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보살본원경 권하(地藏菩薩本願經 卷下)는 1340년(충혜왕 복위 원년) 계룡산 동학사에서 목판에 새겨 절첩본으로 제작한 불경이다. 이 불경은 고려 말에 목판으로 인쇄한 뒤, 병풍처럼 접어서 휴대하기 간편하도록 제작한 절첩본(折帖本) 경전이다. 흔히 『지장경』으로 약칭되는 이 경전은 지장보살의 자비행을 설한 경전으로서 지장신앙의 전거가 된다. 본래 두 권 분량의 책인데, 하권 후반부만 있고 표지도 없어졌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지장경』 중 가장 오래된 목판본으로 고려시대 불교신앙과 인쇄문화를 보여주는 귀한 자료이다.
목판에 새겨서 닥종이에 인쇄한 뒤, 작은 병풍처럼 접을 수 있게 제작한 절첩본이다. 접었을 때 크기는 가로 10.3cm, 세로 26.4cm로서 휴대하기 좋은 크기이다. 한 면당 5행 15자이고, 행 사이에 계선(界線)은 없다.
표지를 포함하여 앞의 많은 부분이 없어지고 남아 있는 것은 뒤의 두 품(品) 총 46면이다. “지장보살본원경권하(地藏菩薩本願經卷下)”라고 된 권미제(卷尾題) 아래의 간기(刊記)에 따르면 지원(至元) 6년 경진(庚辰)[1340년] 11월에 계룡산 동학사(東學社)에서 간행하였다고 한다. 이 동학사가 어떤 결사단체를 뜻하는지, 아니면 동학사(東鶴寺)의 오자인지 미상이다.
간기 뒤에 있는 발원문(發願文)에 따르면 현해(玄海)라는 승려가 돌아가신 부모님을 비롯하여 일체 중생이 부처를 만나 설법을 듣고 깨달음을 이룰 것을 서원(誓願)하고, 판목(板木)을 새기고 인쇄하여 널리 보시(布施)한다고 되어 있다.
『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은 당나라 때 중앙아시아 우전국(于闐國) 출신의 승려 실차난타(實叉難陀)가 한역(漢譯)한 두 권짜리 길지 않은 불경이다. 보통 『지장경(地藏經)』혹은 『지장본원경(地藏本願經)』으로 약칭되며, 13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 및 중국과 일본에서 널리 신봉되어 온 지장신앙(地藏信仰)의 전거가 되는 대표적인 경전이다.
경전의 주된 내용은 지옥(地獄) · 축생(畜生) · 아귀(餓鬼) 등 3악도(三惡道)에서 고통 받는 중생을 모두 구제한 뒤, 성불(成佛)하겠다는 지장보살((地藏菩薩)의 근본 서원[본원(本願)]과 참혹한 지옥의 광경, 망자를 위한 49재(四十九齋)의 공덕, 칭명염불(稱念念佛)의 공덕 등을 설하는 것이다.
고려 말에 동학사에에서 인쇄된 본 책은 앞의 대부분이 낙장되어 현재 남아있는 부분은 하권의 12품부터 마지막인 13품 끝까지이다.
12품도 온전하지는 않아서 앞에 두 면 가량이 없는 상태이다. 이 부분의 내용을 살펴보면, 제12 「견문이익품(見聞利益品)」은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이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의 질문을 받은 뒤 답변으로써 지장보살의 형상을 보거나 명호(名號)를 듣고 지극한 마음으로 염송하여 얻는 불가사의한 공덕을 밝히고 있다.
이어서 제13 「촉루인천품(囑累人天品)」에서는 석존(釋尊)께서 입적한 뒤 지장보살이 천신과 인간들을 옹호하여 악도에 떨어지지 않도록 부촉(付囑)하는 내용이다.
이 경전은 임종을 앞둔 이에게 권속(眷屬)들이 해주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돌아가신 뒤 7 · 7일 동안 공덕을 짓는 법 등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돌아가신 부모님께 효도하려는 추선(追善)의 경전으로서 조선조(朝鮮朝)에서도 널리 보급되었다.
현재까지 발견된 『지장경』 가운데 가장 오래된 목판본으로 간행 시기와 간행처, 간행 이유 및 글쓴이, 나무에 새긴 이 등이 밝혀져 있어서 고려시대 불교신앙과 인쇄문화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충청북도 청주시 청주고인쇄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국가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3월 6일 충청북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