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翰奎)는 19세기 후반에 활동한 불화승으로 초기에는 해인사의 화승인 관허의관(冠虛宜官)의 동참화승으로 활동했고, 1884년 하은응상(霞隱應祥)을 수화승으로 예천 용문사 아미타불회도(1884)를 조성한 후 그의 문하에서 작업하였다. 법호는 우송(友松)이다. 그는 평생 다수의 작품 활동을 했지만 대부분 의관이나 응상과 같은 수화승 아래서 작업하였으며 직접 수화승이 되어 조성한 불화는 많지 않다. 1881년 해인사 관음전 아미타불회도와 해인사 궁현당 아미타불회도의 제작에 참여하였다. 당시 수화승은 의관이었고 기전(琪銓)·경담(鏡潭)·영선(映宣)·한규는 동참화승이었다. 기전은 1880년에 하응응상을 수화승으로 문경 김룡사 금선암 아미타불회도와 양진암 신중도 등을 조성한 바 있다. 한편 해인사 불화 제작 이후 한규는 하은응상을 수화승으로 한 예천 용문사 아미타불회도와 동사의 십육나한도(1884) 제작에 참여하여 응상과의 화연관계가 맺어지는데, 한규를 응상으로 연결한 인물은 기전으로 추정된다. 1885년 합천 해인사의 비로자나불도 제작에서는 기전을 수화승으로 불화조성에 동참하는데 의관으로부터 응상, 기전의 화풍을 모두 익히게 되었다. 이후 안동 광흥사 영산암 아미타불회도(1886), 대구 파계사 금당암 영산회상도(1887), 대구 파계사 금암 칠성도(1887), 문경 김룡사 독성도(1888)에 이르기까지 수화승 응상의 휘하에서 여러 불화를 조성하였다. 한규가 직접 수화승이 되어 조성한 불화로는 봉정사 영산암 한송당대선사가평진영(1886)과 청도 운문사 명부전 지장보살도(1889), 의성 지장사 산신도(1891)가 있다. 한규는 독자적인 화풍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19세기 후반 경상도의 기전·응상의 계보를 잇는 화승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