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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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국신조대장교정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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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책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 비평, 연구하여 기술하는 학문.
내용 요약

서지학은 책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 비평, 연구하여 기술하는 학문이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분야로 나뉜다. 첫째, 본문에 오자와 탈자 등을 조사하고 수정하여 원본을 복원하는 '원문서지학' 또는 '교감학'이 있다. 둘째, 도서를 주제 또는 종류별로 분류하거나 이미 편성된 서목을 연구하는 '체계서지학' 또는 '목록학'이 있다. 셋째, 도서의 형태와 특징을 분석하여 원본을 식별하고 선본을 선택하는 '형태서지학' 또는 '판본학'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서지학은 각 영역별로 개척, 발전되어 왔다. 서지학은 아직도 연구가 미진하여 개척되지 않은 곳이 많다.

목차
정의
책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 비평, 연구하여 기술하는 학문.
내용

서지학의 용어는 최근세에 도입된 서구어의 번역이지만, 책을 기록하는 데서 싹터 발전해 온 학문인 점에서 동서양이 공통한다. 그러나 그 개념의 넓고 좁음과 관점의 차이, 그리고 동서양의 학문적 성격, 도서생산의 수단, 장정형태의 차이 등에 따라 방법론과 체계화가 일정하지 않다.

서지학의 방법론과 체계화에 대한 여러 가지 설 중에서 공통적 요소만을 뽑아 순수한 개념의 서지학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 책이란 ‘문자의 수단으로 표현된 지적 소산(知的所産)을 담은 물리적 형체’라고 서지학의 시각에서 정의를 내릴 때, 그것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 비평 연구하여 기술하는 영역은 대체로 세 분야로 가름된다.

첫째, 문자의 수단으로 표현된 지적소산인 본문에 있어서 문자의 이동(異同)은 어떠한가, 즉 본문에 오자와 탈자가 있는가 없는가, 있다면 교정하고, 문장에 보탬과 깎임이 있다면 그 역사와 전래를 조사, 연구하여 밝혀주는 것과 관련된 분야이다. 이 서지학 분야는 원본 또는 정본(正本)의 본문이 어떤 것인가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다른 판의 책에 차이가 있다면 그대로 복원해 주는 것이 위주이므로 고전학문의 각 주제분야 연구에 있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기초작업이다. 이를 서구에서는 ‘원문서지학(原文書誌學)’, 중국에서는 ‘교감학(校勘學)’ 또는 ‘교수학(校讐學)’이라 일컬어 왔다.

둘째, 문자의 수단으로 표현된 지적소산의 내용에 있어서 같은 주제의 것이 얼마나 있고, 그 중 어떤 것이 좋은 내용을 다룬 것인가의 정보를 얻어 가장 바람직한 것을 가려 이용할 수 있도록 문헌을 체계있게 서목(書目:책의 내용에 대한 목록)으로 편성하거나, 이미 편성된 서목에 관하여 연구하는 것과 관련된 분야이다.

다시 말하면, 이 서지학 분야는 고금의 각종 문헌을 체계있게 서목으로 편찬하거나, 한 나라의 전 시대 또는 각 역조의 문헌을 주제 또는 종류별로 구분하여 학술의 기원 · 추이 · 발전을 체계있게 기술하거나, 이미 엮어진 서목을 연구, 기술하여 연구자들에게 학문에의 입문 구실을 하는 것이다. 이를 서구에서는 ‘체계서지학’, ‘주제서지학’ 또는 ‘지적서지학(知的書誌學)’이라 일컫고,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목록학(目錄學)’이라 일컬어 학문의 입문학으로 중시해왔다.

셋째, 지적소산을 문자의 수단으로 표현하여 담은 물리적 형체를 책의 형태라고 할 때, 그 형태에는 어떤 종류들이 있고, 그것들이 시대에 따라 어떠한 특징과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그 중 어떤 것이 초기의 것으로 본문에 오자와 탈자가 없는 좋은 자료인가를 감정하는 일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다루는 분야이다.

이 서지학 분야에서는 사본(寫本)간인본(刊印本)의 형태가 지닌 여러 특징과 그 변천을 실증적 방법으로 조사, 분석, 연구하여 책의 필사 및 간행시기를 고증하고, 책 형태의 모든 가시적(可視的) 사항을 분석, 연구, 기술하여 연구자들이 여러 판종 중에서 선본(善本)을 가려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서지학을 ‘학문에의 지름길 학’이라 일컬어 왔으며, 서구와 일본에서는 ‘형태서지학’, 중국에서는 ‘판본학’이라 부르고 있다.

각 영역별로 개척, 발전되어 온 과정을 개관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에서 원문서지학분야의 활동은 삼국시대 각종의 고전이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때부터이다. 책을 옮겨 베끼거나 보급할 때 본문의 오자와 탈자를 바로잡고 문장의 착사(錯寫)와 탈락을 고치고 깁는 교정에서 비롯하였다. 특히 필사에 의한 전본(傳本)에는 문자의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고, 또 불교의 한역경전(漢譯經典)에는 이본(異本)도 적지 않아 본문 대교(對校)의 필요성이 절실하였다. 그리고 인쇄술이 싹터 보급되기 시작하자 교정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현전하는 목판인쇄물 중 751년 무렵 간행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을 볼 때, 세자정각(細字精刻)에서 정성어린 교정이 엿보이며, 1007년(목종 10)에 개성 총지사(摠持寺)가 간행한 『보협인다라니경(寶篋印陀羅尼經)』도 그 이전에 간행된 중국 오월판(吳越板)보다 오자와 탈자 없이 잘 새겨져 있다. 의천(義天)흥왕사(興王寺)교장도감(敎藏都監)에서 판각해낸 교장본(敎藏本)을 보면 교정이 무척 철저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권말에는 그 교정을 맡았던 고승 대덕들의 법명을 명시하여 본문 교감의 신빙성을 보여 주고 있다.

재조대장경을 판각할 때 수기(守其)초조대장경 · 북송대장경 · 거란대장경 및 각종 불교서목에 의거, 본문의 오탈 · 착사 · 이역(異譯)은 물론 경명 · 역자명 · 편권차(篇卷次) · 함차(函次)까지 바로잡고 그 정문(正文)을 일일이 보충해 놓은 것이 『고려국신조대장교정별록(高麗國新雕大藏校正別錄)』 30권에 수록되고 있다. 이 『교정별록』은 원문서지학분야의 대표적인 역작이라 평가되고 있으며, 수기의 이러한 업적으로 말미암아 재조대장경의 본문이 동양의 어느 대장경보다 잘 보수되어 오탈이 거의 없다는 것이 세계적인 정평이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관찬본(官撰本)에는 편수관에 이어 본문의 교정을 맡아본 관리들의 직함이 표시되고 있으며, 책을 찍어낼 때에는 활자본 · 목판본을 막론하고 주1을 찍어 본문의 오자와 탈자를 바로잡은 다음 ‘교정(校正)’의 도장을 찍어 감교(監校)의 바탕으로 삼았다. 특히 주자본의 경우는 감교관을 특별히 문신으로 임명하였으며, 『대전후속록(大典後續錄)』에는 감교관을 비롯하여 감인관(監印官) · 창준(唱准) · 수장(守藏) · 균자장(均字匠) · 인출장(印出匠)에 이르기까지 본문에 오탈이 있으면 그 수에 따라 태죄(笞罪) · 파직 · 감봉 등의 벌을 받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 결과 주자본에는 오자와 낙자가 별로 없고 인쇄도 정교한 것이 그 특징이다.

8 · 15광복 이후의 활동으로서는 최남선(崔南善)에 의한 『삼국유사』의 교정을 비롯하여 민족문화추진회에 의해 취합된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의 교감, 그리고 조병순(趙炳舜)에 의한 『증수보주삼국사기』의 교정단행본을 들 수 있다. 논문으로는 천혜봉(千惠鳳)의 「새로 발견된 고판본 삼국사기」를 비롯하여 이홍직(李弘稙)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천혜봉의 「고려초기 간행의 보협인다라니경」과 「고려초조국전본 목련오백문사경」, 이성애(李聖愛)의 「계원필경집 교감기」와 「맹자외서의 진위고」, 정형우(鄭亨愚)의 「패림과 대동야승의 본문이동 대교」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국학연구의 입문적 구실을 의도적으로 시도하고, 서목을 편찬한 것은 중국보다 훨씬 뒤진 조선 후기이다. 그 이전에는 문헌을 판각하기 위한 간행목록이 주로 엮어졌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은 의천이 교장을 판각하기 위하여 엮은 『신편제종교장총록(新編諸宗敎藏總錄)』 3권과 고려대장경의 판각을 위하여 엮은 『대장경목록』 3권이다.

그 중 『신편제종교장총록』은 의천이 고려 · 송 · 요 · 일본에서 여러 해에 걸쳐 수집한 경(經) · 율(律) · 논(論) 삼장(三藏)에 대한 동양 학문승들의 장소(章疏)를 판각하고자 엮은 목록으로, 동양에서 최초로 수집하여 엮어낸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역장경에 대한 장소의 존부(存否)를 알아보는 데 참고가 되는 서지자료이다. 이 책에 누락된 신라 학문승들의 장소는 민영규(閔泳珪)의 『신라장소록장편(新羅章疏錄長編)』에 수록되어 있다.

『대장경목록』은 현재 해인사에 간직되어 있는 재조대장경의 간행목록이지만, 『고려국신조대장교정별록』에 의거하여 재조 때 추가된 것을 빼고, 삭제된 것을 보태면 초조대장경의 간행목록이 되는 점에서 그 이용가치가 크게 평가되는 서지자료이다.

조선시대에 엮어진 간행목록으로서 오래된 것은 임진왜란 이전에 팔도의 각지에서 개판한 책판을 조사하여 엮은 『고사촬요(攷事撮要)』 책판목록이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고책판소재고(古冊板所在攷)』를 비롯한 여러 책판목록이 19세기 중기까지 나왔다. 그 중 1796년(정조 20)에 서유구(徐有榘)가 규장각각신으로 있을 때 전국 각지의 책판을 조사하여 사부분류법(四部分類法)으로 엮은 『누판고(鏤板考)』가 가장 권위있는 목록이다. 그 밖에 팔도책판을 총집한 것으로는 『고서목록집성(古書目錄集成)』과 『한국책판목록총람(韓國冊板目錄總覽)』이 있다.

한국학연구의 입문을 목적으로 엮은 일반서목으로서 오래된 것은 인조김휴(金烋)가 엮은 『해동문헌총록(海東文獻總錄)』이다. 이것은 신라로부터 조선 중기까지의 문헌을 실물과 기록의 양면에서 조사하여 해제(解題)한 최초의 유별서목(類別書目)인 점에서 대단한 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는 서목으로서는 이성의(李聖儀) · 김약슬(金約瑟)『나려예문지(羅麗藝文志)』와 백린(白麟) · 임종순(任鍾淳)의 『나려문적지(羅麗文籍誌)』가 있다.

서목은 그 밖에도 『해동역사(海東繹史)』 예문지, 『연려실기술별집(燃藜室記述別集)』 문예전고,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예문고, 『국서음휘(國書音彙)』 등이 잇달아 나왔다. 그러나 보다 규모있게 편찬된 것은 한말 우리나라에 왔던 프랑스인 주3『한국서지(Bibliographie Coreenne)』 4권과 일본인 주2『고선책보(古鮮冊譜)』 3권이다.

관찬본목록은 정조 때 어정서(御定書)와 명찬서(命撰書)를 저술연대순으로 저록하고 해제한 『군서표기(羣書標記)』가 으뜸으로 손꼽힌다. 그 해제에는 책의 인출(印出:인쇄하여 펴냄)에 사용한 활자명과 번각(翻刻:한 번 새긴 책판을 원본으로 하되, 그대로 다시 목판으로 새기는 일)까지 표시하고 있어 정조 때 관찬본의 저술 및 간행연대 고증에 큰 도움이 된다. 영조 때의 관찬본에 대한 서지사항은 강순애(姜順愛)의 「영조조의 도서편찬 및 간행에 관한 서지적 연구」가 참고된다.

장서목록은 한국학의 연구에 직접적인 자료가 되는 현존본에 대한 저록인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가장 권위있는 장서목록으로는 규장각장서를 정리한 것을 들 수 있다. 이것은 1781년(정조 5)에 각신 서호수(徐浩修)가 엮은 『규장총목(奎章總目)』 이후 전장서에 대하여 한국본 · 중국본별로 계속 증보, 간행되었으며, 그 중 가장 최근의 것이 『규장각도서한국본종합목록』 2권이다. 이 목록에는 서울대학교 자체가 수집한 우리나라 전적이 포괄되고 있어 한국학연구의 본산 구실을 한다.

한편, 규장각의 봉모당(奉謨堂)적상산(赤裳山) 외사고의 장서를 주축으로 한 『장서각도서한국판총목록』도 나와 한국학연구를 위한 쌍벽의 서지자료로 구실하고 있다. 장서목록은 그 밖에도 여러 도서관에서 계속 간행되었는데,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하여 연세대학교 · 고려대학교 · 동국대학교 · 성균관대학교 ·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도서관 소장 한국본목록은 한국학연구에 손꼽을 수 있는 것들이다.

개인장서목록에는 이인영(李仁榮)『청분실서목(淸芬室書目)』을 비롯하여 국학자료보존회가 1974년부터 1980년까지 개인장서를 조사하여 편간한 『한국전적종합목록』 1∼8집, 문화재관리국이 1982년부터 전국의 개인장서를 조사, 간행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전적종합조사목록』이 있다.

전 시대 또는 한 역조의 문헌을 유별로 구분하여 학술의 기원 · 전파 · 발전을 체계있게 기술한 것으로는 북한에서 나온 『조선서지학개관』이 있고, 단일주제 또는 단일서의 서지연구는 대학원 도서관학과에서 학위논문으로 다양하게 발표되었다. 그리고 편간된 일반서목 · 대장경목록 · 책판목록 · 기관장서목록 · 개인장서목록에 대한 개요 · 성격 · 목록체재 · 분류법 등의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으며, 그간 나온 논문도 그 수가 가장 많다.

이 서지학분야는 책의 형태에 관한 일체의 것이 연구의 대상이 되므로 그 범위가 매우 넓다. 책의 정의 · 기원 · 명칭 및 발달, 장정의 종류 및 변천, 인쇄의 기원 및 발달, 활자의 종류 및 특징, 판종, 판식, 글자체, 피휘법(避諱法), 각수, 반사(頒賜), 소장인 및 수집 · 전래, 묵색, 지질, 장책법(粧冊法)에 대한 연구가 모두 그 대상이 된다. 그 연구에 있어서는 전 시대 또는 각 역조의 전적을 총체적으로 대상하여 위 범위의 해당주제를 적용시켜 다룬 것도 있고, 위 범위의 주제 중 어느 하나 또는 몇 개의 주제를 임의로 택하여 다룬 것도 있으며, 한 전적에 대하여 위 범위의 주제를 적용시켜 다룬 것도 있다.

이와 같이 형태서지학 분야는 연구범위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인쇄와 활자에 관한 연구였다. 그것은 목판과 활자인쇄술이 발달함에 따라 간인본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그에 따라 그것들의 우열에 대한 실증적 및 고증적인 감별능력과 지식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그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이가 없었기 때문에 일학전문(一學專門)의 학자를 내기까지는 오랜 공백기가 불가피하였다.

우리나라는 중국보다도 그 공백기가 더욱 길었으며, 그 개척도 거의 일본사람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일제강점기에 정치적 · 경제적 및 교육적인 지배권을 강점하고 식민지정책을 자행하였던 일본은 일본인학자들에게 편중적인 경제혜택을 주었으며, 그 결과 우리의 귀중한 전적을 휩쓸다시피 사들이게 하여 굴지의 장서가가 속출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적은 판종이 다양하면서도 간인사항(刊印事項)이 올바르게 표시된 것이 드물어 이판(異版)을 간인의 차례로 감별하여 그 중에서 초기의 선본을 가려내는 일이 절실한 문제로 제기되었다. 그 필요성을 깨닫고 연구활동에 착수한 사람이 마에마이며, 그는 최초로 『조선의 판본』을 저술하였다.

또한 일본인 장서가들은 서물동호회(書物同好會)를 결성하고 회보를 20호까지 발행하였다. 그 기사에는 인쇄술을 비롯한 각종의 활자본 · 목판본 · 판화본 · 고본(稿本) · 장서인보(藏書印譜) · 지질 등 주로 형태서지학에 관한 것이 다루어졌다. 그 밖에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쓴 저작물에는 『조선의서지(朝鮮醫書誌)』 · 『조선구서고(朝鮮舊書考)』 · 『고활자판습엽(古活字版拾葉)』 · 『조선사료집진(朝鮮史料集眞)』 등이 있는데, 초기의 형태서지학 개척에 도움이 된 자료들이다.

8 · 15광복 후에 한국서지학회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발족되었으나, 바로 6 · 25전쟁이 일어나서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1960년 재정비되고 비로소 전문지인 『서지』가 발간되었다. 그러나 겨우 2권 1호(통권 3책)를 내놓고 중단되자, 1968년 국회도서관이 인수하여 새로 조직하고 『서지학』을 다시 발간하였으나, 역시 8호를 마지막으로 중단되었다. 1990년 서지동호인들이 다시 모여 회지의 속간을 결의하고 『서지학보』 창간호를 발간하였으며, 그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편 대학의 문헌정보학과 교수와 대학원 석 · 박사출신들은 1986년에 서지학회를 결성하고 정기적으로 발표회를 개최하며 『서지학연구』의 연구지를 내놓고 있다. 이들 전문지에 수록된 논문은 원문 · 체계 · 형태서지학 분야가 망라되고 있지만, 그 중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역시 책의 인쇄와 활자에 관한 기사들이다. 이 분야에 관한 것은 그 밖에 다른 관보 · 학보 등에도 많이 게재되었다. 또한, 단행본으로도 여러 종이 발간되었다.

김두종(金斗鍾)『한국고인쇄기술사(韓國古印刷技術史)』, 천혜봉의 『한국고인쇄사(韓國古印刷史)』 · 『한국전적인쇄사(韓國典籍印刷史)』 · 『한국금속활자본』 · 『한국목활자본』, 손보기의 『한국의 고활자』, 윤병태(尹炳泰)의 『조선조대형활자고(朝鮮朝大型活字考)』 · 『조선후기의 활자와 책』, 한동명(韓東明)의 『한국중세인쇄문화의 제도사적 연구』 등이 있다.

서지학은 아직도 연구가 미진하여 개척되지 않은 곳이 많다. 우리강역에 들어와 발전한 문화 중에서 한국적 특징이 무엇이고, 우리 민족의 전통성 · 생활양식 · 의식구조 · 가치관 · 사상이 무엇인가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관계문헌, 특히 선본을 섭렵하여 선행의 연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평가한 다음 새로운 사실을 발견 · 축적 · 체계화함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민족의 주체적 문화를 진지하게 연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바탕작업으로서 한국학의 전 주제에 걸친 문헌의 포괄적인 서지적 통정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 작업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① 공사장목록(公私藏目錄)의 편찬에 있어 사본의 종류와 간인본의 판종을 올바르게 감식하여 이판을 뚜렷하게 구분하고, ② 사본의 필사시기와 간인본의 간인시기를 객관적으로 추정한다. ③ 저자 · 이서명(異書名) · 현존권차(現存卷次) 등에 대한 서지기술을 정확하게 하고, ④ 전국 도처에 있는 한국자료를 고루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지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조속한 전산처리, ⑤ 고전자료의 주제별 총집 · 해제 및 색인의 작성, ⑥ 주요 고전 본문의 교감, ⑦ 고전자료 간인문제의 연구 등이 촉진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오늘날 고전 본문의 교감과 간인의 연구는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고전의 번역과 영인을 볼 때, 오자와 낙자가 많은 후간본에 의한 것이 적지 않으며, 오자와 탈자로 뜻이 통하지 않는 것을 잘못 번역한 것도 볼 수 있다. 초기의 책을 감식해내서 바탕으로 삼거나, 원본 또는 정본에 의거, 본문을 교정한 다음 번역하고 영인하여야 할 것이다.

고전의 간인시기 고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주로 고서목록이지만, 이것은 또한 한글관계자료에서도 자주 제기되고 있다. 한글을 언문이라 천시하여 거의 간인기록을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시기의 추정을 잘못한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간인시기는 말의 변천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그 추정에 객관성을 기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서지학은 이론적 지식만으로 성립될 수 없고, 실증적 및 고증적인 방법에 의한 감식능력과 그 지식의 경험적 축적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일학(一學) 전문의 영역인 것이다.

참고문헌

「한국서지」(이병기, 『동방학지』 3·4, 1957)
『한국서지학』(천혜봉, 민음사, 1997)
「한국에 있어서의 서지학전개 및 그 과제-주로 한국학연구를 위한 관점에서-」(천혜봉, 『한국학보』 6·7, 1977)
『書誌學』(馬導源, 商務印書館, 1934)
『書誌學序說』(長澤規矩也, 吉川弘文館, 1960)
주석
주1

같은 일을 여러 차례 거듭하여야 할 때에 맨 처음 대강 하여 낸 차례.    우리말샘

주2

일본의 한국어 연구가(1868~1942). 쓰시마섬[對馬島] 출신으로 일찍이 한국어를 익혀 1891년 유학생으로 조선에 와서 1911년까지 총독부 통역관으로 근무하면서 고서 연구에 전념하였는데, 수천 권의 고서를 수집하여 책의 저자, 내용, 체재, 출판 연월일 따위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붙였다. 저서에 ≪조선의 판본(版本)≫, ≪용가고어전(龍歌古語箋)≫, ≪계림유사여언고(鷄林類事麗言攷)≫ 따위가 있다.    우리말샘

주3

모리스 쿠랑, 프랑스의 동양학자(1865~1925). 주한(駐韓) 프랑스 공사관의 통역관으로 근무하면서 우리나라의 도서를 연구하였으며, 귀국 후 리옹 대학에서 동양학을 가르쳤다. 저서에 ≪조선 서지학≫이 있다.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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