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명나라 화엄종 승려인 행심(行深)이 중국 화엄종의 제3조(第三祖)인 현수(賢首) 법장(法藏, 643~712)의 화엄학(華嚴學) 법수론(法數論)을 다시 편집하였다.
이 책은 근자에 개장(改裝)되었으나, 앞부분 몇 장은 누습(漏濕)의 흔적이 있다. 그러나 대체로 보존 상태와 인쇄 상태가 좋은 편이다. 모두 11권 1책으로 장수는 78장이다. 사주단변(四周單邊), 반곽(半郭)은 18.2×13.7㎝, 상하내향흑어미(上下內向黑魚尾), 행자 수는 일정하지 않다. 현재 국내에는 동일 판의 후인본(後印本)이 상당히 전하는 편이다.
이 책은 “홍치십삼년경신자자월 해인사 노납 등곡발(弘治十三年庚申自恣月海印寺老衲燈谷跋)” 그리고 “경상도합천지 가야산봉서사 개판(慶尙道陜川地伽倻山鳳栖寺開板)”과 같이 경상도 합천의 봉서사(지금의 해인사 원당암(願堂庵))에서 1500년 7월에 간행한 판본이다.
등곡은 발문에서 “성화연간[1465~1487]에 당본(唐本) 『법수』를 입수하여 경민(冏敏)이 개간한다.”고 하였으므로 이 판본의 계통을 알 수 있다. 등곡은 학조(學祖)로 더 알려져 있으며, 세조 때 불경을 국역하는 등 왕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승려이다. 이후 1488년( 성종 19)에는 해인사(海印寺)를 중수하고 대장경판당(大藏經板堂)을 중창하기도 하였다.
1500년에 그가 지은 “인성대장경발(印成大藏經跋)”에 의하면, 이 해 봄에 왕의 무강함과 원자의 보체를 위하여 해인사에서 대장경(大藏經)을 인출(印出)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대장경을 인출한 뒤에도 인근의 봉서사에 머물면서 수개월 후에 이 책을 간행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등곡과 이 판본과의 관계는 대장경의 인출과도 관련이 있다.
간행의 주역은 등곡, 전 유점사(楡岾寺) 주지 계은(戒恩) 등이었다. 간선(幹善)은 동민(冋敏), 동담(同湛)과 윤정(胤禎)은 각수(刻手), 학담(學淡)은 연판(鍊板)을 맡았다. 등곡은 이 판본을 간행하는 공덕으로 인수대왕대비(仁粹大王大妃), 왕대비(王大妃), 주상전하( 연산군), 왕비(王妃), 원자(元子)의 만수무강을 바란다고 하였다.
(王妃)
이 책의 서문은 2편이다. 먼저 “현수제승법수서(賢首諸乘法數序)”는 선덕(宣德) 정미년[1427년]에 쓴 것이고, “중편현수법수서(重編賢首法數序)”는 홍무(洪武) 정묘년[1387년]에 범고(梵翶)가 쓴 것이다. 범고는 이 서문에서 “우리 종파의 법에 대한 명목(名目)을 모아 약간 권으로 엮어 『현수법수』라고 하였는데, 법수는 여러 불조(佛祖)가 설법한 것을 기술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다음에는 석가의 세보(世譜)를 도표로 정리한 “기교불조(起敎佛祖)”가 있다. 이어 권1부터 11까지 이어지는데, 권1의 아래에는 이 책을 행심이 편집하였다고 밝혀져 있다. 권1~10까지는 각각 권수(卷數)에 해당하는 숫자를 설명하고, 권11에는 그 이상의 숫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11이 끝난 뒤에는 “사문본승찬법수명(沙門本勝讚法數銘)”과 “팔식심왕제문요간(八識心王諸門料間)”, 발문(跋文), 발원문(發願文), 시주질(施主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은 삼계(三界)‚ 오온(五蘊)‚ 육도(六道)‚ 백법(百法) 등을 숫자로 표시하여 법문(法門)을 설명하고 있다.
당본[중국본]을 바탕으로 1500년에 합천 봉서사에서 간행된 고간본(古刊本)이다. 현수 법장의 법수론을 배우고 이해하는 데 긴요한 화엄학 사전이다. 경기도 용인시 경기도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국가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1998년 12월 18일 경기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