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군자는 천하에 생활함에 있어 이렇게 해야만 한다든지, 이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든지 하는 고정된 행동 원리를 갖지 않고 오직 의를 따라 행동해야 한다(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고 함으로써 의를 인간의 실천 원리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중심 사상은 어디까지나 인(仁)이었으며 그 내용은 인간의 본래 모습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본래 모습은 천명사상(天命思想)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것은 사람[人]과 사람[人]이 고립된 상태에서 서로 대립하는 관계로서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에서 서로 하나가 되는 관계로 나타난다.
인간의 본래 모습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행위는 남을 나처럼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공자는 인을 ‘애인(愛人)’이라고 하여 남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하였다. 공자는 이와 같이 인을 실현, 즉 인간의 본래 모습을 회복함으로써 사회적 질서를 확립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맹자가 생을 누린 전국시대(戰國時代)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이익 추구에 몰두해 쟁탈을 일삼게 되었고, 이단(異端)이 득세해 사상적 혼잡을 초래하는 등 사회가 더욱 혼란해짐으로써, 공자의 인에 대한 더욱 구체적이고 명석한 실천 방안이 요구되었다. 맹자의 의사상(義思想)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인의 실천 방안이었다. 그리하여 맹자는 공자의 인에 의를 덧붙여 인의(仁義)라고 하였던 것이다.
≪맹자≫ 260장 가운데 첫머리 제1장, 즉 개권(開卷) 벽두의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인과 의가 있을 뿐입니다.”라고 한 맹자의 말에서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한 그의 간절한 소망과 그 기본 정신을 간취할 수 있다. 이 때의 인과 의 가운데 인은 인간의 본래 모습이며 의는 그 실현 방안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맹자에 있어서의 인, 즉 인간의 본래 모습이란 고향에서와 같이 안주할 수 있는 편안한 집(仁 人之安宅也)으로 설명된다. 그리고 이러한 편안한 집에 안주하는 인간의 본래 모습은 하늘에서 부여 받은 고귀한 것(夫仁 天之尊爵也)을 잘 실현함으로써 하늘의 뜻과 나의 뜻이 하나가 되도록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의 인간 관계에서는 가장 원초적이고 본래적인 관계인 부자 관계(父子關係)가 둘이 아니라 하나의 관계로 유지되는 상태(親親仁也)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맹자의 의사상은 하늘에서 부여 받은 고귀한 인간의 본질을 실현하는 문제와 부자 관계를 계속 하나인 상태로 유지하는 문제로 집약된다.
하늘은 사람을 창조하고 그 피조된 사람을 사랑하고 그리워 해 모두가 잘 살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인간이 하늘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뜻을 이어 받아 사람과 사람이 사회 안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잘 살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질서가 필요하게 된다.
이 질서를 위해 인간의 상하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 때의 인간의 상하 관계에서 나타나는 윤리가 모두 의다. 맹자는 상하 관계의 대표적인 예로서 군신 관계(君臣關係)를 들고 군신 관계에서의 윤리를 군신유의(君臣有義)라고 의로 설명한다.
군(君)은 신민(臣民)의 안락한 삶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신민은 그 군에게 충성해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군이 군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오히려 신민의 삶을 저해할 때의 신민은 군을 미워하게 되고 그 결과 군을 몰아내고 군다운 군을 새로이 옹립해야 한다는, 서로 상반된 이 두 행동 원리가 의의 내용인 것이다.
그리고 부자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나타나는 의의 내용은 부모를 매개로 해 성립되는 형제 관계에 나타난다. 그리하여 맹자는 형에게 순종하는 것을 의의 내용으로 설명하였는데(義之實 從兄是也), 이 때 종형, 즉 형을 따른다는 것은 부모와의 원초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이론적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만약 형이 부모를 해하려 한다면 형을 처단해야 하는 것이 의의 내용이 된다.
이와 같이, 인간의 본래 모습인 인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의로 정의된다. 본래의 형제와 같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관계를 의형제(義兄弟), 원래의 다리, 원래의 팔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 사용하는 다리와 팔을 의족(義足)·의수(義手)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맹자는 또한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의에서 나오는 것이라 설명하였다. 이 때의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은 사랑하는 마음, 즉 인을 전제로 해 나타나는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못 살게 하는 독재자를 미워하고,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괴롭히는 도둑을 미워하며,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괴롭히는 침략자들을 미워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 나라에서는 이렇게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으로 나타나는 의가 발달하였다. 정몽주(鄭夢周)·길재(吉再)·김숙자(金叔滋)·김종직(金宗直)·김굉필(金宏弼) 등으로 이어지는 여말선초의 의리학파를 거쳐 완성된 조광조(趙光祖)의 도학 정신(道學精神)을 비롯, 사육신의 절의 정신(節義精神), 임진왜란 때 일본의 침략군에 항거한 조헌(趙憲) 등의 의병 운동, 외세에 항거해 일어난 동학 혁명, 조선 말의 일본 침략군에 대항한 의병 운동, 3·1운동이나 독립 운동, 4·19학생의거 등이 모두 이러한 의사상의 실천으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