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삼(羅衫)이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나(羅)로 만든 웃옷[衫]’을 의미한다. 그러나 막연하게 ‘아름다운 옷’이라는 의미의 문학적 표현으로도 사용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여성용 예복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나삼의 재료를 의미하는 직물인 ‘나’는 인접한 경사끼리 꼬임을 만들어 짠 직물이다. 학술적 용어로는 익조직(搦組織)이라고 한다. 제직(製織) 방법에 따라 경사 두 올씩을 교차 시켜 짠 이경교라(二經交羅), 세 올을 교차 시켜 짠 삼경교라(三經交羅), 네 올을 교차 시켜 짠 사경교라(四經交羅)가 있다. 이경교라는 훗날 은조사(銀條紗)라고도 하였다. 실의 굵기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얇고 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네 올의 경사를 교차 시켜 짠 사경교라는 그물 모양으로 직조되는데 니트 같은 느낌을 준다.
고려시대에는 특히 나 직물이 유행하였으나 조선시대에는 그것이 쇠퇴하면서 점차 고름이나 고름 바대 등 복식의 부분 장식에 사용되었고 ‘ 너울(羅尤)’의 소재로만 사용하였다. 너울은 조선시대 여성들이 외출할 때 삿갓 형태의 입자(笠子)를 쓰고 그 위를 덮어 얼굴을 가리는 데 사용하던 복식이다.
‘나삼’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로 만든 웃옷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조선 후기 무신년(1848) 이후 임인년(1902)의 『진찬의궤(進饌儀軌)』까지 궁중정재(宮中呈才) 중 춘앵전(春鶯囀)을 추는 여령(女伶)이 입는 겉옷을 나삼이라고 기록하였다. 겉감에 황화문(黃花紋) 갑사(甲紗)를 사용하고 안감에는 진홍(眞紅) 도류문(桃榴紋) 갑사나 홍화문(紅花紋) 갑사를 사용하여 만들었다. 시대에 따라 무늬는 달랐으나 겉감과 안감에 황색 사(紗, 이경교라)와 홍색 사를 사용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또한 신부의 혼례복도 나삼이라고 하였다. 고소설 『명월부인전』에 “신부의 얼굴을 나삼으로 가려 … ”라는 대목이 보인다.
경상북도 안동지역의 신부 혼례복 중에는 원삼(圓衫) 외에 ‘나삼’이라는 것이 있었다. 혼례용 원삼을 구하기 어려우면 시댁에서 보내 온 혼숫감, 즉 ‘한불 우티감(초록저고리감, 분홍치맛감)’과 ‘두불 우티감(노랑저고릿감, 남색치맛감)’을 사용하여 임시방편(臨時方便)으로 ‘나삼’을 만들어 입었다. 한불 우티감이란 ‘우티감 한 벌’이라는 뜻인데, ‘우티’란 신랑집에서 보내 주는 신부의 예복용 치마 · 저고리를 말한다. 치마감을 어깨에 걸치고 저고리감을 허리에 맸다. 1941년 혼례를 치른 신랑과 신부의 사진에서 그것을 착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