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남루총서』는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의 저·편서를 한데 모아 대동문화연구원이 1971년에 5책으로 출판한 전집이다. 최한기의 저술은 1,000권이라는 설도 있지만, 현재 80여 권만이 발견되었다. 문집 가운데 『인정』에는 최한기의 정치·경제·문화 등에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개혁적인 복안이 담겨 있다. 『명남루수록』은 종래의 유학에 대한 제반 인식을 경험과 실증적 철학의 바탕 위에서 재해석한 것들이다. 최한기는 『지구전요』, 『지구전후도』, 『기측체의』, 『신기천험』 등 서양의 과학적 방법론을 중요하게 여긴 저서도 남겼다.
5책. 영인본. 1971년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이 국내외에 산재한 자료들을 모아 총서로 편집, 경인문화사에서 출판하였다.
제1책에 『신기통(神氣通)』 3권 2책, 『추측록(推測錄)』 6권 3책, 『습산진벌(習算津筏)』 5권 2책, 제2·3책에 『인정(人政)』 25권 12책, 『강관론(講官論)』 4권 1책, 『소차유찬(疏箚類纂)』 2권 1책, 제4책에 『지구전요(地球典要)』 13권, 『육해법(陸海法)』 2권 1책, 『명남루수록(明南樓隨錄)』 2권 1책, 제5책에 『신기천험(身機踐驗)』 8권 8책, 『심기도설(心器圖說)』 불분권 1책, 『의상이수(儀象理數)』 3권 1책이 각각 수록되어 있다.
제1책의 『신기통』은 기철학(氣哲學)의 기본 문제를 다룬 것이다. 「체통(體通)」에 천인지기(天人之氣) · 기지공용(氣之功用) 등 67항목, 「목통(目通)」에 물색영모(物色映眸) · 격기내조(隔氣來照) 등 13항목, 「이통(耳通)」에 천지인물성(天地人物聲) 등 13항목, 「비통(鼻通)」에 탁약신기(槖籥身氣) 등 6항목, 「구통(口通)」에 언여식상응(言與食相應) 등 14항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생통(生通)」에 생생대도(生生大道) 등 9항목, 「수통(手通)」에 공능최다(功能最多) 등 6항목, 「족통(足通)」에 족력감임(足力堪任) 등 3항목, 「촉통(觸通)」에 내외상응(內外相應) 3항목, 「주통(周通)」에 참호증험(參互證驗) 등 7항목, 「변통( 變通)」에 변통조목(變通條目) 등 16항목으로 나뉘어 설명되었다.
『추측록(推測錄)』은 「추측제강(推測提綱)」 · 「추기측리(推氣測理)」 · 「추정측성(推情測性)」 · 「추동측정(推動測靜)」 · 「추기측인(推己測人)」 · 「추물측사(推物測事)」 등 6개 항목으로 나뉘고, 각 항목은 다시 수십 개의 세 항목으로 나뉘어 기술되었다. 종래의 연역적인 방법을 지양하고 귀납적인 방법으로 논리를 전개한 것이 특색이다.
『습산진벌』은 도(度) · 양(量) · 형(衡) · 권(權) · 가(加) · 감(減) · 승(乘) · 제(除) · 평방 · 입방 등으로 나뉘어 기술되었다. 그런데 이 『신기통』과 『추측록』은 중국 북경 정양문(正陽門) 안의 인화당(人和堂)에서 초판한 활자본으로 간행된 적이 있으며, 본 총서에 실린 영인본은 이 북경본을 대본으로 하였다.
제2·3책의 『인정』은 본 총서 가운데서 가장 주목되는 내용이다. 「측인(測人)」 · 「교인(敎人)」 · 「선인(選人)」 · 「용인(用人)」 4개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정치 · 사회 · 경제 · 교육 등 여러 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저술로서, 저자 최한기의 정치 · 경제 · 문화 등에 관한 개혁적인 복안이 담겨 있는 저술이다.
인정이란 인사행정(人事行政)의 줄인 말이다. 이상 4개 부문은 서로 긴밀한 연관성과 통일된 구조 속에 배열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곧 사람을 쓰려면[用人], 먼저 사람을 헤아리고[測人], 가르치고[敎人], 선발해야[選人]하므로, 이 4개 부문은 선후본말적(先後本末的)인 유기적 관계로 제시한 것이다.
또한 그는 측인과 지인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형식적이고 고정적인 관념으로 사람을 아는 것[知人]을 지양하고 생동 · 변화 속에서 동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바로 측인임을 주장하고 있다.
「교인문(敎人門)」에서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가르쳐서 쓴다면 버릴 사람이 적고, 가르치지 않고 쓴다면 흠이 없기 어렵다고 역설하고 있다.
「선인문(選人門)」에서는 국가의 흥망은 적임자를 쓰느냐 쓰지 않느냐에서 이미 결정된다는 논리를 폄으로써, 인재 선발에 정밀한 관찰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용인문(用人門)」에서는 용인의 원리를 인간 상호관계 속에서 찾아 내가 남에게 쓰인 뒤에 남을 쓰며, 남에게 쓰이지 않으면 남을 쓸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제4책의 『지구전요』는 중국의 지리서인 『해국도지(海國圖地)』와 『영환지략(瀛寰志畧)』 등과 우리 나라의 『해유록(海遊錄)』을 참고해 만들었다.
『육해법』은 농업 용수를 마련하기 위한 기술 서적으로 저자의 나이 32세인 1834년에 저술하였다. 그는 우리 나라의 농업이 낙후된 까닭을 수리시설[灌漑]의 미비에 있다고 개탄하면서, “농업은 물을 대는 일보다 더 우선하는 일이 없으며, 물을 대는 일은 물을 푸는 일보다 더 우선하는 일이 없다[農業莫先於灌漑 灌漑莫先於挈水]”고 생각하고, 물푸는 기계[挈水機]의 제작원리를 각종 문헌에서 조사, 연구해 실었다.
그는 물을 푸는 동력은 사람이 밟는 것[人踏翻車], 물이 돌리는 것[水轉翻車], 노새가 끄는 것[驢轉筒車] 등이 있으며, 물레방아 · 도르래 · 지레 등을 이용한 각종 물푸는 기계를 도시(圖示)해 설명하고 있다.
『명남루수록』은 서명으로 보면 문학적인 수필로 짐작할 수 있으나 내용은 전혀 다르다. 「도덕인지성리( 道德仁知性理)」 · 「인지재지(人之才知)」 · 「일통지의(一統之義)」 등 49항목의 독립된 논저로서, 종래의 유학에 대한 제반 인식을 경험과 실증적인 철학의 바탕 위에서 재해석한 것들이다.
제5책의 『신기천험(身機踐驗)』은 기초의학 부문과 물리학 부문으로 이루어졌다. 기초의학 부문은 권1·2에 인체의 각 부위의 명칭과 구조 및 구실을 다루었고, 권3에 병리론(病理論)을, 권4∼7에 위병(胃病) · 토혈(吐血) · 간담병(肝膽病) · 비병(脾病) 등 75종류의 병증을 나열하고 그 치료법을 제시하였다.
『신기천험』에 수록된 제반 의학 이론은 종래의 음양론에 근저를 둔 동양의학의 보편적 이론을 비판, 배격하고 해부학에 근거한 서양의학의 병리론을 채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종기(腫氣)를 염증으로 본 점, 현미경 · 병원체(病源)란 의학용어가 등장하는 점 등을 볼 때 서양에서 수입된 새로운 의학이론을 수용하였음이 틀림없다.
권8의 「제기치용(諸氣致用)」편에는 「기기통(氣機筩)」 · 「풍우침(風雨鍼)」 · 「한서침(寒暑鍼)」 등 기계 이름이 나열되고 그 재료와 구조, 용도와 사용 방법 등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물질즉기질(物質卽氣質)」에서는 인력(引力)과 모세관 현상, 관성의 법칙 등이 설명되었다. 이 밖에도 전기(電氣)기중기 · 풍차 · 기계방아 · 기름틀 등이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의상이수(儀象理數)』에서는 「일전(日躔)」 · 「세실(歲實)」 · 「청몽기차(淸蒙氣差)」 · 「지반경차(地半徑差)」 등 24항목을 나열, 설명하였다. 해 · 달 · 지구 등의 운행궤도에 대한 도시 설명과 일식 · 월식, 절후와 시각 등에 관한 설명이 주요 부문을 이루고 있다. 이 책은 하권 1책만 발견되었는데, 1839년(헌종 5) 저자의 나이 37세에 저술하였다.
최한기의 저술은 1,000권이라는 설도 있지만, 현재 80여 권만이 발견되었다. 본 총서는 영인본으로 각 도서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