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령은 무당방울 또는 요령이라고도 한다. 무당은 굿을 할 때 무당방울을 왼손에 들고 이따금씩 흔들어가며 춤을 춘다. 또한, 신령이 내려 제가 집에 공수[空唱]를 줄 때는 방울을 왼쪽 귀 높이에까지 올려서 흔들고 이어서 공수를 주고 또 흔들어대는 동작을 반복한다.
춤추면서 흔드는 것은 잡귀를 쫓고 신령을 부르는 뜻이며, 공수 때의 동작은 그것으로써 정신을 신령에게 집중시키기 위함이다. 무당방울은 이 밖에 점구(占具)로도 쓰인다. 상에다 부어놓은 쌀더미 속에 방울을 집어넣었다가 꺼내어 방울에 묻은 쌀알을 점상(占床)에다 털어 내고 그 숫자와 형태로 점치기도 한다.
무당방울의 역사는 청동기시대까지 올라간다. 우리나라에서 출토되는 방울로는 팔주령(八珠鈴), 장대 끝에 끼우는 유악령(有顎鈴) · 쌍두령(雙頭鈴) · 환상쌍두령(環狀雙頭鈴) 등이 있는데, 주로 종교적 의례에 사용되었다. 이들 방울이 점차 변형을 거쳐 오늘날의 무당방울 형태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황해도 해주 지방의 무당방울은 자루가 없고 청동제작인 방울 여러 개를 동물 가죽끈에다 꿴 다음 그 끈의 다른 쪽 끝에다 자루를 연결한 꼴을 취하는데, 이는 만주지방 무당의 요령(腰鈴)과 닮은 데가 많다. 한편, 제주도 심방의 초공본풀이는 무당방울의 유래와 기능을 들려준다.
황금산 도단 땅의 중인 추자(추ᄌᆞ)선생이 자지멩왕(ᄌᆞ지멩왕, 자재명왕) 아기씨에게 포태(胞胎)를 주려고 찾아가서 잠자는 그녀의 방문을 열 때 요령을 세 번 흔들었더니 그 방문이 저절로 열려졌다고 한다. 이에 근거하여 요령 소리는 신역(神域)의 문을 여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믿어진다.
무당방울은 청동제의 방울 일곱 개를 16∼17㎝ 길이의 자루 끝 둥근 테에 묶은 형태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것을 칠금령(七金鈴) 또는 칠성(七星)방울이라 부른다. 그 일곱 개의 방울은 칠성을 상징한다. 때로 여덟 개의 방울이 달려 있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큰무당이 사용한다고 한다.
제주도의 요령(搖鈴)은 신칼 및 산판과 함께 삼 명두에 속하며 무조신(巫祖神) 또는 조상으로 여긴다. 그래서 심방은 이들을 제 집안에 상시 모셔두고 굿하러 갈 때 가지고 가서 신령을 청하고 점치는 데 사용한다. 이들 무구 속에 무조신의 영력(靈力)이 깃들여 있다고 믿고 있다.
처음에 신이 내려 무당이 될 조짐을 보일 때 무당 후보자는 그 신령에 인도되어 전혀 예기하지 못한 곳에서 땅을 파거나 바위를 들어내어 무당방울을 얻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늙어서 무업(巫業)을 그만두거나 죽은 무당이 미리 숨겨둔 것인데, 다시 찾아짐으로써 무당신령이 그것을 찾은 이에게 계승되는 것으로 여긴다. 그리고 찾은 이는 내림굿 이후 내내 그것으로써 무업을 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