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고승전』은 고려 후기 승려 각훈이 우리나라 고승들의 전기를 모아 편찬한 역사서이다. 현재 완전한 책은 전하지 않는다. 중국 고승전이 10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책도 10편으로 분류하여 엮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불교 전래 초부터 각훈의 찬술시대인 고려 고종 때까지 약 9세기 동안의 고승을 망라하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존하는 판본에는 삼국 시대의 고승에 관한 기록으로 끝나고 있다. 현존 『해동고승전』이 일부분만이라는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헌적 가치는 매우 높다.
2권 1책. 필사본.
찬술 연대는 이 책의 본문 중 “ 순도(順道)가 고구려에 들어올 때로부터 지금까지 844년이 지났다.”고 한 기록을 토대로 역산한 연대이다. 현존본은 완본이 아니며, 『삼국유사』에는 ‘승전(僧傳)’ · ‘해동승전(海東僧傳)’ · ‘고승전(高僧傳)’ 등의 서명으로 여러 군데 인용되고 있다.
중국 고승전이 10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책도 10편으로 분류하여 엮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 고승전에 수록된 인물의 하한이 찬술한 당대까지 와 있으므로, 이 책도 불교 전래 초부터 각훈의 찬술시대인 고려 고종 때까지 약 9세기 동안의 고승을 망라하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통편(流通篇) 중 논에 대각국사(大覺國師)의 구법(求法)에 관한 언록이 있고, 최자(崔滋)가 『해동고승전』에 누락된 부분을 보충하려고 묵행자전(默行者傳)을 썼던 기록에서, 이 고승전의 내용이 삼국의 고승만이 아니라 고려의 고승까지 망라하였음을 알 수 있다.
현존본은 유통편 1의 1인 권1과 1의 2인 권2만이 남아 있는데, 유통편도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현존 유통편에는 삼국시대까지의 고승에 관한 기록으로 끝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편 1의 1은 삼국시대 불교의 전래와 그 수용에 대한 기록이고, 1의 2는 구법승(求法僧)에 관한 전기이다.
구법승전 가운데 각덕(覺德)에서 안함(安含)까지는 중국에서 구법한 승려들의 기록이고, 아리야발마(阿離耶跋摩)에서 마지막 현태(玄太)에 이르기까지는 인도로 구법의 길을 떠났던 승려들의 기록이다.
2권에 수록되어 있는 고승은 정전(正傳)에 18명, 방전(傍傳)에 17명 등 모두 35명이다. 즉, 순도 · 망명(亡名) · 의연(義淵) · 담시(曇始) · 마라난타(摩羅難陀) · 아도(阿道) · 법공(法空) · 법운(法雲) · 각덕 · 지명(智明) · 원광(圓光) · 아리야발마 · 혜업(慧業) · 혜륜(慧輪) · 현각(玄恪) · 현유(玄遊) · 현태 등의 정전과, 묵호자(墨胡子) · 원표(元表) · 현창(玄彰) · 명관(明觀) · 원안(圓安) · 담화(曇和) 및 인도 승려 2인, 한나라 승려 3인, 현조(玄照), 망명(亡名) 2인, 승철(僧哲) 등의 방전이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참고하고 인용한 문헌과 전거(典據)를 일일이 밝혔다. 『국사(國史)』 · 『기로기(耆老記)』 · 『수이전(殊異傳)』 · 『화랑세기(花郎世紀)』 등 우리나라 문헌, 『송고승전(宋高僧傳)』 · 『속고승전(續高僧傳)』 · 『신라국기(新羅國記)』 등 중국 문헌, 아도비(阿道碑) · 난랑비(鸞郎碑) · 안함비명(安含碑銘) 등의 비문과 최치원(崔致遠)이 찬한 「의상전(義湘傳)」 등이다.
한편, 『삼국유사』와 『법화영험전』 등에 『해동고승전』의 내용이 인용되어 있다. 1637년(인조 15)에 김휴(金烋)가 지은 『해동문헌총록(海東文獻總錄)』에도 『해동고승전』의 책명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한동안 실전(失傳)되어 오다가 1910년대에 그 일부가 다시 발견되었다. 그 뒤 옮겨 베낀 부분이 일본으로 유입되어 『대일본불교전서(大日本佛敎全書)』의 「유방전총서(遊方傳叢書)」 제2(1917)와 『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修大藏經)』 제50권 사전부(史傳部)에 편입, 간행되었다.
현존 『해동고승전』은 완전한 것이 아니고 일부분만이라는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헌적 가치는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은 중요한 불교사서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일반 전적(典籍) 중에서도 오래 전에 찬술된 것이며, 고대불교사에 관한 몇 가지 중요한 이설(異說)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승전의 효시는 신라 김대문(金大問)의 『고승전(高僧傳)』이나 전해지지 않으며, 『삼국유사』는 중요한 불교사서이나 순수한 승전은 아니다. 승전류로는 조선시대의 『동국승니록(東國僧尼錄)』 · 『동사열전(東師列傳)』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전적들과 비교할 때 『해동고승전』은 오래된 승전이고 중요한 역사적 자료일 뿐 아니라, 이 책을 통하여 이미 잃어버린 『수이전』 · 『서기』 · 『기로기』 속의 일문(逸文)을 찾아낼 수 있다.
그 밖에도 고구려에 왔던 순도와 아도의 국적, 불멸(佛滅)의 연대, 신라불교 전래설 등 우리나라 불교사에서 문제가 되는 귀중한 기록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승려 일연(一然)은 『삼국유사』에서 이 고승전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당시의 사람을 많이 미혹시켰다.”, “뒷사람들이 의심하고 잘못 알게 하였으니, 얼마나 무망(誣妄)한 짓인가?”라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일연이 지적한 부분 외에도 이 책에는 몇 군데 더 문제점이 있다.
당시 문장가로서 이름을 떨쳤던 각훈은 이 책을 서술하면서 사료에 대한 검토나 비판 또는 선별보다는 다분히 문학적인 표현이나 윤문에 치우친 점이 있다. 따라서 이 책에는 안함의 비명에서 읽을 수 있듯이, 객관적인 사료를 제시했다기보다는 다분히 주관적으로 서술한 흔적이 있다. 규장각도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