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경(圓覺經)』에 대한 사기(私記)의 저자 중 연담 유일(蓮潭有一, 1720~1799)은 편양파 호암 체정(虎巖體淨)의 제자로 해남 대둔사(大芚寺)의 제12대 종사가 된 호남 강학의 종장이었다. 당시의 대표 강백 10명에게 이력과정을 이수했고 설파 상언(雪坡尙彦)에게 화엄교학을 전수받은 후 30년 이상 화엄 등을 강론했다. 저술로는 문집인 『임하록(林下錄)』, 화엄 주석서인 『대교유망기(大敎遺忘記)』, 그 밖에 『도서사기(都序私記)』 · 『절요사기(節要私記)』 · 『금강하목(金剛鰕目)』 · 『기신사족(起信蛇足)』 · 『염송착병(拈頌着柄)』 등 다수의 사기를 남겼다.
유일과 함께 당대 강학의 쌍벽을 이룬 인악 의첨(仁岳義沾, 1746~1796)은 편양파 상봉 정원(霜峰淨源)의 법맥을 이었고 용연사(龍淵寺) · 동화사(桐華寺) 등 영남에서 주로 활동하였다. 그 또한 이력과정을 체계적으로 수학한 후 설파 상언에게 화엄을 배웠고 1790년 정조가 화산 용주사를 창건할 때 불상 개안식을 주관하고 불복장(佛腹藏) 발원문을 지었다. 저술로는 『인악집(仁岳集)』 외에 『금강경(金剛經)』 · 『능엄경(楞嚴經)』 · 『원각경』 등 이력과정의 주1, 그리고 화엄 관련 사기 등 다수가 있다.
17세기에는 이력과정이 정비되면서 사교과가 『금강경』, 『능엄경』, 『원각경』, 『법화경(法華經)』이었고, 18세기 이후에는 『법화경』을 대신해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이 들어갔다. 이들 경론은 마음의 문제를 다루어 선과 교에서 모두 중시되었고 다수의 주석서가 저술되었는데, 18세기에 강학 교재로서 사기를 쓴 대표자가 연담 유일, 인악 의첨이었다.
『원각경』의 12장에 따라 주요한 부분에 주석을 붙이고 해설한 것이다. 12장은 제1 문수장(文殊章), 제2 보현장(普賢章), 제3 보안장(普眼章), 제4 금강장장(金剛藏章), 제5 미륵장(彌勒章), 제6 청정혜장(淸淨慧章), 제7 위덕자재장(威德自在章), 제8 변음장(辨音章), 제9 정업장(淨業章), 제10 보각장(普覺章), 제11 원각장(圓覺章), 제12 현선공장(賢善貢章)이다.
조선 후기 이력과정 사교과에 속한 『원각경』에 대한 연담 유일, 인악 의첨 등의 주석서로 당시의 교학 이해 수준과 경향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