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왕맞이굿은 제주도 무당굿 중 시왕(十王)을 맞아들여 기원하는 굿거리이다. 중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경우와 죽은 영혼을 저승의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경우가 있다. 시왕은 저승의 도산지옥(刀山地獄)부터 흑암지옥(黑暗地獄)까지 10개의 지옥을 각각 차지하고 있는 열 왕이다. 굿은 장단에 맞추어 정장한 수심방이 노래와 춤으로 진행해 간다. 그 순서는 ① 초감제, ② 방광침, ③ 차사본풀이, ④ 시왕도 올리고 석살림, ⑤ 액막이, ⑥ 낙가도전침, ⑦ 삼천군벵(군병)질침, ⑧ 질침, ⑨ 메어듬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중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하는 경우와 죽은 영혼의 생시죄보(生時罪報: 이승에서 지은 죄값)를 사하여 저승의 좋은 곳으로 보내 주도록 기원하기 위하여 하는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는 망인의 대상(大祥)을 전후하여 시행한다. 어느 경우든지 큰굿의 한 제차(祭次)로 행하기도 하고, 단독제로 행하기도 한다.
시왕은 저승을 차지하고 있는 열 왕인데, 저승의 도산지옥(刀山地獄)부터 흑암지옥(黑暗地獄)까지 10개의 지옥을 각각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승에 살고 있는 사람의 목숨을 그 생갑(生甲)에 따라 관장하고 있다고 한다. 시왕이 차지한 지옥과 사람의 생갑은 〔표〕와 같다.
〔표〕시왕
이러한 직능의 시왕 밑에 다시 지장대왕(地藏大王) · 생불대왕(生佛大王) · 좌두대왕(左頭大王) · 우두대왕(右頭大王) · 동자판관(童子判官) 등이 있어 그 직능을 보좌하고, 그 밑에 사자(使者)인 차사(差使)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시왕은 저승에서 각각 차지하고 있는 생갑의 인간들의 명부(冥簿)를 가지고 있어 정명(定命: 타고난 목숨)이 다 되면 차사를 시켜 잡아오게 하고, 생시의 업보에 따라 지옥 또는 극락으로 심판하여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중환자의 경우는 시왕이 데려가기 위한 병으로 보고 정명을 연장하여 주도록 비는 것이고, 망인의 경우는 죄보를 사하여 극락으로 보내 주도록 비는 것이다.
시왕맞이는 마당의 큰대 앞에 시왕맞이 제상을 차려서 하는데, 제상은 이층으로 만들어 위에는 시왕상, 아래에는 사자상을 마련하고, 그 앞에 영혼상 · 차사상 · 공싯상 · 보답상 · 대령상 등 여러 가지 작은 상을 차려 놓는다.
굿은 소무가 치는 북 · 설쇠 · 징 등의 장단에 맞추어 정장한 수심방이 노래와 춤으로 진행해 간다. 그 순서는 ① 초감제, ② 방광침, ③ 차사본풀이, ④ 시왕도 올리고 석살림, ⑤ 액막이, ⑥ 낙가도전침, ⑦ 삼천군벵(군병)질침, ⑧ 질침, ⑨ 메어듬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다른 맞이굿에 비하여 길고 복잡하게 되어 있는데, 이는 시왕의 하위신인 차사와 원혼들을 위하는 제차와 죽은 영혼의 저승길을 깨끗하게 닦아서 맞이하여 그 심회를 듣고 위무하여 저승으로 보내는 질침(일명 차사영맞이)행사 등 부수 제차가 끼어들기 때문이다.
① 초감제는 다른 맞이굿의 초감제와 마찬가지로 굿하는 날짜와 장소, 굿을 하는 사유를 신에게 고하고, 군문을 열어 신의 하강하는 길의 사(邪)를 쫓는 새ᄃᆞ림을 하고, 신을 청해 들이는 신청궤를 하는 것이 같다. 다만 새ᄃᆞ림과 신청궤 사이에 악기가 잘 울려 주도록 악기신(樂器神)을 대접하는 ‘도레둘러맴’이라는 소제차가 더 끼어드는 것이 다를 뿐이다.
② 방광침은 시왕에게 병을 거두어 낫게 해주도록, 또는 망인의 죄를 사하여 지옥에 떨어지지 말게 하고, 극락으로 가게 해주도록 간절히 비는 제차이다.
③ 차사본풀이는 차사의 신화를 노래하고 망인을 구박하지 말고 저승까지 고이 데려가주도록 비는 제차이다.
④ 시왕도 올리고 석살림은 시왕에게 올라가실 때가 되었음을 알린 뒤, 폐백을 드리고 소지를 올려 기원하고 즐겁게 놀리는 제차이다. 여기까지로써 시왕과 차사에 대한 기원이 일단 끝난 셈이 된다.
⑤ 액막이는 차사에게 잘 대접하여 빌고, 사람 목숨 대신 닭을 잡아가도록 닭을 죽여 던짐으로써 액을 막는 제차이다.
⑥ 낙가도전침은 시왕과 사자에게 대접하는 의미로 술잔을 들어 춤추다가 올리고 시루떡을 들어 춤추다가 올린 뒤, 지장본풀이를 하여 축원하고, 전란 때 죽은 모든 원혼들을 대접하여 범접하지 않도록 달래는 제차이다.
⑦ 삼천군벵질침은 여러 가지 전란에 비명사(非命死)한 사령(死靈)이나 억울하게 죽은 사령 등 잡신을 대접하여 쫓은 후, 무조신(巫祖神)을 대접하는 행사를 하여 끝낸다.
⑧ 질침은 일명 차사영맞이라 하는 제차로, 저승길을 치우고 닦아서 차사와 죽은 영혼을 맞아들이고, 망인의 심회를 말하는 ‘영개울림’을 들은 뒤, 저승의 열두 문을 열어 영혼을 위무하여 저승으로 보내는 행사다. 굿당에 댓가지로 저승의 열두 문을 만들고 저승길을 치워 닦는다.
그 순서는 길을 돌아보고 그 길에 무성한 잡초 목을 베고, 그 그루를 따비로 파고, 흙을 발로 밟아 고르고, 나뒹구는 돌멩이를 치우고, 밀대로 밀어 지면을 고르게 하고, 일어나는 먼지를 비로 쓸고, 물을 뿌리고, 젖은 데에 띠를 갈고 하는 세밀한 길닦기 작업을 노래와 상징적인 춤으로 실연한 뒤, 영혼을 맞아들여 영혼의 이야기를 듣는다. 심방이 울면서 대변하는 영혼의 이야기(영개울림)가 끝나면, 시왕에게 빌면서 댓가지로 만든 저승문을 하나하나 열면서 영혼을 통과시켜 저승으로 보내는 것이다.
⑨ 메어듬은 마당의 시왕맞이상의 신들을 집안의 기본 제상으로 옮겨 모시는 과정인데, 큰굿 때에는 이 제차를 하여 옮겨 모시지만, 단독제로 할 때에는 도진을 하여 신들을 돌려보냄으로써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