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인도 출신 승려 반자밀제(般刺密帝)가 705년에 10권으로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전에 대하여 송나라 때 승려 계환(戒環)이 『능엄경요해(楞嚴經要解)』라는 주석서를 지었고,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은 이것들을 한글로 번역하여 엮은 것이다.
표지에 ‘대불정수능엄경(大佛頂首楞嚴經)’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고, 판심(版心)에는 ‘능엄경(楞嚴經)’이라는 제목이 표시되어 있다. 총 123장으로 되어 있고, 9행 17자의 체제이며, 책의 크기는 세로 36.0㎝, 가로 23.1㎝이다.
이 경전은 간경도감(刊經都監)에서 간행한 세조 때의 목판본에 대한 후쇄본(後刷本)으로 추정된다. 다른 곳에 소장된 권10의 발문(跋文)에 따르면, 1449년(세종 31)에 세종이 수양대군에게 그 번역을 명하였지만 완성되지 못했고, 1455년(세조 원년) 세조가 즉위하면서 간경도감에서 1461년(세조 7) 금속활자인 을해자본(乙亥字本)으로 간행되었다.
이 을해자본을 수정하여 1462년(세조 8) 총 10권으로 목판본을 간행하였고, 그것이 각지에 흩어져 전해지게 되었다.
이 경전은 일반적으로 중인도 출신 승려 반자밀제가 송출(誦出)한 것을 중국 승려가 8세기 초에 필수(筆受)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세기 초 돈황(敦煌)에서 가장 오래된 사본이 출토되었고, 여기에는 기존에 유통된 경전에 보이는 번역자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점에서 위경(僞經)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 금강경(金剛經)』, 『 원각경(圓覺經)』, 『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과 함께 사교과(四敎科)로 채택될 만큼 한국불교 전통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며, 특히 경문에 포함된 다라니(陀羅尼), 곧 능엄주(楞嚴呪)는 참선 수행자에게 수행 중의 마(魔)를 쫓는 수단으로서 적극 권장되었다.
제목의 ‘불정(佛頂)’, 곧 부처의 정수리는 가장 뛰어나고 미묘한 부처의 세계를 상징하며, ‘여래밀인(如來密印)’은 부처의 비밀스러운 다라니로서 성불의 ‘인(因)’으로 간주된다. ‘수증요의(修證了義)’는 수행과 깨달음을 획득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는 것이 그것의 참다운 의미[了義]라고 설하고 있으므로 이 경전이 대승불교의 걸림 없는 경지를 지향함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수행 과정에서 부딪칠 수 있는 난관을 다라니를 통해 극복한 것을 강조하는 점과 선정 수행 중에 부딪치는 마(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간경도감에서 최초로 간행한 경전 가운데 하나로서 글자를 대자(大字), 중자(中字), 소자(小字)로 구분하여 쓰고 있다. 이후 언해본(諺解本)에도 유사한 양식이 사용되고 있음을 볼 때 이 책은 조선시대 경전 간행의 표준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권9는 충청북도 단양군 구인사 도서로, 국가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10월 22일 충청북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