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상판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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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사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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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부처가 일생동안 설한 교법의 특징을 판별하여 해석하는 방법.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교상판석은 부처가 일생 동안 설한 교법의 특징을 판별하여 해석하는 방법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이나 논서(論書)의 내용을 몇 단계로 분류한 것을 교상, 교판이라 한다. 부처의 설법은 다양하고 때로는 모순된 것처럼 보였다. 이에 중국과 우리나라 승려들은 교상을 판단하고 풀이하여 교리의 심천(深淺)에 관한 질서를 잡고자 하였다.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린 것으로는 지의의 오시팔교설(五時八敎說), 법장의 오교십종설(五敎十宗說)과 사종설(四宗說) 등이 있다. 신라 원효의 사교판설(四敎判說)도 전해 온다.

목차
정의
부처가 일생동안 설한 교법의 특징을 판별하여 해석하는 방법.
내용

줄여서 교상(敎相) · 교판(敎判) · 판교(判敎)라고도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이나 논서(論書)의 내용을 몇 단계로 분류하는 교판은 5세기 초 중국에서 시작되어 9세기경에 이르러 일단락되었으며, 우리 나라와 일본에서도 독자적인 교판설이 나왔다.

처음에는 불교의 교설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나중에는 각 종파의 근본경전을 천양(闡揚)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교판가들은 교판의 근거를 중요한 대승경전에서 찾았다. 『법화경(法華經)』의 삼승(三乘)과 일불승(一佛乘)의 구분, 『화엄경(華嚴經)』의 삼조설(三照說), 『열반경(涅槃經)』의 오미설(五味說), 『해심밀경(解深密經)』의 삼시설(三時說), 『능가경(楞伽經)』의 돈점설(頓漸說) 등이 그 대표적인 근거들이다.

교판가들에 의한 교판은 중국에서 본격화되었지만, 인도에서도 논사(論師)들에 의한 원시적인 형태의 교판이 있었다. 용수(龍樹)의 『대지도론(大智度論)』의 현밀이교설(顯密二敎說), 『십주비파사론(十住毘婆沙論)』의 난행이행이도설(難行易行二道說), 계현(戒賢)의 삼시교설(三時敎說)과 지광(智光)의 삼교설(三敎說) 등이 있기는 하였으나, 불교의 교리가 자연스럽게 발달한 인도에서는 그 교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는 새로운 노력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1세기를 전후하여 불교가 중국에 들어오면서 범본(梵本)의 불전(佛典)이 하나씩 한역(漢譯)으로 소개되고 그 분량과 종류가 상당수에 이르렀을 때, 교판의 필요성은 강하게 대두되었다.

특히, 중국과 우리 나라의 승려들은 너무나 다양하고 때로는 모순되는 것 같은 설법의 내용을 접하면서, 그 교상을 판석하고 화의(化儀)의 순서나 교리의 심천(深淺)에 관한 질서와 체계를 잡고자 노력하였다.

그리하여 교상판석에 관한 여러 가지 의견들이 속출하였다. 대역경승(大譯經僧) 구마라습(鳩摩羅什)이 ‘부처의 일음(一音)과 원음(圓音)은 평등하고 둘이 없다(無二)’라는 일음교(一音敎)의 설을 세운 뒤, 양쯔강(揚子江)을 경계로 강남삼가(江南三家)와 강북칠가(江北七家)의 교판가들이 나왔다.

수나라 때에는 몇몇 교판을 거쳐 지의(智顗)가 종합적인 체계로 정리하였다. 그 뒤에도 길장(吉藏) · 진제(眞諦) · 현장(玄奘) 등에 의해 중요한 교판이 나왔으며, 신라의 원효(元曉)도 독창적인 교판을 제시하였다.

신라의 화엄승(華嚴僧) 표원(表員)은 『화엄경문의요결문답(華嚴經文義要決問答)』에서 당시까지의 교상판석을 자세히 밝히고 있는데, 약 30여 명의 교판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교판 가운데 우리 나라에서 널리 계승되어 뿌리를 내린 것으로는 수나라 지의의 오시팔교설(五時八敎說)과 신라 원효의 사교판설(四敎判說), 당나라 법장(法藏)의 오교십종설(五敎十宗說)과 사종설(四宗說) 등이다.

그 가운데 오시팔교설은 법화사상(法華思想)을 전승한 천태종을 중심으로 하여 꾸준히 신봉되었고, 오교십종설은 화엄종의 융성과 함께 뿌리를 내렸으며, 원효의 사교판설은 그 내용을 담은 『화엄경소(華嚴經疏)』가 산실되어 널리 유통되지는 않았지만, 역대 중국 교판의 전통을 독창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전혀 종파성을 띠지 않았다는 뚜렷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천태종의 교판으로서 우리 나라에서 가장 널리 유통되고 있는 오시팔교설은 부처님의 평생설법을 대개 『법화경』을 설하기 위한 준비라 보고, 이 설법 중에 『법화경』을 가장 높은 위치에 두고 불교 전체를 조직적으로 체계화시킨 것이다. 이 교판은 고려 체관(諦觀)의 『천태사교의(天台四敎儀)』에 가장 상세하게 풀이되어 있다.

오시는 50년 동안의 석가모니 설법을 시간적으로 판단한 것이고, 팔교는 교화하는 형식에서 불교를 분류한 화의사교(化儀四敎)와 교리의 내용에서 분류한 화법사교(化法四敎)를 합한 것이다.

오시는 ① 성도(成道)한 뒤 최초의 21일 동안에 『화엄경』을 설한 화엄시(華嚴時), ② 녹야원에서 12년 동안 『아함경』을 설한 아함시(阿含時), ③ 그 뒤 8년 동안 『유마경(維摩經)』 · 『금광명경(金光明經)』 · 『능가경』 · 『승만경(勝鬘經)』 · 『무량수경(無量壽經)』 등 방등부의 여러 경을 설한 방등시(方等時), ④ 다음 22년 동안 여러 부의 『반야경』을 설한 반야시(般若時), ⑤ 최후의 8년 동안 『법화경』을 설하고 열반 전에 『열반경』을 설한 법화열반시(法華涅槃時)로 구분된다.

팔교 가운데 석가모니의 일대 교설을 설법하는 형식에 의해서 분류한 화의사교는 돈교(頓敎) · 점교(漸敎) · 비밀교(秘密敎) · 부정교(不定敎)로 나뉜다.

돈교는 일정한 차례에 의하지 않고 한꺼번에 깨달아 해탈을 얻는 가르침으로, 석가모니가 성도한 직후에 설한 『화엄경』이 이에 속한다. 점교는 정해진 차례를 밟아 설한 교로서, 『아함경』 · 『방등경(方等經)』 · 『반야경』을 차례로 거친 뒤 『법화경』과 『열반경』에 이르는 교설을 말한다.

비밀교는 비밀부정(秘密不定)을 뜻하는데, 성격이나 지식 등이 일정하지 않은 여러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의 근기(根機)에 따라서 진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교묘한 가르침으로, 이 경우에 듣는 사람들은 서로 다르게 알아듣고 있는 줄을 알지 못한다.

부정교는 현료부정(顯了不定)의 뜻으로, 듣는 사람들이 그 지식의 정도에 따라서 같은 설법을 여러 가지로 알아듣게 되는 가르침으로, 이때에도 각자가 이해한 내용을 서로 알지 못하는 것이 부정교의 특색이다.

또, 석가모니가 설한 교리의 내용을 넷으로 나눈 화법사교는 장통별원(藏通別圓)이라고도 한다. 장교(藏敎)는 곧 삼장교(三藏敎)로서, 경(經) · 율(律) · 논(論)의 삼장으로 국한되는 소승교(小乘敎)이다.

통교(通敎)는 ‘앞뒤로 통하는 교’라는 뜻으로, 성문(聲聞) · 연각(緣覺) · 보살(菩薩)이 함께 배우는 교이며, 배우는 사람의 영리하고 둔함에 따라서 깊고 묘하게, 또는 얕고 하열(下劣)하게 아는 교이다. 근성(根性)이 부족한 사람이 이것을 얕게 알면 앞의 장교와 같은 결과가 되고, 근성이 뛰어난 사람이 깊고 묘하게 알면 뒤의 별교(別敎)나 원교(圓敎)에 통하게 되므로 통교라 한다.

별교는 ‘다른 것과 같지 아니한 교’라는 말로서, 성문이나 연각의 교와도 다르고 원교와도 같지 않기 때문에 별교라 한다. 이 교는 넓은 세계관에 의지하고는 있지만 이지가 얕아 차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또 공(空)과 유(有)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를 말하였으나 아직 융통무애(融通無碍)한 이치에는 이르지 못한 교이다.

원교는 원만하고 완전한 교이다. 원교에서는 중도를 참된 실재로 보고 있다. 참된 실재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 그대로가 공(空)인 동시에 가(假)이고 중(中)이어서 현상과 실재, 미혹과 깨달음, 번뇌와 보리(菩提) 등이 서로 원융한 상태에 있다고 보는 실재론이 곧 원교이다. 대승교 가운데에서 지극한 묘리를 말한 『법화경』이 이에 해당한다.

화엄종에서 불교 교리의 얕고 깊음에 따라 우열을 판단하는 오교십종설 중 오교는 교상(敎相)의 분류이며, 십종은 종의(宗義)의 구분이다.

오교는 ① 『아함경』이 중심이 되는 소승교, ② 『해심밀경』을 중심으로 하는 대승시교(大乘始敎), ③ 『능가경』과 『승만경』 등 여래장계(如來藏系) 경전을 중심으로 하는 대승종교(大乘終敎), ④ 『유마경』을 중심으로 하는 돈교, ⑤ 『화엄경』을 중심으로 하는 원교 등이다.

또, 석가모니의 교설을 뜻에 따라 열 가지로 구분한 십종은 다음과 같다. ① 아법구유종(我法俱有宗):아(我:주관)와 법(法:객관)이 모두 실재한다고 주장하는 인천승(人天乘)과 소승교 독자부(犢子部) 등의 교.

② 법유아무종(法有我無宗):객관의 모든 법은 삼세(三世)에 걸쳐 실제로 있는 것이지만, 자아는 모든 법의 화합에 의한 것이므로 그 자체가 허무하다고 주장하는 살바다부(薩婆多部) 등의 교.

③ 법무거래종(法無去來宗):일체법 가운데서 현재법(現在法)과 무위법(無爲法)은 실제로 존재한 것이나, 아(我)는 물론, 과거와 미래의 법은 공무(空無)하다고 주장하는 대중부(大衆部) 등의 교.

④ 현통가실종(現通假實宗):법무거래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에서도 실유(實有)와 가유(假有)의 두 종류가 있다고 주장하는 소승설가부(小乘說假部) 등의 교.

⑤ 속망진실종(俗妄眞實宗):불교 이외의 사상가들이 인정하는 진리인 속제(俗諦)를 허망한 것으로 보고, 불교에서 말하는 근본적인 진리인 진제(眞諦)를 진실하다고 하는 설출세부(說出世部) 등의 교.

⑥ 제법단명종(諸法但名宗):미계(迷界)와 오계(悟界)의 온갖 법이 다만 이름뿐이고 실체가 없다고 주장하는 일설부(一說部) 등의 교.

⑦ 일체개공종(一切皆空宗):만유의 모든 현상은 그 성품으로 보면 다 공(空)하다고 주장하는 가르침으로, 『반야경』 · 『중관론(中觀論)』 등이 이에 속한다.

⑧ 진덕불공종(眞德不空宗):진여(眞如)는 무량하고 무수한 덕을 갖춘 실제이며, 만유는 진여의 체(體)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하는 가르침으로, 『능가경』 ·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등이 이에 속한다.

⑨ 상상구절종(相想俱絶宗):만유의 모양이나 이를 인식하는 심상(心想)이 함께 생각할 수 없다는 가르침으로, 『유마경』 등이 이에 속한다.

⑩ 원명구덕종(圓明具德宗):현상 차별의 만유 개개가 일즉일체(一卽一切)의 관계를 취하고 있고 모든 현상이 한 관계를 취하면서도 서로를 분리시키려 해도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연기(緣起)의 관계 속에서 일체의 공덕을 갖추고 있다고 설하는 화엄종의 가르침이다. 이들 오교와 십종의 관계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원효의 사교판설은 모든 종파를 초월하여 일심(一心)의 원천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독특한 것이다. 원효는 전체를 우선 삼승과 일승으로 나누고, 삼승에 속하는 것으로 삼승별교(三乘別敎)와 삼승통교(三乘通敎)를, 일승에 속하는 것으로 일승분교(一乘分敎)와 일승만교(一乘滿敎)를 두었다.

이 때의 삼승별교에는 사제교(四諦敎)와 연기경(緣起經) 등의 교설이 포함되고, 삼승통교에는 반야교(般若敎)와 『해심밀경』 등을, 일승분교에는 『보살영락본업경(菩薩瓔珞本業經)』과 『범망경(梵網經)』 등을, 일승만교에서는 『화엄경』과 보현교(普賢敎)를 귀속시켰다.

이 가운데 삼승별교는 아직 법공(法空)의 이치를 깨닫지 못한 상태이고, 삼승통교는 법공을 두루 밝히고 있는 상태이며, 일승분교는 아직 보법(普法)을 나타내지 못한 가르침이고, 일승만교는 보법을 충분히 밝힌 가르침이다.

원효교판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해심밀경』과 『반야경』을 같은 곳에 놓고, 그것보다는 우위에 『영락경』과 『범망경』 등 대승보살윤리의 경전을 놓았다는 점이다. 이는 『영락경』을 『대승기신론』과 같은 여래장사상 계통의 논서와 동등하게 중요시한 것으로, 불교를 실천도로서 중요시하였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화엄경』을 말하면서 보현교라고 명기한 것도 같은 뜻을 가지는 것이다.

원효는 사람들이 일승의 길로 들어서게 되기를 바라는 중생제도의 방편으로서 교상을 판석하였고, 그의 판석은 선행한 중국의 불교사상가들의 오류나 결함을 시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특히 중국 화엄사상가들에게는 중요한 계도적 의의를 가지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원효는 논쟁이나 종파형성의 이론적 준비로서 교판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여러 법문(法門)의 화쟁(和諍)을 강조하는 데 목적이 있었으며, 종파를 초월하여 일심의 원천으로 융회(融會)하게 하는 데에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화엄종의 법장이 세운 오교십종의 교판도 원효의 설에 많은 영향을 받아 교판을 세운 것이다.

참고문헌

『화엄경문의요결문답(華嚴經文義要決問答)』(표원)
『천태사교의(天台四敎儀)』(제관)
「교판사상에서 본 원효의 위치」(이기영, 『동양학』 4, 동양학연구소, 1974)
『한국화엄사상연구』(불교문화연구소, 동국대학교출판부,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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