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義湘, 625-702)의 화엄전교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의상화엄전교십찰(義湘華嚴傳敎十刹)이라고도 한다. 의상이 화엄 교학을 전파한 사찰이 열 곳이라 하는데, 그 이름은 기록에 따라 차이가 있다.
『삼국유사(三國遺事)』 「의상전교조(義湘傳敎條)」에는 6개 사찰이 기록되어 있으며, 최치원(崔致遠, 857-900)이 찬술한 「법장화상전(法藏和尙傳)」의 주(註)에는 10찰의 명칭이 기록되어 있으나 서로 일치되지 않는 것이 있다.
『삼국유사』에 수록된 6개 사찰은 ① 태백산의 부석사(浮石寺), ② 원주의 비마라사(毘摩羅寺), ③ 가야산의 해인사(海印寺), ④ 비슬산의 옥천사(玉泉寺), ⑤ 금정산의 범어사(梵魚寺), ⑥ 남악(南岳)의 화엄사(華嚴寺) 등이다.
「법장화상전」에 실린 10개 사찰은 ① 중악공산(中岳公山)의 미리사(美理寺), ② 남악 지리산의 화엄사, ③ 북악 부석사, ④ 강주(康州) 가야산 해인사 및 보광사(普光寺), ⑤ 웅주(熊州) 가야협(迦耶峽) 보원사(普願寺), ⑥ 계룡산 갑사(岬寺), ⑦ 낭주(良州) 금정산 범어사, ⑧ 비슬산 옥천사, ⑨ 전주 무산[母山] 국신사(國神寺), ⑩ 한주(漢州) 부아산(負兒山) 청담사(靑潭寺) 등이다.
따라서 『삼국유사』의 비마라사를 제외한 다섯 사찰은 「법장화상전」에 모두 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들 10찰 중 일부 사찰의 창건이 의상의 생존시기와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의상이 직접 전교한 사찰로는 볼 수 없다. 부석사는 왕명(王命)에 의하여 의상이 직접 창건하여 이 땅의 화엄종을 부석종(浮石宗)이라 할 만큼 의상의 활동과 직접 연관을 맺고 있다.
그러나 해인사는 그가 죽은 뒤 100여 년이나 지나서 창건된 점으로 보아 10대 제자인 표훈(表訓) · 신림(神琳) · 지통(智通) · 오진(悟眞) · 진정(眞定) · 진장(眞藏) · 도융(道融) · 양원(良圓) · 상원(相源) · 능인(能仁) 등과 그 밖의 문도들이 화엄사상을 전파한 중심 사찰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10찰이나 10산(山)으로 열거된 이 사찰들은 일부 지방에 편벽되어 있지 않고 당시 신라의 국토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이는 의상이 종래 신라불교의 중심 무대였던 경주를 벗어나서 부석사를 중심 무대로 정하고, 통일을 완수한 신라 전국을 총망라하여 화엄의 가르침을 펴고 교화하였음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삼국유사』에 여섯 사찰을 열거하고 10찰이라 한 것이 반드시 10개의 사찰이라는 의미보다는, 10을 만수(滿數)로 삼고 있는 화엄사상에 의하여 전국 요소마다 골고루 퍼져 있었다는 의미에서 10찰이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견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