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최인진은 한국 사진사의 기점을 개항기인 1880년대로 보던 기존의 관점을 벗어나, 1630년 진주사(陳奏使)로 명나라를 방문한 정두원(鄭斗源: 1581~?)이 가지고 들어온 서학서 『원경설(遠鏡說)』의 유입 연도인 1631년으로 보았다. 『원경설』에는 원근법의 보급에 중요한 역할을 한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해 대상을 재현하는 원리를 소개한 「차조작화(借照作畵)」가 수록되어 있다.
또한 최인진은 사진이라는 명칭의 의미, 카메라 옵스큐라의 한문식 번역어라 할 수 있는 ‘ 칠실파려안’의 원리, 서양 및 일본과의 관계를 통한 사진 유입 과정, 그리고 일제강점기 한국 사진 문화의 전개 과정을 다양한 사료를 통해 서술하였다.
책은 총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사진이라는 말의 역사’에서는 포토그라피라는 서양 용어와 사진의 사전적 의미를 소개하고, 각국의 사진 명칭을 비교하여 지역별 사진 문화의 가치를 조망하였다. 제2장 ‘칠실파려안’에서는 광학기구인 카메라 옵스큐라의 전래와 실학자들의 서양 과학 · 기술에 대한 관심을 역사 자료로 고증하였다. 제3장 ‘사진과의 접촉’에서는 중국과 일본을 통한 사진 유입 과정을 다루었으며, 제4장 ‘사진의 수용’에서는 김용원 · 황철 · 지운영 등 사진 도입기의 선구자들의 활동과 사진술 연구를 서술하였다.
제5장 ‘사진의 사회사’에서는 사진 수용 초기 대중의 부정적 반응과 문화 수용의 어려움을 다루었고, 제6장 ‘정착과 발달’에서는 고종의 사진에 대한 관심, 기념사진과 증명사진 등 초상 사진의 사회적 확산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제7장 ‘초상 사진’에서는 초기 영업 사진관의 발전 과정을, 제8장 ‘표현을 향하여’에서는 예술사진의 확산과 신문화운동과의 관계를 설명하였다. 제9장 ‘아마추어 사진 활동’에서는 사진가 단체, 사진 공모전, 작품 경향을 분석하였다.
제10장 ‘매체 사진’에서는 민간지 창간, 사진 화보 제작, 일제의 규제와 탄압을 다루었고, 제11장 ‘사진 표현의 자유와 규제’에서는 일제의 문화 감시와 제한을 설명하였다. 제12장 ‘사진으로 남긴다’에서는 기록사진의 가치와 확장성을 역사적 사례를 통해 제시하였으며, 제13장 ‘카메라와 감광재료’에서는 카메라와 사진 기자재의 역사적 발전 양상을, 제14장 ‘외국인들의 사진 활동’에서는 개화기 이후 한국을 방문해 사진을 촬영한 외국인들의 활동을 소개하였다. 마지막으로, 부록에는 한국 사진사 연표와 세계 사진사 연표를 실어 양자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국사진사 1631-1945』는 저자 최인진이 30여 년간 사진사 연구에 매진하며 변화하는 역사적 상황과 사진을 규정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성과물이다. 그는 사진의 역사를 사진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반적인 한국사와의 연관성 속에서 조명하였다. 선행 연구가 거의 없었던 시기에 발간된 이 책은 서양 중심의 사진사 서술에서 벗어나 한국 사진사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였으며, 이후 관련 연구 발전의 중요한 견인차가 되었다.