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은 세종 때 회례악으로 사용하기 위해 새로 창작한 〈보태평〉 중 세 번째 곡으로, 〈보태평〉에 속한 다른 곡과 마찬가지로 주1 평조(平調)로 되었으나, 세조 때 종묘제례악으로 사용하기 위해 제례 절차에 맞도록 축소 및 개작하는 과정에서 중심음이 4도 높은 주2으로 바뀌었다. 또한 11곡 중 〈희문〉, 〈융황〉, 〈정명〉, 〈역성〉 4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은 곡명이 바뀌었는데, 〈의인〉은 〈귀인(歸仁)〉으로 바뀌었다. 〈보태평〉 11곡 대부분이 종묘제례악 용도에 맞게 축소되었으나, 〈의인〉과 〈융화〉 두 곡만은 곡의 길이가 축소되지 않았다.
《세종실록악보》에 전하는 〈의인〉은 32정간 6행의 길이로 되어 있으며, 선율은 임종궁 평조의 5음 음계로 되어 있다. 1행 32정간은 8(3·2·3), 8(3·2·3), 8(3·2·3), 8(3·2·3)으로 나뉘는데, 〈의인〉은 제2대강 시작의 음악으로 8(2·3·3), 8(2·3·3), 8(2·3·3), 8(2·3·3)으로 구획되며, 그 4언 1구의 8정간마다 박이 한 번씩 들어간다. 제4행과 제6행의 태주 · 황종 · 탁남려 · 탁임종의 종지 부분을 기준으로 6행의 선율은 제1∼4행과 제5∼6행까지 두 부분으로 구분된다. 〈의인〉은 탁임종(濁林鐘), 즉 하오(下五)인 저음으로 시작한다는 점이 특이한데, 《대악후보(大樂後譜)》와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의 곡들을 보아도 하오(下五)로 시작하는 곡은 찾아볼 수가 없다.
노랫말은 4언 12구의 한시로 되어 있으며, 익조(翼祖)가 적도(赤島)에서 덕원(德源)으로 돌아와 살 때, 따라오는 사람이 많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시와 우리말 번역은 다음과 같다.
상제유혁 구민지막 유차오구 내천명덕
上帝有赫 求民之莫 維此奧區 乃遷明德
민사경종 인부가실 월이종매 기종여시
民斯景從 仁不可失越以騣邁 其從如市
기종여시 천소비의 계아홍업 우천만사
其從如市 天所畀矣 啓我鴻業 于千萬祀
하느님이 밝으시사 백성 살 데 구하여서,
덕원의 깊은 곳에 맑은 덕화 내리시니
백성들이 따른지라 어진이를 잃을손가
꾸역꾸역 몰려드니 저잣거리 같았도다
저잣거리 같았으니 하늘의 준 바로다
크신 업을 열었으니 우리 나라 만만세
세종 때에 회례악 용도로 창제되었던 〈보태평〉 중 하나였던 〈의인〉은 세조 때 〈귀인〉으로 변개되어 종묘제례에 쓰이기 시작한 이래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는 역사성 깊은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