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은 서양철학과 대비되는 용어로, 주로 외연적 문화권을 범주로 삼아 규정된 개념이다. 따라서 동양철학은 인도, 이슬람,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철학을 가리킨다. 한국에서 ‘동양철학’이라는 용어는 대체로 중국과 인도에서 형성된 철학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중국의 경우 유학(儒學), 노장사상, 불교 등이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기원전 5세기 전후 여러 학파의 전통을 이어왔다.
그러나 ‘철학[philosophy]’이라는 용어 자체가 서양에서 비롯된 개념이라는 점에서, ‘동양철학’이라는 개념을 사용할 때에는 그 내포적 의미와 외연적 의미를 분명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이 구분되는 종차(種差)를 검토해야 한다. 이때 철학과 종교사상, 혹은 윤리학과의 경계 문제도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서양철학의 여러 영역, 즉 존재론, 인식론, 윤리학, 가치론, 논리학을 분석적 시각에서 살펴보고, 동양철학 안에 이러한 학문적 범주가 어떻게 내포되어 있는지 해명할 필요가 있다. 동양에 철학이 있었는가, 없었는가 하는 흑백논리를 넘어서,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이 지니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접근이 보다 타당하다.
한국에서 ‘동양철학’은 대체로 영어로 ‘오리엔탈 필로소피(oriental philosophy)’라고 표기되며, 서양 철학자들 역시 사용하는 용어이다. 이때의 범주는 대체로 유불도를 중심으로 한 중국과 한 · 일의 사상, 그리고 인도철학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서양에서 ‘필로소피(philosophy)’라는 말이 그리스어로 ‘지혜를 사랑함’을 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본래 의미는 단순히 지식 자체를 위한 학문이라기보다는 삶을 인도하는 실천적 지혜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서양철학의 시원적 의미는 오히려 동양철학이 보여 주는 실천적 · 윤리적 성격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 철학(哲學)’이라는 용어는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 탄생하여 근대화 시기 조선으로 수용되었다. 이 용어가 정착하기까지는 서양의 ‘필로소피’와 유학을 비롯한 전통 학문 사이에서 지적 경합의 과정이 있었다. 철학이라는 신조어를 처음 주조한 니시 아마네[西周]는 네덜란드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필로소피’를 ‘논리의 학’, 곧 동양의 유학과 유사한 학문으로 이해하며 큰 관심과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약 2년간 네덜란드에서 서양 학문을 배우고 귀국한 그는 서양의 필로소피와 유학 사이의 이질성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고, 마침내 서양의 필로소피로 유학의 비합리성을 논파하기 시작하였다. 니시 아마네에게 있어 유학에서 필로소피로의 전환을 결정지은 요인은 바로 이(理) 개념의 차이였다. 그는 유학의 천리(天理) 개념 속에서 비합리성을 발견하고, 이(理)를 물리와 심리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물론 니시 아마네의 유학 비판은 많은 미해결 과제를 남겼으나,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를 비롯한 강력한 한학(漢學) 폐기론자들이 등장하면서, 유학에서 철학으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이러한 메이지 시대의 한학 폐기 경향은 필로소피의 번역어 선택에도 영향을 주었다. 니시 아마네가 필로소피의 역어로 ‘철학’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택한 것도 그것을 동양의 이학(理學)이나 이론(理論)과 구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메이지 시기에는 이 같은 한학 폐기 분위기에 저항한 지식인들도 있었으며, 그들은 필로소피의 번역어로 이학을 사용함으로써 동양사상과 서양사상 사이의 연속성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결과적으로 메이지 중기 이후 국권론의 팽배와 진화론의 수용 등, 유학을 일소하려는 시대적 분위기가 심화되면서, 이학 · 이론 등은 필로소피의 번역어로서 점차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학은 서양의 필로소피와 연속성보다는 오히려 불연속성의 측면에서 이해되었다. 이제 동양철학이라는 용어가 지니는 외연적 · 내포적 의미를 함께 살펴보면서, 동양철학이 서양철학과 어떠한 의미에서 연속성을 가지며 그 근거가 무엇인지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먼저, 동양철학은 외연적으로 역사적 · 시대적 의미와 공간적 분포에 따라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고대에는 중국의 제자백가 철학, 인도의 불교 및 힌두교 철학, 우파니샤드 철학 등 인도철학, 그리고 중동의 이슬람 철학이 있다. 중세에는 중국 성리학, 한국의 유교, 일본의 주자학, 인도의 바이타, 신정리 학파, 비시슈타드바이타, 이슬람의 수피즘, 이븐 시나의 철학, 칼람 등이 전개되었다. 근현대에 이르러서는 현대 신유가(新儒家)가 그 대표적 흐름으로 나타난다. 또 지역별로 분류하면 인도철학, 중국철학, 한국철학, 일본철학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어, 동양철학은 내포적 의미에서 종교 사상과 긴밀히 결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서양철학과 구별되는 특징을 갖는다. 예컨대, 이슬람 철학, 힌두교 철학, 불교철학, 자이나교 철학, 도교 철학 등이 그러하다. 물론 서양철학도 중세에는 기독교 신학과 결합하여 종교적 특성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동양철학은 서양철학에서 형성 · 발전된 가치론[미학 · 윤리학], 인식론, 논리학, 형이상학[존재론] 등과 같은 철학 일반의 주요 분야의 관점에서 재조명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양철학 가운데 중국철학은 유학을 중심으로 윤리학적 측면에서 연구되었으며, 인식론 역시 중세 송대 성리학에서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원리가 인간의 도덕적 행위를 위한 실천적 인식에 적용되었다. 논리학의 경우 인도철학의 인명론(因明論)이나 중국 제자백가 중 명가(名家)의 이론이 논리학적 전통으로 이해되었다. 형이상학의 경우, 중국 송대 성리학은 태극이기론(太極理氣論)을 통해 태극과 이기의 존재론적 본질과 위상을 규명하면서 깊이 있는 논의를 전개하였다. 이처럼 서양철학의 주요 학문 영역을 적용한 분석은 동양철학 각 분야에서도 보편적으로 통용되며, 동서양 철학의 공통성과 차이점을 드러내는 작업의 기초가 되고 있다.
동양철학의 특성을 설명할 때에는 서양철학의 전개와 비교하여 상대적 독자성을 살펴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일반적으로 서양철학은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주객(主客)을 이원적으로 분리하고, 가치론과 존재론[본체론]을 불연속적으로 파악하는 경향을 지닌다. 반면, 동양철학의 전통은 세계의 궁극원리를 다루는 본체론과 가치론이 유기적으로 연속된 체계 속에서 이해된다. 자연의 모든 존재는 내재적 가치를 지니며, 우주는 물질세계와 정신세계를 포괄하여 하나의 전체로 혼연일체(渾然一體)를 이룬다. 따라서 양자는 대립적이고 모순적인 두 영역으로 분화되지 않는다.
『주역(周易)』에서 음양(陰陽)의 순환에 따라 전개되는 도(道)는 음양의 상보적 연속성에 근거해 구현된다. 또한 유학에서 사성(四性)으로 언급되는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자연의 원형이정(元亨利貞)이 순환하며 하나의 연속성을 이루는 것처럼 유기적 일체를 형성한다. 따라서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우주는 단순히 시간과 공간으로 연장된 기계적 체계가 아니다. 그것은 폐쇄된 구조가 아니라 스스로를 창조하며 확장해 가는 개방적 세계이며, 근본적으로는 생명을 생성하는 가치의 세계로 이해된다.
인도 우파니샤드 철학은 이러한 특성을 잘 보여 준다. 범아일여(梵我一如)의 사상은 우주의 궁극적 실재인 브라흐만[梵]과 개인의 참된 자아인 아트만[我]이 하나[一如]임을 의미한다. 여기서 브라흐만은 힌두교에서 우주의 근본적 실재이자 보편적 · 중성적(中性的) 원리로 이해되고, 아트만은 개별적이며 인격적(人格的) 가치를 지닌 자아를 뜻한다. 이 두 원리가 분리되지 않고 연속적 일체를 이루는 것으로 간주되는 점에서, 힌두교 철학 또한 자연과 인간을 동일한 근원적 원리에 속하는 유기적 전체로 보는 동양철학적 전통을 공유하고 있다.
동양철학 가운데 동아시아의 유교 철학과 불교철학이 지니는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덕(德)과 인격을 함양하는 수양론 또는 수행론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유학에서는 경(敬)과 성(誠), 격물치지, 성의정심(誠意正心), 수신제가(修身齊家) 등의 수양론을 강조한다. 이러한 수양의 과정은 도덕적 실천 과정과 병행되며, 반복된 함양을 통해 인격의 수준과 단계를 점진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불교에서도 선불교의 경우에는 화두(話頭)를 통한 선수행(禪修行) 속에서 계정혜(戒定慧)와 정혜쌍수(定慧雙修)를 중시한다. 한편 교종(敎宗)에서는 교상판석(敎相判釋)을 통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확장한다.
이제 21세기에 동양철학이 현대사회에 던질 수 있는 가치와 전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는 19세기 이후 서양 문명의 합리주의 · 계몽주의적 이성에 기반한 철학 사상, 과학, 민주주의 정치사상, 자본주의 경제 원리에 의해 운영되어 왔다. 이 과정은 인류 문명에 일정한 풍요로움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생태계의 기후위기, 사회문화적 파편화,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켰다. 따라서 21세기는 서양 문명의 한계가 드러내는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세계관을 미래적 가치 표준으로 재정립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계와 인간을 유기적 일체성 속에서 바라보는 관점, 생명을 낳고 또 낳는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삼는 『주역』적 세계관, 공동체의 조화(調和)를 강조하는 중화(中和)의 세계관 등 중국철학을 중심으로 하는 동양철학은 현대사회에 새로운 미래적 가치를 제시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사유는 실제로도 의미 있는 대안을 창출할 수 있는 철학적 자산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