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숭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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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남근석 후면
정읍 남근석 후면
민간신앙
개념
남녀의 생식기 형태를 띤 물건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여 숭배하는 신앙행위. 민속신앙.
내용 요약

성기숭배는 남녀의 생식기 형태를 띤 물건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여 숭배하는 신앙행위이자 민속신앙이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종족번식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인간의 성행위와 생식현상을 둘러싼 재생산 과정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종족번식은 일종의 신비감과 경외감을 갖게 하였다. 자연히 그 자체가 주술이나 종교적 믿음의 대상이 되었고 이는 사회문화적 기능의 중요한 유산으로 전승되었다. 초기에 성이 지녔던 생식의 성스러움·신비로움은 점차 풍요·소망·행운 등의 기원으로 발전했고, 풍수신앙 등과 융합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성기숭배 민속이 나타났다.

목차
정의
남녀의 생식기 형태를 띤 물건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여 숭배하는 신앙행위. 민속신앙.
내용

인류는 생존하기 위해 기본적인 생계수단의 생산 및 인류 자신의 생산 즉, 종의 번식을 해결해야만 한다. 이러한 생산과 재생산은 인류 사회가 존속하고 발전하는데 있어 무엇보다도 절실한 문제이다.

특히 인간의 성행위와 생식 현상을 둘러싼 재생산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관계로, 종족 번식은 인류로 하여금 일종의 신비감과 경외감을 갖게 하였을 것이다.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동물의 수태 과정을 관찰하면서 재생산에 얽힌 신비를 일정 부분 인식하였다 할지라도, 인간의 재생산 현상은 그 자체가 주술종교적 믿음의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 문화적 기능의 중요한 유산으로도 전승되었다.

따라서 성기숭배의 기원이나 전승에 대해서도 초기에 성이 지닌 생식 및 생산의 성스러움과 신비로움에서 점차 풍요 · 기자 · 소망 · 행운 등의 기원으로 발전하고, 후대에 풍수신앙과도 문화융합을 거쳐 전승되어 왔다고 보여진다.

즉, 성력숭배(性力崇拜)가 생식 · 재생의 의미로서 묘지 풍수사상과 연결되었으며, 전승되는 가운데 남근의 상징인 망주석(望柱石)과도 연관되어 후손의 번창과 행운 등을 기원하는 의미도 지니게 되었다.

또한 주1로서 마을의 입지조건에 따라 음양의 조화를 갖추게 한다든가 음양 중 어느 한쪽의 노출로 풍속이나 풍기가 문란하여진다는 관념 등도 폭넓게 형성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물질적 증거로는 선돌이 곧 남근의 상징으로 믿어지고 있는 한국의 현존 민속으로 보아 신석기시대 후기부터 일반화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특히 고고민속학적 유물로는 울주 암각화에서 생산의례적인 동물 성기의 표출된 선각이 보이고, 신라 토우(土偶)나 고배(高坏) 뚜껑 중에는 성기를 과장하여 크게 만들어 붙인 예라든가, 배모양 토기에서 뱃사공의 남근을 큼지막하게 돋보이게 한 형태가 나타난다.

또한, 정교하게 가공된 목제 남근이 발굴된 안압지의 유물, 별전(別錢)에 보이는 성체위 묘사, 조선시대의 미륵불과 함께 존재하는 양근석(陽根石), 남자의 성기를 사실적으로 조각한 순창(淳昌) 남근석, 전국에 산재한 무수한 선돌신앙 등의 예에서 우리는 성기숭배 관념의 역사적 전승성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성신앙에 대한 역사적 문헌기록은 『삼국유사(三國遺事)』 권1 기이(紀異) 선덕왕지기삼사(善德王知幾三事)의 옥문지(玉門池)에 얽힌 여근곡(女根谷) 전설을 비롯하여, 『중종실록』 6년 기묘조(己卯條) 및 12년 병진조(丙辰條)의 부근(付根) 기록,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부군당(府君堂)에 목제남근을 당 안의 네 벽에 봉안하였다는 내용과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보이는 부군당 기록 등이 있다.

성에 대한 숭배는 생식 숭배, 생식기 숭배, 성교 숭배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성숭배는 인간의 긴 역사 속에서 상호 밀접한 영향을 받으면서 전승되어 왔다. 특히 생식기에 대한 숭배 형태는 신앙 형태에 따라 다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남자의 생식기를 인위적으로 조각하여 세우거나 비슷한 형태의 자연암석을 대상으로 하여 기자나 풍년, 풍어, 자손만복 등을 기원하고 질병이나 역신(疫神)으로부터 자신과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어 신앙하는 형태, 둘째는 여성기와 모양이 흡사하거나 여성기를 상징하는 암석을 신체로 상정하여 신앙하는 형태, 셋째는 바위의 외형이 남녀성기와 모양이 유사하거나 남녀성기를 상징하는 암석을 신체로 하여 신앙하는 형태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성기신앙의 대상인 신체(神體)를 재질로 구분하면, 돌 · 나무 · 도토기(陶土器) · 짚 등으로 나누어지며, 의례 형태에 따라서는 성기와 유사한 암석이나 지형 등 자연물적 신체로서 남녀근 숭배신앙과 남근조형물(男根造形物) 신체로서 모형성기 봉납 성신앙, 마을제사에서 희생공물로 마련한 짚으로 만든 인형의 남근신체와 줄다리기에서 암수줄로 상징된 남녀성기신앙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상 성기숭배 민속의 현지 유형을 구체적으로 세분하면 다음과 같다.

(1) 여성기숭배 형태

① 여근곡에 얽힌 예언보허적(豫言補虛的) 전설의 기능을 지닌 여성 국부형(局部形)의 지형과 샘의 형태(경상북도 월성군 진천읍 신평2리 원신마을)

② 마을을 내려다보는 산 위의 바위가 여인의 하체를 닮아 풍수비보적 암석전설이 얽힌 씹바위(전라남도 신안군 장산면 팽진리 호피마을), 보지바위(전라남도 고흥군 고흥읍 고흥여고 앞), 밑바위(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중계동 불암산 동남향 초입).

③ 돌을 던져 여성기모양으로 패인 구멍[岩陰 · 岩石窟]에 돌이 얹히면 아들을 낳는다는 공알바위(충청북도 제천시 송학면 무도리 2구) 등이 있다.

(2) 남성기숭배 형태

① 모형성기숭배신앙(전라북도 순창군 팔덕면 산동리 팔왕마을, 창덕리 태촌마을 남근석, 이들 남근석은 지방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음).

② 망주석(望柱石, 望頭石) 형태를 남근으로 신성시하는 신앙(전라북도 정읍군 칠보면 원백암리) 등이 있다.

③ 나무로 남근의 모형성기를 깎아서 신목(神木)에 매달거나, 신당에 봉안한 소위 남근봉납 성신앙 형태(강원도 삼척군 원덕면 신남리,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삼일1리) 등이 있다.

④ 의례적 신체로서 짚으로 만든 인형에 남근을 커다랗게 만들어 바다로 띄어보내는 희생공물남근(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천촌리)과 줄다리기에서의 암수줄 쇠머리대기(경상남도 창녕군 영산면), 신당에 성기를 상징한 한지를 오려 붙인 예 등이 있다.

⑤ 남근 형태와 꼭 닮은 자연석으로 기자와 마을의 액막이 기능을 하는 미륵님 · 영감 · 할머니로 불리는 양석류(陽石類)들(전라북도 고창군 흥덕면 석교리, 충청북도 중원군 가금면 용전리, 경상남도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마을).

⑥ 선돌 형태의 자연석이 은유적 남근으로 신앙되어 경계표 · 금표 · 마을신의 기능을 하는 것(경상남도 의령군 칠곡면 신포리, 충청북도 영동군 부상리 부상골, 전라북도 군산시 개정면 발산리,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하리,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갈남2리, 전라남도 장성군 진원면 진원리, 전라남도 화순군 동북면 동사리).

(3) 남녀근석 성기숭배 형태

① 남녀근 형태와 꼭 닮은 자연석으로 기자신앙과 마을의 액막이 기능을 하는 미륵형 형태와 선돌형 형태(경남 산청군 시천면 외공리 꼬치바위와 암돌, 전남 함평군 월야면 동촌마을 당산할아버지 · 할머니).

② 바위의 외형이 남녀근석 결합의 단순한 형태로 신앙되는 신석(信石:경상북도 안동시 태강동 합장마을, 대전광역시 대덕구 회덕동 법동리,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 등이다.

경상남도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마을의 성기숭배 사례를 소개하면, 이 마을에서는 성기와 꼭 닮은 선돌형 화강석 2기를 암미륵 · 숫미륵이라 부르며 이에 대해 정기적으로 매년 치성행위를 행하고 있다. 남성기와 비숫한 모양의 숫미륵은 윗부분에 띠모양의 도드라진 돌대띠가 둘러져 있다.

원통형의 암미륵은 윗부분에서 좁아지는데, 여기에 흰 베가 감겨져 있다. 높이는 3.8∼4.5m, 둘레는 2∼2.8m이고, 바다를 바라보는 마을 남쪽 하단부에 위치하고 있다.

미륵제는 음력 10월 23일에 지내며, 생기복덕이 제일에 닿는 제관이 제사 7일 전부터 뒷산 계곡물로 목욕재계하고, 집 앞에 금줄을 쳐 부정한 사람의 출입을 경계하며 정성을 드린다.

제의에 드는 비용은 전에는 마을에서 조직한 미륵계를 통해 충당하였으나, 요즈음은 각 가호를 통해 갹출하고 있다. 제수는 과일 · 산나물 · 술 · 백설기 · 소무릎뼈를 올리는데, 소무릎뼈는 숫미륵의 허리에 감아둔다. 제관은 축관과 함께 미륵 앞에 술을 붓고 축을 올린 뒤 음복하는 것으로 이곳의 미륵제는 마치게 된다.

이 미륵은 이곳 주민뿐 아니라 충무 욕지도의 선주들까지도 풍어와 안전한 조업을 위해 싱싱한 생선을 바치고, 자식없는 사람이 백설기와 과일을 놓고 밤에 공들이면 아이를 낳게 해주는 효험이 있다고 전한다.

남근석의 명칭은 부근(付根) · 부군(府君, 附君) · 선바위 · 선돌 · 입석 · 기자암 · 총각바위 · 숫바위 · 좆바위 · 남근석 · 양석(陽石) 등이고, 여근석은 공알바위 · 보지바위 · 씹바위 · 처녀바위 · 암바위 등이며, 남녀근석 혼용으로는 미륵님(영감 · 할멈) · 돌빼기방구 · 부부석 · 골맥이 · 액막이 등으로 불린다.

또한 성기유적에 대한 금기로는 근처의 수목을 베거나 오물을 배설해서는 안 되고, 샘이 솟는 수원을 건드려서도 안 되며(월성 여근곡), 함부로 손을 대거나 넘어뜨리거나 옮긴다든지 훼손하는 사람은 벼락이 떨어져 죽는다(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 제내리)고 한다.

선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성과 관련된 민요로는 <천안삼거리>, <도라지타령>, <새타령>이 있고, 전설로는 남해안의<옥녀봉(玉女峰)이야기>, 강원도<달래고개전설>, 강릉지방의<해랑당(海娘堂)전설>, 장승과 얽힌<장승상(張丞相)이야기>, 전라북도 순창군 팔덕리의<남근석전설>등이 있다.

또한 성기와 관련된 이야기나 욕설 등이 지방마다 전해지고 있다. 한편, 풍농과 관련된 성 묘사 민속으로는 암수줄을 서로 꿰 맞추어 겨루는 창녕 영산지방의 줄다리기가 있고, 양주별산대에서 노승이 소무가 소변본 장소에서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는 흉내를 냄으로써 성교합의 간접표현을 나타내고 있다.

꼭두각시놀음의 홍동지는 큼지막하고 새빨간 남근을 휘두름으로써 주2에 찌들었던 유교 양반사회를 풍자하며 제해초복(除害招福)의 의식내용을 성기와 연결시키고 있다.

이처럼 성기를 숭배하는 목적은 개인적으로는 기자 · 자손발복(子孫發福)에 있고, 마을을 위하여서는 풍농, 마을평안, 해상의 안전 · 풍어 등의 공동기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암석이나 자연지형의 경우 풍수지리상 마을처녀 · 총각의 안정과 근신을 위하는 보허진압의 수구막이(풍수지리에서 골짜기의 물이 돌아 흘러서 하류가 보이지 않는 땅의 형세)로 믿어지거나, 마을의 입지선정에 있어 명당의 안식처 또는 남녀간의 결합이나 기자의 소망을 기원하는 대상처로도 신앙된다.

그리고 민속신앙에서는 기자 · 풍어 · 해상안전 · 풍농 · 마을수호 · 소망 · 행운의 기원으로 신앙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근대화 · 과학화의 시대사조 속에서 주민의 관행으로만 전승될 뿐 원초적인 신성성(神聖性)과 신앙성은 점차 변질되어 가고 있다.

참고문헌

『삼국유사(三國遺事)』
『지봉류설(芝峰類說)』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고금동서의 생식기숭배의 속(俗)」(최남선, 『괴기』 1, 1929)
「지나(支那)에 있어서 기자(祈子)와 성(性)숭배에 관한 자료」(손진태, 『향토연구』 6권 3호)
「성기(性器)신앙의 연구」(김태곤, 『한국종교』 창간호, 1971)
「전북지방의 성기(性器)신앙에 대하여」(박순호, 『한국민속학』 8, 1973)
「한국의 성(性)신앙 현지조사」(이종철 外, 『국립광주박물관학술총서』 제9집, 1984)
『한국의 성문화연구』(이종철 외, 문화재연구소, 1994)
『성 숭배와 금기의 문화』(이종철 외, 대원사, 1997)
『민중들이 바라본 성문학』(이종철 외, 민속원, 1999)
주석
주1

집터의 길흉을 판단하는 풍수.    우리말샘

주2

번거롭고 까다로운 규칙과 예절.    우리말샘

집필자
이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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