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당시까지 전승되었던 고려의 고취악과 향악은 「정대업(定大業)」·「보태평(保太平)」·「발상(發祥)」·「봉래의(鳳來儀)」 등의 새로운 악곡들을 창제할 때 뼈대 구실을 하였다.
『세종실록』 악보에 전하는 「발상」의 11곡에 포함된 고취악의 음악적 특징은 그 음계가 대부분 6음 음계 또는 7음 음계로 구성된 점과 선법이 모두 중국 오조(五調) 중의 다섯째 선법인 우조(羽調)이고, 각 악곡의 중심음이 남려(南呂)라는 점이다. 이것은 위의 악보에서 알 수 있다.
또한, 세종 때 창제된 「봉래의」라는 큰 악곡의 일부분이었던 「여민락(與民樂)」은 당악계 고취악의 음악적 특징을 지닌 악곡의 하나였다. 향악의 5음 음계가 아닌 당악의 6음 음계로 구성되었음이 고취악의 음악적 특징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여민락」의 악보가 조선시대의 여러 가지 악보에 전하고 있으며, 현재 국립국악원에서 연주되고 있는 경록무강지곡(景籙無疆之曲)이라는 아명(雅名)의 「만(慢)」은 『속악원보』의 「만」이나 『세종실록』 악보의 「여민락」처럼 당악계 고취악의 음악적 특징을 지닌 「여민락만」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