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악(金相岳: 17241815)은 조선 후기의 유학자로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 15481631)의 6세손이다. 자는 순자(舜咨), 호는 위암(韋庵)이고 본관은 광산(光山)이다. 30대에 관악산에 들어가 92세에 세상을 뜨기까지 『주역』 연구에 일생을 바쳤다. 그 결과물인 『산천역설(山天易說)』 외에 『위암시록(韋庵詩錄)』이 있다.
『산천역설』은 저자가 60여 년간 관악산에 칩거하며 『주역』을 연구한 성과로, 1879년(고종 16)에 증손 김상현(金尙鉉: 1811~1890)이 교정해 간행하였다.
12권 중 제1권부터 제5권은 건괘(乾卦)에서 이괘(離卦)까지 상경(上經)의 주해이고, 제6권부터 제10권은 함괘(咸卦)에서 미제괘(未濟卦)까지 하경(下經)의 주해이며, 제11권은 「계사상전(繫辭上傳)」과 「계사하전(繫辭下傳)」, 제12권은 「설괘전(說卦傳)」, 「서괘전(序卦傳)」, 「잡괘전(雜卦傳)」의 주해이다. 제12권 말미에는 「하도(河圖)」, 「태극도(太極圖)」, 「육십사괘횡도(六十四卦橫圖)」, 「복희팔괘방위지도(伏羲八卦方位之圖)」, 「육십사괘방원지도(六十四卦方圓之圖)」, 「육십사괘분배절기지도(六十四卦分配節氣之圖)」, 「문왕팔괘방위지도(文王八卦方位之圖)」, 「팔괘통육십사괘운행지도(八卦統六十四卦運行之圖)」의 도설(圖說)을 수록하고 있다. 제1권부터 제10권의 경문(經文) 체재는 정현과 왕필의 주해본을 따랐고, 나머지 2권의 주해는 앞의 경문 주해와 비교해 간략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윤정현의 서문에 따르면, 『산천역설』은 괘변(卦變), 하도낙서(河圖洛書), 선후천(先後天)과 같은 견해는 기본적으로 주희(朱熹)의 『주역본의(周易本義)』와 『역학계몽(易學啓蒙)』을 따르지만, 경문 해석에서 주희와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묵수하지 않고 오행(五行), 납갑(納甲), 호괘(互卦), 효변(爻變), 방통(旁通), 소식(消息) 등 한(漢)대 상수역학의 여러 방법론들을 겸하고 여타 경(經) · 사(史) · 자(子)의 전적들에서 근거를 찾아 주석하였다. 이와 같이 한역(漢易)과 송역(宋易)의 균형 있는 절충과 고증학적 연구 방법론을 통해 『주역』의 본뜻을 추구하고자 한 점은 본서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이다. 윤정현은 이를 동방예학의 대종으로 평가받는 김장생의 예학 연구에 비견된다고 평가하였다.
『산천역설』의 또다른 특징은 복체(伏體), 변체(變體), 호체(互體), 반체(反體), 교체(交體)의 취상(取象) 방법론을 통해 하나의 괘(卦)에서 여러 괘들을 도출할 수 있고 이를 괘효사의 해석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본 점이다. 예를 들어 건괘(乾卦)의 복체는 곤(坤)이 되고, 변체는 이(履)가 되며, 이(履)의 호체는 동인(同人)과 중부(中孚), 반체는 소축(小畜), 복체는 겸(謙), 교체는 쾌(夬)가 된다. 또한 『산천역설』은 상경과 하경의 관계를 체(體)와 용(用)의 관계로 파악하면서 「계사상전」과 「계사하전」은 각각 체와 용을 설명한 것으로 본다.
임재규는 조선의 역학이 송역(宋易)에서 한역(漢易)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성격을 보여 주는 것이 『산천역설』로, 조선 후기 역학사 연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그 의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