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무가는 무당굿에서 2인 이상의 무당이 대화와 다양한 행위로 연행하는 연극적인 무가이다. 연행을 전제로 하는 종합 예술로, 노래, 몸짓, 손짓, 대화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다. 대부분의 무당굿은 신과 소통하여 연행하므로 극이라 할 수 있지만, 희곡무가는 무당 2인 이상이 배역을 나누어 진행하는 점에서 일반적인 굿과는 구분된다. 현재 여러 지역 무당굿에 다양한 희곡무가가 전승되고 있다. 희곡무가는 무당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악사나 마을 주민이 함께 하여 담당층이 확장되기도 한다. 굿 문화의 변화로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무가는 무당굿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언어로 된 것을 지칭한다. 줄거리를 가진 서사무가, 기원이나 청배, 신의 말씀을 전달해주는 공수를 포함하는 일반 무가가 대표적인 무가이다. 특히 무가 중에서 무당 2인 이상이 배역을 맡아 대화와 몸짓, 다양한 행동으로 진행하는 것을 희곡무가라 한다. 대부분의 무당굿은 신과 소통하여 연행하므로 극이라 할 수 있다. 희곡무가는 무당 1인이 아닌 2인 이상이 배역을 나누어 진행하는 점에서 일반적인 굿과는 구분된다.
희곡무가의 역사는 무당굿의 역사와 맥락이 같다. 신을 모셔 굿을 연행하면서 인간과 신을 이어주는 굿 자체가 극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희곡무가는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의례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신의 모습을 재현하고 받들어 모시는 다양한 굿놀이의 존재가 희곡무가인 셈이다. 제주도굿 「세경본풀이」에 이어 연행하는 세경놀이는 풍요 의례의 흔적이 남아있으며, 황해도굿 소당제석놀이에는 배에서 모시는 신을 직접 놀리는 의미가 있다. 이러한 희곡무가는 후대로 오면서 점점 현실을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이 추가되기도 하고, 굿판에 참가한 사람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직접 그들을 굿판에 참여시키는 쪽으로 발전해간다. 동해안별신굿에서 연행되는 다양한 희곡무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한국 무속 연구가 상당히 이루어지면서 다양한 희곡무가의 존재가 알려졌다. 각 지역별로 전승되는 희곡무가는 다음과 같다. 아래 굿 이름은 한국 무당굿의 분포를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명칭이다.
황해도굿에는 「광대탈대감거리」, 「도산말명방아찧기놀이」, 「소당애기씨놀이」, 「뱅인영감굿」, 「영산할아뱜할먐거리」, 「평산소놀음굿」, 「마당거리」, 「호살량굿」 등이 있다. 평안도굿에는 「자리곰방놀이」, 「방아놀이」 등이 있다. 서울굿에는 「사재삼성거리」, 「대감거리의 놀이」, 「갖인 뒷전 놀이」, 「사냥놀이」 등이 있다. 경기도굿에는 「군웅거리」, 「소놀이굿」 등이 있다. 동해안굿에는 「원님놀이」, 「중도둑잡이놀이」, 「범굿」, 「탈굿」, 「말놀이」, 「거리굿」 등이 있다. 남해안굿에는 「복지깨놀이」, 「탈광대놀이」 등이 있다. 호남굿에는 「삼설양굿」, 「중천맥이」 등이 있다. 제주굿에는 「입춘굿놀이」, 「영감놀이」, 「세경놀이」, 「강태공서목시놀이」, 「산신놀이」 등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 희곡무가가 전승되고 있다. 특히 황해도굿의 「광대탈대감거리」와 「영산할아뱜할먐거리」, 동해안굿의 「탈굿」, 남해안굿의 「탈광대놀이」는 가면을 활용하고 있어 가면극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무당굿의 연행자와 가면극의 연행자가 중첩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술적 요소를 강조하는 세습무가 주로 희곡무가를 전승하고는 있지만 강신무가 주재하는 황해도굿과 서울굿에도 희곡무가가 전승되고 있다.
희곡무가는 연행을 전제로 한다. 문자로 표기된 희곡무가는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희곡무가에는 연극처럼 다양한 요소가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언어가 있는데 대화로 이루어진다. 음악과 결합한 노래, 표정과 손발짓 · 몸짓 등 동작, 장단에 맞춰 추는 춤 등이 희곡무가의 연행 요소로 활용된다. 따라서 악사의 반주는 필수적이고, 굿청에 사용하는 다양한 무구도 희곡무가의 소품으로 활용된다. 이렇게 보면 희곡무가는 굿판에 소용되는 모든 요소가 결합된 종합 예술이라 할 수 있다.
희곡무가의 연행 방식은 무당과 악사의 대화로 이끌기, 둘 이상 무당이 참여하여 대화하기, 굿을 보는 마을 주민이나 관객을 굿청으로 불러 올려 함께 놀기 등 다양하다. 굿은 무당 혼자 연행하기는 하지만 굿을 보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전제로 하므로 모든 무당굿은 희곡무가의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지만 굿판에 참여한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고 즐거움을 주는 점에서 희곡무가의 특성이 두드러진다. 그런 점에서 희곡무가는 개인 연행이 아니라 집단 연행의 성격을 보여 준다.
희곡무가는 대부분이 특정한 굿거리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황해도굿의 「소놀음굿」은 「칠성제석거리」 다음에 반드시 연행되고, 동해안굿의 「원님놀이」는 「천왕굿」 다음에, 「중도둑잡이」는 「세존굿」 다음에, 「말놀이」는 「손님굿」 다음에 연행된다. 이로 미루어보아 희곡무가는 직전에 연행한 무당굿거리를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굿청에 참가한 사람들의 흥을 돋우면서 굿거리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임이 드러난다.
이처럼 희곡무가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반드시 굿거리와 연행 맥락을 가지고 연행된다. 무당굿이 청신-오신-공수-송신의 구조를 보인다면, 희곡무가는 본풀이-맞이-놀이의 연계성을 가진다. 신의 내력을 알려 주거나 신의 위엄을 보여 주는 굿을 연행한 후 신을 인간들이 맞아들여 한바탕 놀린다. 본풀이와 맞이가 엄숙하고 신성하게 간주하는 연행 요소가 중심이 된다면 놀이는 즐겁게 신을 놀리고 웃음을 유발하면서 즐기는 연행 요소가 중심이 된다.
무당의 유형에 따라 희곡무가의 세부 내용은 차이가 있다. 강신무가 주재하는 희곡무가는 신의 위엄을 보여 주는 내용이 많으며 희곡무가의 결말 부분에서는 제의성을 강조한다. 세습무가 주재하는 희곡무가는 다양한 언어유희(言語遊戲)와 몸짓 동작 등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굿판에 온 마을 주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유도한다.
대부분의 희곡무가는 굿을 연행하는 무당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동해안굿에서는 악사들이 맡는다. 개별 굿거리를 무당이 연행할 때 악사는 반주자로 존재하지만 희곡무가를 연행할 때에는 악사가 모든 주도권을 갖는다. 황해도 「소놀음굿」은 칠성 역할을 무당이 맡고, 마부 역할을 재담이 뛰어난 마을 주민이 맡고 서울굿의 「사냥놀이」는 몰이꾼으로 여러 명의 마을 주민이 참여하여 희곡무가의 연행 주체가 확장된다.
희곡무가는 해당 지역 무당굿을 맡은 무속 집단 모두가 전승 주체가 되지만 황해도굿의 일부 희곡무가는 단 한 사람의 무당이 전승을 전담하기도 한다. 「광대탈대감거리」는 작고한 박선옥 만신만이 연행하였고 「뱅인영감굿」은 인천광역시 무형유산 꽃맞이굿 보유자인 김매물 만신만이 연행한다. 황해도굿에서 희곡무가는 무당의 특성을 드러내는 장치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현재 희곡무가는 점차 전승이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놀이 문화가 확장되어 굳이 무당굿이 아니어도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게 된 점, 무당굿이 음악이나 무용같은 예술적 요소보다 굿을 의뢰한 사람의 소망에 부합하는 공수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굳이 희곡무가를 연행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점차 희곡무가는 연행 기회가 줄어들면서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황해도 평산소놀음굿」과 경기도 「양주소놀이굿」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영감놀이」는 제주특별자치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희곡무가가 포함된 다양한 굿이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전승이 일정 부분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