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바라밀다심경집해(般若波羅蜜多心經輯解)』는 1568년(선조 1)에 부훤당(負暄堂) 소부(素夫)가 『반야심경(般若心經)』을 집해한 주해서를 평안도 백운사(白雲寺)에서 간행한 목판본 불서이다. 이 불서와 동일본이 통도사 극락암과 연세대학교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들에 비해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여 국가유산의 가치가 높다. 종래 학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주해서로 학술적 가치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서지적, 불교 문헌사적 가치가 인정되어 2018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반야바라밀다심경집해』는 부훤당 소부가 유 · 불 · 도 삼가(三家)의 입장에서 『반야심경』에 집해(輯解)를 붙인 것을 저본으로 하여 1568년(선조 1) 평안도 양덕현(陽德縣)의 백운사에서 간선 일웅(一雄)이 주관하여 개판한 목판본 1책이다.
‘반야심경’이란 의미는 ‘지혜의 빛에 의해서 열반의 완성된 경지에 이르는 마음의 경전’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반야(般若)’는 지혜를 이르고 ‘심(心)’은 심장(心臟)으로 상징되는데, 이 경전이 크고 넓은 반야 계통의 여러 경전 중에 정수를 뽑아내어 한 장으로 응축한 것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경전의 끝에는 본문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표현하여 신비롭게 나타낸 진언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보리 사바하(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 娑婆訶)’가 있다. 예로부터 진언은 그 신비성을 깨뜨릴 우려가 있다고 하여 번역하지 않고 관용적으로 음역해 왔다.
이 불경은 수백 년에 걸쳐서 편찬된 반야 경전의 중심 사상을 불과 277자로 함축한 경전으로 불경 중 가장 짧으나, 한국불교의 모든 의식 때 반드시 독송되고 있다.
2018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된 판본은 표지가 근래 새로 개장된 상태이나, 본문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원형이 잘 유지되고 있다.
표지의 좌측에 ‘심경집해(心經輯解)’라는 표제가 묵서되어 있으며, 우측 하단에는 ‘벽송(碧松)’이란 이름이 보이고 있어 이 사람이 한동안 소장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벽송은 권말의 여지에 ‘벽송준표(碧松俊杓)’ 혹은 ‘홍준표(洪俊杓)’, ‘발연사(鉢淵寺)’ 등의 묵서 기록이 보이고 있어 금강산 유점사(楡岾寺)의 말사인 발연사에 머물렀던 홍준표 거사로 보인다.
서지적 특징을 살펴보면, 근래 5침으로 새로 개장한 것으로 보아 간행 후에 불복에서 수습한 복장본으로 보이며 책의 크기는 세로 26.0㎝, 가로 16.5㎝이다.
반엽(半葉)을 기준으로 사주단변(四周單邊)이고 반곽(半郭)의 크기는 세로 16.3㎝, 가로 14.0㎝이며, 행자수(行字數)는 10행에 경문은 대자(大字) 7자, 주해는 소자(小字) 12자로 구성되어 있다.
중앙의 판심부(版心部)에는 대흑구(大黑口)와 흑어미(黑魚尾)가 서로 내향(內向)하고 있으며, 어미 사이에 판심제(版心題) ‘심(心)’과 장차가 표시되어 있다.
본문의 대자는 판하본을 쓴 설암(雪岩)은 둔필로 밝히고 있지만, 필의가 둔중하지만 고졸한 맛을 보이는 전형적인 승려의 서체로 주목된다.
권말에는 휴휴암(休休庵)의 일여(一如)가 쓴 발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일여는 『법화경(法華經)』에 주해를 한 명대(明代) 사람과 동일 인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책의 주해자인 소부 또한 같은 시기의 명대 사람으로 보여 이 주해서는 중국 찬술 문헌으로 판단된다.
발문에 이어서 주상전하 축원문이 수록되어 있고 그 끝에 ‘건륭이년무진중춘 평안도양덕현동청룡산백운사(乾隆二年戊辰仲春 平安道陽德縣東靑龍山白雲寺)’라는 간기(刊記)가 기록되어 있으며, 간기에 이어서 ‘설암둔필 제자처원관조 간선일웅(雪岩鈍筆 弟子處圓慣彫 幹善一雄)’이라는 간행에 관한 중요한 정보가 새겨져 있다.
이상의 간행 정보를 통해서 이 책은 1568년 평안도 양덕현 청룡산에 소재하였던 백운사에서 일웅이 주관하여 설암이 판하본을 쓰고 처원(處圓)이 홀로 판각해서 간행한 사실이 확인된다.
현재 한국인이 찬술한 『반야심경』에 대한 주석서로는 신라시대 원측(圓測)의 『 반야심경소(般若心經疏)』 1권과 『 반야바라밀다심경찬(般若波羅蜜多心經贊)』 1권, 원효의 『 반야심경소』 1권, 태현(太賢)의 『반야심경고적기(般若心經古迹記)』 1권과 『반야심경주(般若心經註)』 2권 등이 알려져 있으나, 현존본은 원측의 『반야심경소』만 전래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집해한 부훤당 소부에 대해서는 그 전기가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권말의 발문을 쓴 일여(一如)가 명대 초기 승려인 사실로 보아 우리나라에서 찬술한 주해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 책은 전체 39장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부분 8장 분량은 ‘심’에 대한 유 · 불 · 도 삼가의 입장에서 집해한 총론 부분이며, 9장 이하는 『반야심경』에 대해 자세히 주해한 부분으로 각론에 해당된다.
이 불경은 당나라 현장(玄奘)이 한문으로 번역한 한역본이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데, 그의 번역문 가운데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은 널리 알려진 구절이다.
그 내용은 사제(四諦), 팔정도(八正道), 오온(五蘊), 십팔경계(十八境界), 십이연기(十二緣起), 지(智)와 득(得) 등 일체의 관념과 객관적 존재를 본질적인 관점에서 공무(空無)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동일본이 통도사 극락암과 연세대학교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들에 비해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여 국가유산의 가치가 높다.
비록 중국 찬술의 주해서로 판단되지만 종래 학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주해서로 학술적 가치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서지적 가치뿐만 아니라 불교 문헌사적 가치도 인정되어 2018년 10월 18일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