진건의 경우) 형상화했다.
하지만 도시 구조가 근대인들인 현존형식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도시화 때문에 발생한 인간 존재의 익명화, 단자화, 도구화 문제, 즉 도시인의 출현이다. 이런 도시인의 탄생에 따른 인간 존재의 소외 문제를 밀도 있게 다룬 소설이 등장하는 것은 1930년대 초반부터이다. 이상, 박태원 등의 모더니즘 작가들은 김기림이 표현한 대로 ‘도회의 아들’이 탄생한 것에 주목하고 이 ‘도회의 아들’의 실존형식을 집중적으로 형상화한다.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도시의 불우한 산책자의 시선을 통해 괴물같은 도시가 만들어낸 속물들과 정신질환자들을 냉소적으로 형상화하며 도시화에 의해 더욱 소외된 인간의 운명을 제시하였다. 또한, 이상의 「날개」 등을 통해 도시화에 따른 사물의 주인공화와 인간의 사물화 현상을 비판적으로 형상화한다.
그런가 하면 「도시와 유령」 등을 통해 인공낙원적인 도시 풍경을 동경하던 이효석은 1930년대 들어 「장미 병들다」, 『화분』 등을 발표하면서 도시화에 따라 폭발적으로 증폭된 현대인의 고독과 권태, 그리고 그것을 사랑 없는 열정적 사랑이라는 전도된 형식으로 극복하려는 현대인 특유의 퇴폐를 통해 형상하기도 한다.
이렇게 양적으로 질적으로 한국문학의 중심축을 이루던 도시소설은 한국사회 전체가 일제말기의 전쟁동원체제,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이라는 정치적 격변에 휩쓸리면서 한때 주춤한다. 도시보다 더 직접적인 전쟁이라는 공포가 한국인을 공포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60년대 한국사회 전반이 전쟁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급격하게 산업화, 근대화, 도시화의 길을 걸으면서 이 도시라는 괴물에게 고통받고 소외받는 현대인을 집중적으로 다룬 도시소설이 다시 출현한다.
특히 1960년대 들어 국가 주도로 강력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도시는 그야말로 대도시가 되었거니와, 자연과 더불어 목가적인 삶을 향유하던 수많은 존재들이 도시로 유입되었다. 이와 동시에,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이호철 소설의 제목처럼, 물질적 풍요와 인간적 소외, 인공낙원적인 풍경과 그것에 가려진 극도의 가난이 공존하는 대도시가 거의 모든 현대인들이 삶의 터전이 되었다.
이러한 세상사를 반영, 당연히 1960년대 한국문학은 서울을 찾아왔거나 서울로 쫓겨온 존재들의 실존형식을 집중적으로 포착하기 시작하면서 또 한 차례 도시소설의 한국소설의 주도적 형식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자연과 더불어 목가적인 풍경 속에 살던 존재들이 대거 대도시로 오면서, 이들 ‘출세한 촌놈’들이 경험하는 이질감과 공포가 도시소설의 기본적인 정서를 이룬다.
예컨대 김승옥의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60년대식』, 「서울달빛 0장」 등은 목가적 정서를 지닌 채 갑자기 서울로 온 존재들이 도시 속에서 느끼는 고독과 절망감을 표현한다. 서정인은 초기의 경우 「강」 등을 통해 각각의 개인이 지니고 있는 ‘천재성’ 혹은 ‘고유성’을 여지없이 평범한 것으로 전락시켜 버리는 (대)도시 특유의 익명화 현상을 비판적으로 제시하며, 이청준은 「퇴원」, 「별을 보여드립니다」, 「무서운 토요일」, 「잔인한 도시」 등을 통하여 인간 존재 모두를 ‘피의자’로 전락시키는 도시 곳곳의 감시와 통제의 시선을 환기시켰다.
그러나 60년대 이후의 도시소설이 도시의 괴물적인 요소로 익명성이나 인간의 도구화만을 지목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도시화는 필연적으로 인공낙원적 풍경을 유지하기 위해 과잉의 노동력과 물자들을 필요로 하며 이 때문에 역시 필연적으로 잉여의 노동력과 물자, 바우만의 표현을 빌자면 감당할 수 없는 쓰레기와 쓰레기와 같은 존재들을 양산되었다.
한국의 도시소설 중에는 이처럼 도시를 유지하기 쓰레기로 전락해 주변부로 떠밀려간 존재들을 형상화한 소설도 다수 씌어졌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박태순의 「외촌동 사람들」 연작, 황석영의 「장사의 꿈」, 홍성원의 「흔들리는 땅」, 윤흥길의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등이 바로 이 부류의 도시소설에 해당한다.
80년대 민주화와 통일을 향한 강한 열망과 목소리에 가려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벗어났던 도시화에 따른 인간 소외 문제는 90년대 초, 중반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형상화되기 시작하였다. 90년대 한국문학의 변화를 이끈 윤대녕, 신경숙 등의 소설은 도시의 화려한 인공낙원적 풍경을 위해 쓸모없는 실존들을 격하되었지만 여전히 도시의 한 요소를 이루는, 그래서 그나마 인간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도시의 이면들을 집요하게 찾아나서는 것으로 도시소설을 계보를 다시 이어나갔다.
이러한 전통은 최근 김애란의 소설까지 이어져 김애란의 소설은 ‘지상의 방 한 칸’을 얻지 못하는 간난한 도시살이의 절망과 희망을 통해서 도시가 현존재들의 실존을 얼마나 부조리하게 만드는지를 짙은 페이소스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 세기 말부터는 백민석이나 강영숙, 편혜영, 김사과 등의 소설의 경우처럼 화려한 낙원의 이미지에 가려 보이지 않는 쓰레기가 넘치는 도시의 풍경들이나 도시인의 악마성을 전면화시켜 도시의 괴물성을 실재적으로 재현하는 또 다른 형식의 도시소설이 집중적으로 시험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문학 전반은 한국인의 삶을 불행하게 하는 제반 조건을 찾기보다는 보다 직접적으로 한국인의 삶을 규정하는 식민지, 한국전쟁, 분단, 독재정치 등에 초점을 맞춰 한국인들의 삶을 파악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런 한국문학의 일반적인 경향에 비추어 보면, 한국의 도시소설이 차지하는 의미는 크다.
한국의 도시소설 그것은 현대 한국인들의 핵심적인 실존 조건인 도시라는 공간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한편, 그 도시 구조와 인간들의 존재방식 사이의 전도된 관계를 규명하고 더 나아가 그 도시라는 괴물로부터 벗어나 인간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