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굿은 집안에 우환이 있을 때 행하는 무속 의례이다. 우환굿이라고도 한다. 집안의 운수가 좋지 않고 잔병이 잦거나 집안에 환자가 계속 있어서 우환이 있는 경우에 이 굿을 한다. 병굿의 대상은 조상이나 산신, 지신, 천연두신, 홍역신 등 매우 다양하다. 대상 신의 종류에 따라 조상을 모시는 굿, 넋건지기굿, 씻김굿, 손님굿 등이 행해진다. 맹격(맹인 무당)을 불러 『옥추경』 따위의 경문을 읽는 ‘독경’을 하기도 한다. 병굿은 병자, 병자 가족, 여타의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기 위한 목적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달리 우환굿이라고도 한다. 제주도지역의 두린굿 · 잡귀풀이 등도 이에 해당한다. 갑작스러운 병을 치료하기보다는 집안의 운수가 좋지 않고 잔병이 잦거나 집안에 환자가 계속 있어서 우환이 있는 경우에 이 굿을 하는데, 병의 원인에 따라 굿의 성격을 나눌 수 있다.
예컨대, 조상으로 말미암아 탈이 난 경우 조상을 모시는 굿이 되겠고, 죽은 이 가운데 미혼인 사람이 있어서 탈이 난 경우에는 사후결혼(死後結婚)굿이 되고, 수사한 경우에는 넋건지기굿이 된다. 또 무덤의 장소나 시체의 상태에 의해 탈이 난 경우에는 그에 따라 씻김굿을 하게 된다.
병자를 위한 굿이라 하여도 병자 자신보다 다른 가족의 심리적 울분을 치료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서 어린아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굿을 하는 경우에는 굿이 아이의 병 상태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주기 쉬우나 어린아이의 병을 안타까워하는 부모들의 심리적 안정을 주는 신앙적 기능으로 굿을 행한다.
병굿은 병자, 병자가족, 여타의 사람에게 심리 안정을 주기 위한 심리 치료의 기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잡귀에 의한 병은 간단히 귀신을 위협하여 축귀(逐鬼)하는 식으로 치료하는데, 푸닥거리나 살풀이는 이러한 사례로 조밥과 식칼로 위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병굿에서 모셔지는 신은 잡귀가 아니다.
병굿의 대상은 조상이나 산신 · 지신 등이 노하여 일어나는 경우일 때에는 신을 모시어 달래서 치료한다. 신을 달래고 모시는 것은 무당이 굿을 통하여 가능하다고 믿는다. 또 잡귀에 의한 병이라고 하여도 잡귀를 직접 모시는 것이 아니고 능력이 있는 신을 모셔서 간접적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다.
특히, 열두거리 굿의 가운데 별상거리(지방에 따라서는 손님굿)나 호구거리에서 천연두신과 홍역신을 모신다. 그러나 우환이 어떤 신의 단독에 의한 것이 아니고 여러 신들에 의한 것이라 믿기 때문에 많은 신들을 함께 대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천연두신은 특히 무서운 전염성과 높은 사망률이 있으며 얼굴에 흉한 자국을 남기는 병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무척 두려워하였던 병이다.
이 병은 천연두신인 마마손님이 시키는 것으로 믿어서 이 신을 맞이하여 극진히 정성을 다함으로써 무사하게 병을 마치고자 하는 신앙이 있었다. 이러한 치료를 위한 굿의 대표적인 것이 손님굿이다. 손님굿은 비교적 손님마마를 위한 단독성이 강한 굿이었으나 종두법의 시행 이후 거의 사라지고, 열두거리 가운데에 별상거리로만 남아 있다.
제주도의 두린굿은 정신병을 치료하는 무의이다. 정신이상이 생긴 것은 원령이나 신이 범접한 것이라 보고, 택일을 하여 심방 4, 5인이 무악기를 치면서 행한다. 굿은 환자의 집에서 하고 의례에서 환자가 심방들이 두드리는 악기에 맞추어 춤을 추다가 쓰러지면 자신도 모르게 범접한 신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보아 드디어 병이 나았다고 여긴다.
이와는 달리 독경(讀經)을 해서 범접한 잡귀를 쫓는 경우도 있다. 특히 병이 낫지 않거나 악화되는 경우에는 맹격(맹인 무당)을 불러 『옥추경(玉樞經)』 따위의 경문을 읽는 ‘독경’을 한다.
삼일 경 · 오일 경 · 칠일 경 · 구일 경 등 날짜의 장단에 의해 경문을 읽는 기간이 다르다. 가벼운 병은 짧은 삼일경에도 낫지만 병이 심하면 보다 긴 날짜에 걸쳐 독경하여야 한다. 독경의 최종일에는 병의 원인이 된 귀신을 잡는 주술의례를 한다.
귀신을 상징하는 백지를 잡아서 항아리에 담아 뚜껑을 덮어 십자로에 파묻는 것이다. 병굿은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에 무당이 의사를 겸한 결정적 증거이다. 현대의학이 발달한 이 시대에 병굿으로 치료되는 일이 종종 있어서 현대의학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민족 심성의 근저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에 병굿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