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는 주요 기후 요소 중 하나로, 지표에 떨어지는 수분의 총량을 강수량이라고 한다. 강수 현상에는 비·눈·우박·서리·이슬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강우(降雨)와 강설(降雪)이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다.
온대 지방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강수가 비로 내리고, 추운 겨울에만 눈이 내린다. 연 강수량은 500∼1,500㎜ 정도이며,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1,000㎜를 넘는다. 비교적 강수량이 많은 습윤 기후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강수는 몇 가지 특징을 나타낸다. 가장 큰 특징은 여름철에 비가 집중되는 하계다우형(夏季多雨型)이라는 점이다. 여름철 강수량은 연 강수량의 50∼60%를 차지하여 우기와 건기가 매우 뚜렷하다. 여름철 강수 집중률은 해안 지방의 경우 대체로 50% 정도이지만, 동해안 중부에서 남부에 걸친 지역은 50% 이하로 낮은 편이다. 이에 비하여 서해안 지방은 55%, 내륙 지방은 60% 정도의 강수 집중률을 보인다. 특히 임진강 상류의 여름철 강수 집중률은 65%로 매우 높다.
7월 상순에서 중순까지 우리나라 전역은 장마권에 들어간다. 장마전선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7월에는 일년 중 비가 가장 많이 온다. 장마전선이 만주까지 북상한 뒤 다시 남하하면 가을 장마가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여름철 비는 대체로 짧은 시간에 맹렬히 쏟아지는 집중호우이다. 집중호우는 일반적으로 1일 강수량이 연 강수량의 10% 이상일 때를 기준으로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일 강수량이 300㎜를 넘는 경우도 흔한 편이다. 1일 최대 강수량 기록은 2002년 8월 31일 강릉에 내린 870.5㎜인데, 이것은 연평균 강수량의 약 62%에 해당하는 비가 하루만에 쏟아진 것이다. 1시간 동안 100㎜가 넘는 집중호우의 기록도 많다. 1998년 7월 31일 주암에는 1시간 동안 무려 145.0㎜의 비가 내리기도 하였다. 집중호우로 인해 물난리를 겪는 일도 빈번한데, 1962년 순천, 1964년 제천, 1984년 서울의 홍수 등은 그러한 예이다.
강수량의 변동도 해에 따라 심하다. 평균 강수량을 훨씬 넘어 비가 많이 왔던 해도 있지만, 평균 강수량의 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적은 비가 왔던 해도 있어, 강수량의 누년변동(累年變動)이 매우 심하다. 1971∼2000년 서울의 연평균 강수량은 1,344.3㎜인데, 가장 비가 많이 내렸던 1990년에는 2,355.5㎜이고, 가장 비가 적게 내렸던 1988년에는 760.8㎜여서, 최대 교차가 1594.7㎜에 이른다.
비가 많이 내렸던 해에는 홍수가 일어나고, 비가 적게 내렸던 해에는 가뭄이 발생하여, 이전부터 적지 않은 홍수와 가뭄 피해가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강수에 대한 기록이 많이 전한다. 삼국시대부터 비가 많이 온 해는 대우(大雨)·대수(大水)·출수(出水) 등으로 기록되었으며, 비가 적게 온 해나 가뭄이 발생한 해는 불우(不雨)·한(旱)·대한(大旱) 등으로 기록되었다.『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상위고(象緯考) 우이(雨異)와 한황(旱蝗)에는 이상강우 현상만이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또한 조선 세종 때 측우기와 수표에 의한 강수량 측정치도 여러 문헌에 전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강수량 관측 역사는 어느 나라보다도 앞선다. 특히 서울은 1770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240년간의 관측치가 남아 있다. 이러한 자료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대체로 남에서 북으로 갈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풍향·지형·위치 등의 영향으로 지역에 따른 차이가 크다. 연 강수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남해안 지방으로 1,500㎜에 달하고, 가장 적은 지역은 함경북도 내륙 지방으로 500∼600㎜ 정도이다.
비가 많이 오는 다우지(多雨地)는 제주도, 남해안 및 섬진강 유역 일대로, 연 강수량은 1,400㎜ 이상이다. 한강 중·상류와 청천강 중·상류는 1,300㎜ 내외의 비가 내려 다우지에 속한다. 그 가운데 서귀포는 비가 가장 많이 오는 곳으로, 연 강수량이 1,850.7㎜에 이르며, 1985년에 3,234㎜의 비가 내려 연 최대극치(最大極値)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경기도 광주는 1940년 7월에 월 최대극치로 1,398㎜를 기록하였다.
비가 적게 오는 소우지(少雨地)는 낙동강 중류, 대동강 하류, 개마고원 일대 등이다. 개마고원 일대의 연 강수량은 500∼700㎜인데, 가장 비가 적게 온 곳은 연 강수량이 508.7㎜에 불과한 종성이다. 대동강 하류 광량만 일대와 황해도 서해안의 연 강수량도 800㎜ 내외 정도이며, 낙동강 중류에 자리한 의성은 연 강수량이 972.2㎜이다.
한편, 겨울철 강설량의 분포를 보면, 북서 계절풍의 바람맞이 지역인 울릉도와 호남지방, 그리고 북동기류의 바람맞이 지역인 영동 지방과 태백산지가 눈이 많이 오는 다설지대(多雪地帶)이고, 바람의 그늘 지대에 해당하는 영남 지방이 눈이 적게 오는 과설지대(寡雪地帶)에 해당한다. 특히 울릉도는 눈이 가장 많이 오는 곳으로, 겨울철 강설량이 여름철 강수량을 능가한다. 지금까지 기록된 최심 적설량은 1962년 1월 31일의 293.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