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제는 죽은 이의 영혼을 천도하기 위한 무속 의례이다. 천도굿, 자리걷이라고도 한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그냥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산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보았다. ‘자리걷이’란 망자가 돌아가시기 전에 누워 계셨던 자리를 걷어낸다는 의미이다. ‘자리걷이’라는 의례는 죽은 자가 한을 풀고 저승길을 편히 가라는 길닦음을 하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 자리걷이는 평안도 다리굿, 함경도 망묵굿, 황해도 진오귀굿, 서울 새남굿, 동해안 오구굿, 남해안 오귀새남굿, 전라도 씻김굿, 제주도 귀향풀이 등으로 불린다.
중국의 한족이나 남방의 소수민족, 북방의 만주족, 한국 등 동아시아의 여러 민족들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떠나간다고 보았다. 그러나 사람이 죽게 되면 영혼은 그냥 떠나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았다. 특히 억울한 죽음을 겪었거나 생전에 한이 많았던 사람은 쉽게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구천을 맴돌며, 인간사회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인식하였다.
살아있는 사람 또한 죽은 사람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 그리움을 간직하게 되어 죽은 자를 조상으로 모시거나 숭배하게 되었다. 한국인에게 산신, 마을공동체의 마을신, 가신신앙에서 모셔지는 조상신, 유교제례에서 받드는 조상 등 수많은 사령들은 죽은 이를 신격화하여 모시는 문화현상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사령제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삼국유사』 「월명사도솔가조(月明師兜率歌條)」에 월명사가 죽은 누이의 넋을 달래기 위해 재(齋)를 베풀고 노래를 지어 불렀다는 데서 단편적인 면모를 확인하게 된다. 『삼국유사』의 기록은 불교적 의미의 사령제라고 하겠다. 불교적 사령제의 종류는 상주권공재(常住勸供齋) · 시왕각배재(十王各拜齋) · 영산재(靈山齋) 등으로 구분된다.
한국인의 장례문화에서 의례행위를 마치고 일정한 기간(대개 3년)이 지난 사령은 자손을 돌보는 수호신으로 전환하게 된다. 물론 수호신이 되지 못하고 기피되는 사령도 있다. 이러한 사령은 정상적인 죽음을 맞이하지 못했거나, 생전에 한이 많아서 저승길을 가지 못하고 이승을 맴돌거나,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원귀가 되어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죽은 후에 대접을 받지 못해 남의 집을 기웃거리는 잡귀가 되는 경우도 있다.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원칙적으로 사령은 산자와 일정한 관계를 가진다. 산자는 사령에게 제의를 행하고, 사령은 산자에게 수호신적 기능을 행한다. 이러한 상호관계는 긍정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관계에서도 행해진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자리걷이이다.
자리걷이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며 일반화된 한국인의 장례문화였다. 이것은 대개 장지에서 매장을 하고 내려온 후 초우제를 지내고 저녁에 하거나, 아니면 삼우제 때 하는 경우도 있다. 근래에는 날짜를 뒤로 미루어서 하는 경우도 많다. ‘자리걷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망자가 돌아가시기 전에 누워계셨던 자리를 걷어낸다는 의미이다. 이 의례가 중요한 것은 유교식 장례가 할 수 없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리걷이’라는 의례를 통해서 산 자와 죽은 자는 죽음을 다시 체험하며 생전에 못한 말을 주고받으며 한을 풀고 저승길을 편히 가라고 길닦음을 통해 천도를 한다. 불교의 천도제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사찰보다는 무속에 많이 의존했던 한국인들은 자리걷이를 통해서 사령을 천도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활문화였다.
자리걷이는 천도굿으로써 지역에 따라 명칭이 다양하며 의례의 절차도 지역성을 띠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평안도의 다리굿, 함경도의 망묵굿, 황해도의 진오귀굿, 서울의 새남굿, 동해안의 오구굿, 남해안의 오귀새남굿, 전라도의 씻김굿, 제주도의 귀향풀이 등의 용어가 불리어지고 있다.
평안도 다리굿이나 함경도 망묵굿, 황해도의 진오귀굿, 서울의 새남굿은 강신무에 의해서 행해지며, 의례과정에서 가족들은 망자와 재회하여 못다한 말을 하고 가족들은 베가름을 통해서 저승길을 천도해 준다. 동해안의 오구굿이나 경상도 남해안의 오귀새남굿, 전라도 남해안의 씻김굿은 세습무에 의해서 행해지며, 망자의 육신을 상징하는 물질을 닦아주는 것으로 천도를 시킨다.
제주도 귀향풀이는 제주도의 토박이 무당인 심방에 의해서 행해지며, 심방은 저승길을 상징하는 길을 형상화 해놓고 망자가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막대기로 길을 다듬어놓는 과정을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서 묘사한다. 자리걷이의 절차와 내용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같은 지역에서도 무당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사령제의 일례로 김매물 무녀가 행한 황해도 진오귀굿의 절차와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신청울림과 주당물림
굿을 한다는 것을 신들에게 알리고 오늘은 망자의 진오귀굿이니 동요하지 마시라고 귀뜸을 준다. 주당물림에서는 이날 굿판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주당살을 제거하기 위해 주당을 물린다.
② 안등신좌정거리
일귀등신님네들 즉 모든 신에게 오늘은 망자의 진오귀굿 하는 날이니, 장구소리에 놀라지 말고 좌정하시라고 좌정굿을 한다.
③ 영실감흥거리
형식적으로는 영실감흥을 청하는 거리이나, 망자가 굿판에 처음으로 들어서서 공수하는 거리이다.
④ 수왕제석거리
망자가 저승에 가면 십대왕 앞으로 간다. 따라서 수왕제석을 대접하는 거리이다.
⑤ 사자거리
망자를 저승길로 잘 모시고 가라고 저승사자를 대접하고 달래는 거리이다.
⑥ 망자대잡기
가족 중에 한 사람이 대를 잡고 망자가 하고 싶은 말을 들어본다. 그러나 이 때 청배는 하지 않는다.
⑦ 맑은혼모심
망자의 진혼은 앞의 과정들을 통하여 이제 맑은혼이 되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조상으로서 먼저 간 구(舊)조상들을 따라 극락세계로 가라고 시왕베를 갈라주고 가족들과 마지막 재회를 하고 망자를 보낸다. 따라서 이 때는 일반굿의 조상거리 때처럼 청배할 때는 노란저고리 즉 조상거리 복색을 하고 한 손에 망자옷을 들고, 청배가 끝난 후 망자옷으로 갈아입는다. 또한 맑은혼모심을 시작할 때 가족들은 망자상에 수저를 꽂고 유교식 제례 때처럼 절을 하는데, 일반굿의 조상거리 때와 절차가 유사하다.
⑧ 뒷전
굿판에 따라 들어온 모든 사령(死靈)들을 대접하여 보내는 거리이다.
사령제는 지역에 따라 다채로울 뿐만 아니라, 지역 민요의 음율, 지역의 춤사위, 아름다운 반주음악, 바리공주처럼 문학성이 풍부한 구슬픈 무당의 사설과 노래, 저승사자의 놀음과 같은 연희, 연극적 요소 등 문화 · 예술적으로 풍부한 전통문화가 스며있다. 또한 불교적인 색채와 유교적 영향도 발견되며, 한국인의 죽음관과 종교간의 관계, 전통문화예술, 민간에서 전승되는 구비문학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민족문화의 보고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