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탠더드 팝은 1950년대 영미권 팝 음악의 영향을 받아, 1960년대에 주도적 양식으로 정착한 대중음악이다. 1950년대 영미권 대중음악에서 팝으로 분류되는 노래의 특징이 강하며 미국 대중음악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1961년 손석우 작곡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가 인기를 끌면서 가요계의 판도가 트롯트에서 스탠더드 팝으로 바뀌었다. 1960년대 중반 이봉조, 김인배, 길옥윤 등의 작곡가가 등장하면서 작품 경향이 양적·질적으로 풍부해졌다. 스탠더드 팝은 이후 다른 음악 양식과 가장 쉽게 혼융되었다.
스탠더드팝의 특징인 7음계와 기능화성으로 대표되는 서양 근대음악의 어법은 20세기 이후 한국 대중음악이라면 어느 양식이라도 다소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대중가요의 주류 양식이, 일본 엥카 양식을 전범으로 한 5음계의 트로트와 전래 민요 어법을 적극적으로 계승한 신민요였던 것을 생각하면, 오로지 서양 근대음악의 어법에 충실하게 7음계와 기능화성, 트로트나 신민요의 꾸밈음이 배제된 단정한 가창을 지닌 대중가요는 195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되어 1960년대에 가장 주도적인 양식으로 자리 잡는다. 이는 1940, 50년대 영미권 대중음악 중 스탠더드팝으로 지칭되는 관행을 받아들인 노래들로, 1960년대에 트로트를 쇠락시키며 주류 양식으로 자리 잡고 20세기 후반 다른 양식들과 혼융되면서 오랫동안 영향력을 발휘했다.
서양 근대음악의 어법이 전면화한 대중가요의 시작은 1930년대 후반 재즈송이라 불린 부류였으나 트로트와 신민요 양식에 비해서는 수적으로 매우 적었고, 해방 후 미국 대중음악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한다. 탱고나 맘보 등의 특정 춤곡의 영향을 짙게 받은 1950년대 과도기를 지나 1956년부터 등장한 손석우 작곡의 「청실홍실」, 「나 하나의 사랑」, 박춘석 작곡의 「바닷가에서」 등에 이르러 1960년대 스탠더드팝의 틀 잡힌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1961년 손석우 작곡, 한명숙 노래의 「 노란 샤쓰의 사나이」의 대대적 인기로 가요계의 판도가 바뀌었다. 1960년대 중반 이봉조, 김인배, 길옥윤 등의 작곡가의 등장으로 작품 경향이 양적 · 질적으로 풍부해졌다.
이 흐름은, 1950년대 미8군 밤무대에서 활동하면서 영미권 대중음악의 관행을 충실히 익힌 음악인들이 신작 창작곡을 발표하면서 자리 잡았는데, 최희준, 한명숙, 현미, 패티김 등 주요 가수들도 모두 이러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 흐름은 1960년을 전후한 시기, 트로트가 지나친 애수와 일본색을 띤 노래로 건전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문화 엘리트들의 판단에 따라 방송에서 배제되고 위축되면서 더욱 빠르게 주류 양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스탠더드팝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지던 1960년대 도시의 서양적 근대성의 질감을 반영하고 있다. 초기의 히트곡인 「노란 샤쓰의 사나이」나 「내 사랑 쥬리안」, 「서울의 아가씨」 등 서양적 도시인의 삶을 행복하게 그려낸 작품은 물론,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회전의자」, 「아빠의 청춘」 등 서민적 낙관성을 드러낸 작품에서 세상에 대한 낙관적 태도가 엿보이며, 혹은 「보고 싶은 얼굴」, 「초우」, 「뜨거운 안녕」, 「길 잃은 철새」 등 슬픈 사랑을 노래한 작품에서도 트로트에 비해 담담하게 절제된 근대적 도시인의 감정을 드러낸다.
서양 근대음악의 관습을 가장 충실하게 지닌 스탠더드팝은, 이후 다른 음악 양식과 가장 쉽게 혼융되었다. 1960년대 중반 「 동백아가씨」로 트로트가 부활하면서 일부 트로트와의 혼융되었고, 1970년대 포크와 록 등과도 적극적으로 혼융되었다. 1980년대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 등의 노래나 1980년대 말 박남정의 댄스뮤직에서 1960년대 스탠더드팝의 흔적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의 장윤정, 박현빈 등의 새로운 트로트는 노래의 음악으로만 보자면, 트로트가 아닌 스탠더드팝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빅밴드를 갖춘 스탠더드팝의 전형적인 모습은 1970년대 국제가요제에 출품될 정도의 대곡으로 성장하지만 포크나 록 등의 새로운 유행에 밀려 수그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